백령도(白翎島)의 추억<1>
백령도 지도
백령도(白翎島)의 위치(位置)와 지형(地形)
백령도는 우리나라에서 최서단(最西端)이자 최북단(最北端)에 위치한 외로운 섬으로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222km, 북한 장산곶의 몽금포(夢金浦)까지 12km이고 중국 산뚱(山東) 반도까지는 159km이며 가장 가까운 섬인 대청도(大靑島)까지는 8km이고 연이어 소청도(小靑島)도 있다.
백령도는 위도(緯度) 상으로 동해안의 강원도 고성(高城)보다 남쪽이지만 서해안으로 보면 바로 북한 땅 턱밑으로 북한의 개성(開城) 보다도 더 북쪽이다. 백령도에서 보면 동쪽(오른쪽)으로는 북한의 옹진반도(甕津半島)가 삐죽이 나와 있고 북쪽으로는 황해남도 장산곶(長山串)이 지척으로 빤히 건너다보인다.
이곳의 세 섬은 원래 북한땅으로 황해도 소속이었으나 해방 후 우리나라로 편입되었다고 한다.
백령도의 이름난 관광지를 꼽아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곶(沙串) 천연비행장과 콩돌해안, 작은 해금강(海金剛)이라는 찬사를 받는 두무진(頭武津) 포구가 있고 심청이 몸을 던진 인당수(印塘水)와 연꽃이 떠올랐다는 연봉(蓮峰) 바위, 물범과 가마우지 집단서식지를 비롯하여 가는 곳마다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백령도는 명실 공히 천혜의 비경(秘境)일 뿐더러 우리나라 국방의 요새로서 해병대(海兵隊)의 왕국이기도 한데 해병 제6여단이 주둔하고 있고, 훨씬 작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육군, 공군, 해군도 주둔하고 있다.
백령도는 예전 곡도(鵠島), 백학도(白鶴島)라 불렸는데 섬의 모습이 흡사 학의 깃털(翎)처럼 생겼다고 하여 백령도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곡도(鵠島)-고니섬, 백학도(白鶴島)-백학섬>
백령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구로 두무진(頭武津)을 꼽는데 이곳 지명은 예전에는 머리카락이 우뚝 선 것 같다고 하여 두모진(頭毛津)이라 불렀는데 나중 장군의 머리와 닮았다고 하여 두무진(頭武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백령도의 서북쪽으로 삐죽이 내민 두무진 근해(近海)는 특히 낚시의 명소로 꼽히는데 바로 지척(咫尺)이 북한의 장산곶(長山串)과 몽금포(夢金浦)라 눈을 들어 바라보면 북녘의 산들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보인다. 바로 앞이 북방한계선인 NLL(Northern Limit Line)로 해경선(海警船)이 항상 떠 있고 그 인근 바깥쪽으로는 중국 어선들이 항상 새까맣게 몰려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중국 어선들은 온통 검은 색이다.
고려 말 이곳을 다녀간 충신 이대기(李大期)는 두무진의 기암괴석군(奇巖怪石群)을 보고 ‘늙은 신의 마지막 걸작품’이라 감탄했다고 하는 절경(絶境)이다. 이대기는 친구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도와주다가 연루되어 나이 70에 백령도로 귀양을 와서 4년간 이곳에서 유배(流配)생활을 하였다는 인물이다.
백령도에는 백령중고등학교, 백령(白翎)초등학교, 북포(北浦)초등학교의 3개교가 있는데 나의 초임(初任) 교장(校長) 발령지가 북포초등학교로, 백령도에서 1년 반을 근무했었기에 이곳에 대해서는 비교적 속속들이 알고 있어 기록으로 남겨본다. 예전에는 백령도에 남포(南浦)초등학교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백령도 남동쪽은 만(灣)으로 둥그렇게 둘러싸인 바다였던 곳인데 입구 쪽을 건너막아 담수호(淡水湖)인 백령호수가 되었다. 그 때문인지 이곳 부근이 사곶(沙串)인데 백사장이 단단해서 한국전쟁(6.25) 때 비행기 활주로로도 이용되었고 자동차도 달릴 수 있어서 사곶(沙串) 천연비행장으로 불리던 곳인데 호수를 만드는 바람에 파도의 영향으로 모래가 물러져서 비행기의 착륙은 물론 자동차도 다니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백령호수가 생긴 후 인근에 논도 많이 들어서게 되었고 관개수로도 축조되어 백령도는 고기 잡는 어항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농산물의 수확량도 많아져서 생활이 나아졌다고 한다.
백령호수에서도 낚시가 매우 잘된다.
연봉(蓮峰)바위와 두무진(頭武津)
남포리의 연봉바위 / 연화리의 두무진 장군바위 / 두무진 형제바위
백령도 남쪽 바다 위에 떠있는 연꽃모양의 바위섬(작은 섬으로 풀도 없음)을 연봉(蓮峰)바위라고 하는데 근처에서 심청이 들어 있는 연꽃 봉오리가 솟았다하여 그 바위섬 이름이 ‘연봉(蓮峰)’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전 심청전(沈淸傳)은 판소리로도 유명한데 심봉사(沈鶴奎)는 부인을 잃고 장님이 되었는데 길을 가다 개천에 빠진 것을 스님이 구해주자 공양미(供養米) 300석을 시주(施主)하면 눈을 뜰 것이라 알려준다.
효녀였던 심청(沈淸)은 아버지를 위하여 뱃사람들에게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아 백령도 앞바다 인당수(印塘水)에 몸을 던지나 용왕(龍王)이 심청의 효심을 갸륵히 여겨 환생(還生) 시키는데 뱃사람들이 백령도 앞바다를 지나다 보니 바위섬 옆에 커다란 연꽃이 떠 있어 건져다가 임금님께 바친다.
그날이 마침 장님잔치를 벌이는 날이었는데 못돼먹은 뺑덕어멈한테 속아 재산을 모두 빼앗기고 거지가 된 심봉사도 잔치에 참석하게 되는데 마침 임금님 앞에 놓였던 연꽃이 벌어지며 그 속에서 심청이 나타난다. 심청은 아버지를 보자 ‘아버지...’ 하고 달려가 얼싸안았고 심봉사는 ‘어? 어디보자 내 딸...’ 하자 눈이 번쩍 떠져서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심청은 결국 왕비가 되었다는..... 심청전의 고향이 백령도이다.
연꽃을 건져 올렸다는 연봉바위, 그 연꽃을 배에 싣고 들어왔다는 연화리(蓮花里) 포구도 있다.
현재 연봉바위는 물범, 가마우지, 갈매기의 서식지가 되어있는 모양으로 온통 물범과 새들만 북적인다.
재미있는 것은 이 부근에 심씨(沈氏)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고, 그 아래쪽에 있는 장촌(長村)마을에는 뺑덕어멈이 살았다는 동네라고 한다. 소경인 심학규(沈鶴奎), 심청의 의붓어멈인 세상 못된 뺑덕어멈...^^.
연화리 포구 안쪽 마을에는 연당(蓮塘)도 있는데 항상 연꽃이 가득 피어있다.
두무진은 해변 전체가 기암괴석이 들어서 있어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풍경인데 특히 바위마다 가마우지와 갈매기들이 새까맣게 몰려있고 조금 돌아가면 삐죽 두 개의 바위가 솟아있는 형제바위도 볼만하다.
이 두무진 절벽 위쪽에는 해병대의 진지도 있는데 절벽 윗부분에는 동굴을 파고 삐죽이 대포가 바다(북녘)를 향하고 있어 쳐다보노라니, 예전 크게 감동을 주었던 영국영화 나바론 요새(The Guns Of Navarone)가 불현 듯 기억난다.
주연배우로는 그레고리 펙(Gregory Peck), 안소니 퀸(Anthony Quinn), 데이비드 니븐(David Niven)....
영화장면 중 데이비드 니븐이 나바론 요새에 설치된 독일군 대포를 파괴하는 장치를 설치하고 수영도 할 줄 모르면서 그레고리 펙을 따라 새까맣게 높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던 그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