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카셰어링 시장이 정부 지원 하에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최근 발표한 ‘러시아 카셰어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카셰어링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70억 루블(1억1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 지난 8월에는 하루평균 카셰어링 이용횟수가 14만 건을 기록했다.
카셰어링(자동차 공유)이란, 자동차를 빌려타고 싶은 사람이 차량을 예약한 뒤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를 빌려 사용한 후 가까운 주차장에 반납하는 제도로 '사회적 공유'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존의 렌터카 사업과 다른 것은, 궁극적으로 차량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차량을 공유차량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차량을 내놓았다는 것은, 차량 사용 희망자가 그만큼 가까운 곳에서 차량을 빌려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차량 위치를 확인하고, 시동을 걸고 사용한 뒤 시간단위로 요금 결제하는 복잡한 절차가 첨단 IT기술이 있기에 가능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초보단계에 불과하다. 개인보다는 법인 사업자가 공유용 차량을 확보한 뒤 회원을 모아 운용하는 단계다. 국내에서 최근 주목을 받기 시작한 '쏘카'가 그런 식이다. 일반 자동차가 카세어링에 참여하려면 상당한 기기 변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위치 추적 시스템에 자동 시동걸기, 콘트롤 타워와의 교신시스템 등이 일반 차량에 설치되고, 사용뒤 제위치로 반납하는 시스템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인기를 끄는 것은 렌터카와는 달리 짧은 시간 사용(시간 단위)요금 체계때문이다. 기존의 렌터카는 최소한 1일 단위다. 하루짜리 지방 출장에서 자동차를 4시간만 사용하면 충분한데, 굳이 1일 요금을 낼 이유가 없다. 러시아 카셰어링의 경우, 분당 5~8루블을 받는다. 3시간(180분)에 900~1,440루블(1만7,100~2만7,300원) 수준이다. 이 정도면 기본 수요가 탄탄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수많은 주차장에서 하루 20시간 가까이 잠자고 있는 차량이 수두룩하지 않는가?
다만 우리는 내 집, 내 차, 내 물건이라는 소유욕이 심한 게 카셰어링을 가로막는 방해물이다. 서방 선진국은 물론, 러시아보다 카셰어링 시장 발전이 더딘 이유다.
지난 2017년 러시아에서도 카셰어링 이용자수가 1천600명에, 시장 규모는 2억9천530만 루블(45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용자가 8천800명으로 증가했고 올해 1월부터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1월 한달만 해도 2017년 전체보다 5배나 늘어난 10억 루블(1천550만 달러)을 초과했다니 어마어마한 성장세다. 8월에는 하루 평균 이용횟수가 14만건을 기록했다고 한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 10월 카셰어링의 일종인 '현대 모빌리티' 사업을 서둘러 시작한 것은 이해할만하다.
카셰어링 업체가 운영하는 차량도 지난해 말 기준 3천800대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1만8천대로 역시 3배 이상 급증했다. 러시아 정부는 '개인 차량 15대 운행의 사회적 비용을 카셰어링 차량 1대로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대기 질 개선과 도로 체증 감소 효과 등을 위해 각종 법안을 도입, 카셰어링 서비스를 지원하는 중이다. 모스크바 시내 주차 우대권을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에 발급하고, 모스크바 카셰어링 서비스 기업의 자동차 임대계약 대출을 정부에서 일부 보존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또 러시아 카셰어링 차량은 차 옆면에 오렌지색 줄무늬 표시를 의무화해 이용자들의 편의뿐 아니라 공공 주차공간 활용이나 차량 통제 시 예외적인 조항을 적용했다.
러시아 정부의 지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기차 도입으로 넘어갔다. 노후 차량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러시아에서, 대기의 질을 정화하려는 노력은 노후 차량의 운행을 줄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러시아 전기자동차 카셰어링은 Яндекс.Драйв(Yandex.Drive), You Drive, Делимобиль(Delimobil) 3개 회사가 시작했다. YouDrive사는 2017년 BMW i3 자동차를 카셰어링하기 시작했으며, Yandex.Drive는 지난 9월부터 Nissan Leaf 30대를 서비스에 투입했다.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에 정부예산으로 충전소 확대 계획을 수립했다.
러시아 기술공사 Rostec의 한 계열사는 크라스노다르 지역에 전기차 카셰어링 충전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고, 모스크바주 교통국은 유료 주차구역에 설치된 40개 충전소를 올해 말까지 15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전력공사 ROSSETI 역시, 2020년까지 모스크바에 고속충전소 120개를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부의 지원에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전기차 카셰어링은, 노후화한 자기 차를 끌고 나오느니, 값싼 카셰어링을 이용하자는 인식의 변화를 앞으로 가져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