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에 대한 집단적 숭배
자본과 정치는 서로 깊은 영향을 미치는 탓에,
양자의 관계는 경제학자, 정치학자, 대중 모두에게 뜨거운 토론의 대상이다.
열렬한 자본주의자는 자본이 정치에 자유로이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하지만
정치가 자본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현명치 못한 투자를 하게 되고
그 결과 경제성장이 느려진다는 것이다.
가령 정부가 기업가에게 무거운 세금을 매기고
그 돈을 실업수당을 넉넉하게 지급해서 유권자에게 인기를 끌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업가의 견해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이 돈을 마음대로 쓰게 내버려두는 편이 훨씬 낫다.
그러면 사업가는 공장을 개설하고 실업자를 고용하는 데 그 돈을 사용할 것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이런 견해애 따르면, 가장 현명한 경제정책은 정치를 경제로부터 분리하고,
과세를 줄이고,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며, 시장의 힘이 자유롭게 제 갈길을 가도록 하는 것이다.
정치적 고려의 방해를 받지 않는 민간 투자자들은 가장 큰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곳에 돈을 투자할 테니,
최대의 경제성장 (이것은 기업가나 노동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을 보장하는 방법은
정부가 가능한 한 일을 적게 하는 것이다.
이런 자유시장 교리는 자본주의 교리의 가장 흔하고 영향력 있는 변종에 해당한다.
가장 열렬한 자유시장 지지자들은
국내의 복지정책을 비판할 때만큼이나 열성적으로 해외에서의 군사적 모험을 비판한다.
이들이 정부에게 주는 조언은 선(禪)전문가가 입문자에게하는 조언과 동일하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자유시장 신봉주의는 산타클로스가 존재한다는 믿음만큼이나 순진한 것이다.
모든 정치적 편견에서 자유로운 시장 같은 것ㅇㄴ 원래 없는 법이다.
가장 중요한 경제적 자원은 미래에 대한 믿음인데,
이 자원은 도둑들과 사기꾼들에 의해 끊임없이 위협당하고 있다.
시장은 그 자체만으로는 사기, 도둑질,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
속임수를 제재하는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집행할 경찰, 법원, 교도소를 설립하고 지원함으로써
신뢰를 보장하는 것은 정치체제가 할 일이다
왕이 시장을 적절히 규율하는 업무에 실패하면, 신뢰의 상실, 신용의 축소,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우리가 1719년 미시시피 버블에서 배운 교훈이 이것이었다.
혹시 잊은 사람이있었면 2007년 미국의 주택시장 버블과
그 결과로 일어난 신용 붕괴와 불황이 상기시켜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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