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예, 즉 영어의 지리적 기원을 예로 들어
이런 유형의 언어학적 추론을 명확히 설명해보자
오늘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압도적 다수가 북아메리카에 살고,
나머지는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 전역에 흩어져 있다.
그런 국가들에는 저마다 고유한 영어 방언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런 현상 외에 언어 분포와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영어가 북아메리카에서 생겨났고, 해외 이주자들에 의해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로 전해진 것이라고 짐작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영어 방언은 게르만어족의 한 어군에 속한다.
다른 모든 어군, 예컨대 스칸디나비아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등은 유럽 북서부에서만 쓰인다.
특히 서게르만어군에 속하며 영어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프리슬란트어는
네덜란드 해안과 독일 서부에서만 쓰인다.
이런 이유에서 언어학자라면, 영어가 유럽 북서부 해안 지역에서 생겨났고,
거기서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고 정확히 추론할 것이다.
실제로 역사 기록을 통해서도 5~6세기에 잉글랜드를 침락한 앵글로색슨족에 의해
영어가 그곳에서부터 잉글랜드로 전해졌다는 걸 확익인할 수 있다.
똑같은 식으로 추론하면, 현재 아프리카의 넓은 지역을 차지하는
약 2억 명에 가까운 반투족의 기원이 카메룬과 나이지리아였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셈족의 기원이 북아프리카에 았고, 마다가스카르인의 기원이
동남아시아에 있다는 결론을 언어학적 증거에서 찾았듯
반투족의 기원도 언어학적 증거가 없었다면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앞에서 우리는 코이산어의 분포 상황과 피그미족에게 그들의 고유 언어가 없다는 사실을 통해,
피그미족과 코이산족이 과거에는 광범위한 지역에 살았지만,
결국 흑인에게 삼켜졌을 것이라는 추론을 해보았다.
(여기서 나는 정복가 축출, 결혼, 살상, 전염병 등 각종 개입 과정에 개의치 않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중립적인 단어 '삼키다engulfing'를 사용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니제르콩고어족의 분포로부터, 두 인종을 삼킨 흑인이 반투족이었음을 알게 되엇다.
지금까지 우리는 신체적 증거와 언어학적 증거를 근거로 선사시대에 있었던 '삼키기'를 추론해보았다.
하지만 '삼키기와 고나련한 수수께끼를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햇다.
이제부터 내가 제시하려는 더 많은 증거가 있어야만,
"반투족은 어떤 이점을 누렸기에 피그미족과 코이산족을 밀어낼 수 잇었을까?"와
"반투족이 피그미족과 코이산족의 고향에 도달한 건 언제쯤일까?"라는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반투족이 지닌 이점에 대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
즉 작물화한 식물과 가축화한 동물로부터 파생된 증거를 면밀히 조사해보자.
앞의 여러 장에서 살펴보았듯 식량 생산은 높은 인구밀도로 이어지고
병원균과 과학기술과 정치조직 등 힘을 강화해주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작물과 가축에서 파생되는 증거는 무척 증요하다.
지리적 위치라는 우연으로 식량 생산을 물려받거나 시작한 종족이
지리적으로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한 종족을 결국 삼킬 수 있엇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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