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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 자기다움으로 오롯이 무장한 커피 전문점을 소개합니다. 교토 시내 가와라마치와 이어지는 테라마치 상가를 북쪽으로 끝까지 올라가면 있는 스마트 커피(SMART COFFEE)입니다. 이 곳은 1932년에 처음 개업한 이래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사실 처음 가게를 시작할 당시에만 해도 상호명은 스마트 런치(SMART LUNCH)였습니다. 이후 1950년대부터 스마트 커피로 개명하고 런치 메뉴는 판매를 중단하였습니다. 허나, 1990년대 이후 다시 런치 메뉴를 시작하여 화요일을 제외한 매 11시부터 2시 30분까지 가게의 2층에서 약 9가지의 음식을 제공합니다. 최근에는 한국과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유명세를 타고 있어 런치 메뉴를 먹기란 여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교토 현지 사람들도 즐겨 가는 곳이라 설상가상으로 런치 메뉴는 고사하고 커피도 기다려야 마실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께서 이 곳을 방문하여 줄이 늘어서 있으면 그대로 발걸음을 돌리지 않길 권합니다. 런치 메뉴는 드시질 못하더라도 이 곳의 프렌치 토스트는 일품입니다. 꼭 한 번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곳은 어떻게 80년 넘게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들이 상호명으로 쓰고 있는 스마트가 단순히 현명하단 뜻이 아닌 '멋진 서비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간혹 교토의 대학생처럼 보이는 젊은 학생들이 파트 타임으로 일하곤 합니다. 허나 그들은 고객이 있든 없든 누구하나 스마트폰을 꺼내 보지도 않습니다. 눈동자는 고객의 테이블에 맞춰져 있습니다. 물컵의 떨어지면 언제 그랬냐는듯 가득 채워줍니다. 고객이 공간 안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특별한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함은 하나의 덤이 됩니다. 또 다시 가고 싶은 나만의 장소가 되겠지요.
그런 기분을 만끽하면서 치장과 가식은 잠시 내려놓으시면 좋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A씨와 B씨의 등산을 준비하는 자세를 조금 더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멋진 서비스는 과연 누구를 위한 건지를 일깨우시면 좋겠습니다. 마침내 이 곳에서 어제의 결심을 반추하고 오늘의 생각을 키워 내일을 희망으로 그릴 수 있는 가치를 만들었 으면 좋겠습니다.
써놓고 보니 교토에 가고 싶습니다. 이 곳의 아이스 커피도 이노다 커피의 그것만큼 맛있거든요.
[TIPS]
최근에 국내에서도 아주 멋진 커피 전문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화려한 인테리어는 말할 것도 없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설고 값비싼 커피 머신들도 즐비하게 갖춰져 있는 곳들도 많습니다. 대게 이런 곳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허나 심려되는 것은 혹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에 이런 곳의 외형적 모습에만 사로잡혀 다른 착각을 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다른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답을 찾고자 노력하다 보면 결국 본말전도가 되어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러한 상황을 직접 조우하게 된다면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기운이 들기도 합니다.
여기, 교토에 있는 스마트 커피점이 있습니다. 아마 제 글을 보시고 이 곳을 방문하시게 된다면 약간의 실망감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좋다고 해서 가봤더니 특별함도 없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메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구조도 아니고, 스타벅스처럼 체계화된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그저 그런 커피숍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혹 그런 생각이 든다면 여러분들께서는 지금 "없는 것을 찾고 계시는 것은 아닌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오히려 그런 것이 여러분들의 창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굿 디자인과 굿 머신, 굿 커피만 늘어나고 있는 요즘, 우리가 불안에 떠는 것은 그런 종류의 디자인과 머신, 커피만을 보고 듣기에 나오는 것은 아닐까요. (브랜드 콘셉트 디렉터 김도환님의 글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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