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돌극장에서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 연출 피리 부는 사나이를 보고
공연명 피리 부는 사나이
공연단체 극단 골목길
작 연출 박근형
공연기간 2013년7월5일~8월4일
공연장소 혜화동 선돌극장
관람일시 7월30일 20시
혜화동 선돌극장에서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연출 <피리 부는 사나이>를 관람했다.
무대는 주택의 거실이다. 정면에 내실로 들어가는 통로가 두 개가 있고 오른쪽 객석 가까이에 출입문이 있다. 무대 왼쪽 낮은 장식장 위에는 장식품이 놓여있고, 그중 검은 돌을 둥글게 파고 그 속에 자수정을 부착시킨 장식돌이 눈에 띤다. 중앙에 소파와 탁자가 있고 그 앞 오른쪽에는 식탁과 의자 세 개가 가로 놓여있다. 왼쪽 장식장 옆에도 의자가 있다.
연극은 도입에 여행용 트렁크를 등 아버지와 아들의 귀가장면이다. 베트남 모자를 아들이 쓴 것으로 보아 동남아 쪽 여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와 딸이 부자를 맞으며, 어머니는 대야를 가져다 아버지의 발을 정성스레 씻어준다. 여행담이 시작되고, 아들이 선물을 꺼내놓으면서, 부자는 사업문제로 회장을 모시고 베트남에서 중국, 그리고 압록강까지 다녀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들이 여행 중에 아버지가 회장에게 지나치게 순종하는 모습을 투정부리듯 이야기하니, 아버지는 회장님이 너를 병역에서 빼어주기로 했다면서 곧 서류가 도착할 것이라며 아들의 불평을 잠재운다. 그리고 현재 이 가족이 사는 집도 소유권을 이 가족에게로 이전해 줄 것이며, 결혼식을 못하고 3년째 동거 중인 딸 내외도 곧 혼례식을 올리도록 해 줄 것이라며, 아버지는 회장을 하늘 떠받들듯, 아들에게 회장 아들을 극진히 대하라며, 회장아들이 회장사업을 승계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피리를 불기 시작한다.
장면이 바뀌면 탁자에 돼지족발과 술병이 놓여있고, 검사노릇을 하는 이 집 사위가 장인귀가를 환영한다. 사위도 장인을 끔찍이 모시는 장면이 연출되고, 청첩장을 내 보인다. 장인 덕에 혼례식을 올리게 된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장모에게도 족발을 권한다. 그러자 족발을 먹던 장모가 마치 임산부가 하듯 헛구역질을 한다.
다시 장면이 바뀌면 어머니가 임신한 사실이 드러나고, 그것도 아들의 친구인 회장 아들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임신을 한 것이라는 어머니의 고백과 함께 식목일이었던 당시 비오는 날 밤에 회장아들과 벌였던 통정장면이 재현된다. 아들은 아버지의 발을 씻던 물을 어머니에게 끼얹으며, 어머니의 불륜을 나무란다. 어머니는 자신을 돌로 쳐 죽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버지가 자수정 돌을 번쩍 들어 어머니를 치려다가 차마 못하고 멈칫한다. 사위가 돌로 구타하면 범죄행위라며 말린다. 그러면서 가족들의 의견이 쏟아져 나온다, 임신한 아기를 지워버리라고 하지만, 기독교 집안이라 종교의 계율을 저버릴 수 없어, 낳기로 의견을 모으고, 3년째 아기가 없는 딸 내외가 아기를 기르도록 하자며, 어머니를 출산할 때까지 먼데로 여행을 보내자고 한다. 어머니는 내실에서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유서를 써놓고 혀를 깨문다. 그 때 회장이 이 집을 찾아온다. 회장아들과 회장의 모습이 백발만 빼놓고 똑같다. 동남아 일주여행을 해 성사시킨 사업이 상대의 계약해지로 무산이 되었다며, 다시 한 번 현지방문을 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다. 회장은 이 집 지붕이 슬레이트인 것을 알고 집을 수리해 주기로 약속도 한다. 그러면서 회장은 이 집 아들의 병역면제 서류도 내놓는다. 아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나 아들은 회장아들과 자신의 어머니와의 통정사실을 회장에게 털어놓는다. 임신한 사실까지도.... 회장은 부끄러워하며, 아들의 잘못을 사과한다. 어머니에게도.... 그리고 다시 한 번 동남아를 방문하는 것을 안 해도 좋다며, 이집 딸의 혼례식에 주례를 서기로 한 것도 취소를 하라며, 이 집 문을 나선다.
대단원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여행용 트렁크를 다시 챙기고, 회장의 뜻대로 현지를 방문하려 한다. 어머니와 딸이 배웅을 하고, 아버지가 썬그라스를 쓰고 “출발”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장면과 회장아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미소를 짓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간통죄를 폐지운운하고, 도처에 건립된 수많은 러브호텔만으로도 현재의 자유스런 남녀관계를 짐작할 수 있듯이, 경제력만 있으면, 일체의 비행도 눈감아주는 세태와 풍토를 거울에 비춘 듯싶은 연극이다.
아버지로 윤제문, 회장과 회장아들로 박완규, 큰딸로 이봉련, 사위로 전운종,아들로 유승락, 어머니로 신사랑이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조연출 이은준, 무대감독 이호열, 조명디자인 라성연, 음악 박민수, 피리지도 한충은, 사진 김은우, 홍보디자인 장경진, 인쇄 복사광장, 프로그램디자인 한혜나, 오퍼레이터 윤정일·나영범, 진행 안소영 등 모두의 정성이 하나가 되어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연출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성공작으로 만들어 냈다.
7월30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