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수행과 노화 그리고 치매 예방
김재일(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
<월간 불교와 문화>연재
들어가며
명상 수행으로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효과는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정신건강과 노화 예방과 관련된 연구들이 주로 많다. 물질적 풍요와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평균 수명이 최근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벌써 2000년부터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을 넘어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문제는 노인 인구의 비율도 비율이지만 전례가 없는 가파른 증가 속도다. 머지않아 그 비율이 14~21%에 이르는 이른바 고령사회에 접어들게 된다. 우리 사회는 이미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겼고, 평균 수명 100세는 꿈이 아닌 현실로 성큼 다가올 전망이다.
그 같은 고령사회에서 100세의 장수는 축복일까 재앙일까에 대해 얼마 전 언론이 전한 통계 자료가 있다. 우리 국민은 10명 중 6~7명이 재앙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된 노후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사회 제도적으로나 가정 경제적으로 노후에 대한 대비와 준비가 형편없이 부실해 시급한 국가적 핵심 의제로 대두되었다.
고령사회의 진입과 더불어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바로 노화에 따른 다양한 노인질환이다. 특히 퇴행성 뇌질환과 뇌혈관질환 그리고 우울증과 같은 신경행동장애들이다. 명상 수행이 이들 노인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유의한 효과가 있다면 국가와 사회가 고령사회에서 치러야 할 엄청난 비용을 일정 부분 절감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주목해 명상과 노인질환, 특히 치매에 대한 학계의 최근 연구 성과와 최신 지견을 소개하고자 한다.
명상을 통해 인지기능을 개선하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많다. 그 과학적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명상이 뇌의 노화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명상은 부신피질호르몬의 하나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코르티솔의 분비를 억제해 뇌유도 향신경인자(Brain 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신경을 보호할 수 있다. 또 명상은 지질의 정량적 특질과 저산화성 스트레스에 잠재적으로 유익한 영향을 미쳐 뇌혈관질환과 노화 신경퇴행질환의 발병률을 낮출수 있다. 명상을 통해 신경원의 회로를 강화하고 인지적 가용 능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명상이 장수와 건강 증진에 유효하다는 증거도 많다. 인지적 연구나 뇌전도(EEG), 그리고 구조 뇌 영상 연구들은 명상이 신경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어떤 뇌 단면 연구에서는 명상 수행자들의 특정 대뇌피질 부위의 두께가 나이와 더불어 줄어든다고 보고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구들은 선급한 낙관보다는 보다 면밀한 검토와 논의를 통해 엄격한 과학적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실제로 명상은 수행 기법과 방식에 있어 서로 이질적인 행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서로 상이한 양식의 여러 명상 기법들 사이에 공통 요소를 찾아내어 그것의 최적 수련 양을 결정하고 또한 전문 수행인에게서 관찰된 결과들이 보다 넓은 대상들에게도 일반화될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노화와 치매
노화는 문자 그대로 나이가 들어간다는 말이다. 나이와 더불어 신체적인 활력이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기억력, 이해력, 추리력, 판단력 등과 그 기민성도 떨어진다. 노화는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모든 유정물의 생물학적 숙명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이가 들어 노년에 이르면 신체적 기력과 함께 인지기능들도 감퇴하게 된다. 문제는 또래집단과 엇비슷한 정도의 인지기능 감퇴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심하고 가파른 인지장애다. 노년기에 접어들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노인성 건망증에서 경도인지장애 그리고 각종 치매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노인성 건망증은 나이와 더불어 기억력만 선택적으로 손상되고 다른 인지기능들은 정상 범위로 잘 보존된 경우를 말한다. 물론 일반 지적기능과 같은 전반 인지기능에도 변화가 없다. 그래서 최근에 경도인지장애란 용어로 대체되었다. 경도인지장애란 다른 인지기능들은 잘 보전된 가운데 보통 기억기능의 한 인지 영역만 부분 손상된 경우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는 관리 여하에 따라 치매로 발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경도 인지장애를 치매의 전조 단계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치매로 발전하기 직전의 경도인지장애 단계를 조기에 발견해 잘 관리하면 치매 걱정 없이 오래도록 정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치매는 지적 정신능력과 사회적 활동능력이 소실되어 일상생활에 장애를 가져올 정도로 충분히 심할 때 보통 노망을 일컫는 말이다. 보다 엄밀히는‘둘 또는 그 이상의 인지 영역에 심한손상을 보이는’전인지기능장애다. 치매는 그 자체의 질병을 말하는 것이라기보다 특정 증상들이 나타나서 어떤 기준을 만족시키는 일련의 증후군을 말한다. 그 기준이 기억상실증과 더불어 그 밖의 한 가지 이상의 인지장애를 수반해야 한다는 조건이 되겠다. 따라서 치매는 기억상실증에 실어증, 실행증, 실인증, 집행기능장애, 사고장애 등이 수반될 수 있는 실어증, 장애 외에도 치매가 점차 진행됨에 따라 우울증,환각, 환청, 의기소침, 무감증, 인격 및 정동장애, 성격의 변화 등 비정상적인 다양한 신경행동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치매는 원인과 주요증상이 다양해 그 분류도 복잡하고 경계도 모호하다.
급속한 노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우려와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치매발병률은 65세에 10%에 이르며 이후 10년마다 두 배로 치솟는다.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50~70%) 같은 퇴행성 뇌질환과 뇌졸중 같은 뇌혈관질환들이 가장 흔하다. 그외에도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과 혈관성 치매의 병리학적 특징이 모두 혼재하는 혼합성 치매가 있다.
노인을 괴롭히는 가장 흔한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은 아주 가벼운 건망증을 시작으로 병이 진행되면서 언어 구사력, 이해력, 읽고 쓰는 능력,시각-구성기능, 전두엽기능 등에 장애를 보인다. 결국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불안해하기도 하고, 매우 공격적인 행동을 드러내기도 하며, 길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기도 한다. 개인차가 크지만 발병에서 사망까지 서서히 점진적으로 10년 이상 진행된다.
뇌혈관성 치매는 두 번째로 흔한 치매로 순수 혈관성 치매는 10% 정도이나, 알츠하이머병과 혼합성 치매를 포함하면 25%에 달한다. 혈관성 치매의 주요 위험 인자로는 뇌졸중 병력,죽상경화증, 고혈압, 당뇨, 고콜레스테롤혈증,흡연, 비만, 남성 그리고 노령 등이다. 60세에서 75세 사이에 주로 발병한다. 진행 과정은 허혈 부위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며,보통 증상이 안정기와 급성 악화기가 반복되는 단계적 양상으로 진행된다. 혈관성 치매의 임상 증상은 뇌졸중과 주연부의 위치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우울증과 불안도 흔히 나타나며 감정둔마와 사회적 철회, 탈억제, 요실금 등의 신경과적 증상이 자주 관찰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목되는 혈관성 치매의 신경심리학적 특징은 정신운동기능의 둔화, 주의집중력 저하, 그리고 시각-지각 구성기능의 결함이다.
마지막으로 혼합성 치매는 위에 기술한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양자의 다양한 혼합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위험 인자나 증상 그리고 임상 경과 역시 매우 다양한 신경심리학적 특성을 보인다. 실제 임상에서 여러 치매의 감별 진단은 전문가의 체계적인 신경심리 평가에 의해서만 확진이 가능할 정도로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치매 외에도 치매의 종류는 많다. 대표적인 피지하 치매인 파킨슨병과 헌팅톤병, 루이소체 치매, 그리고 광우병으로 우리에게 보다 잘 알려진 크루츠펠트-제이콥병등이 그것이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전문 문헌을 참고하기 바란다.
위 두 사진은 명상할 때 전두엽 활성이 증가함을, 아래 두 사진은 명상할 때 두정엽 부위의 활성이 감소함을 보여준다. 명상할 때 강한 집중이 이루어지고 공간 자각이 사라진다.
명상 수행과 치매 및 노화 예방
명상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수와 관련해서도 늘 그 효용성이 논의되어왔다. 어떤 연구자들은 심혈관계와 다른 생리적 지표에 나타나는 명상의 효과에 주목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질 측면 구조와 산화성 스트레스에도 명상이 유효하다는 연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정확한 작용 기전에 대해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뇌의 노화와 기억력 감퇴도 명상과 관련해 흔히 논의되는 주제다.
명상이 기억력 감퇴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치매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명상은 신경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쳐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을 중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신경가소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신경가소성이란 질병이나 사고로 잃은 신경세포 대신에 다른 신경세포가 돌기를 증가시켜 없어진 부분의 기능을 보완하는 신경망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한다. 재활훈련이나 뇌기능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원리인 것이다.
명상은 종류나 기법 그리고 그 유래 등이 다양해 그에 대한 학계의 연구도 여러 분야에서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명상 수행들을 체계적으로 검사해 명상 수행의 공통 유효 성분을 일관되게 검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통적인 명상 수련의 대부분은 동양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대중에 보다 보편화되어 있는 명상 수련들은 서구권에서 개발된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서구에 알려진 명상 기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지 및 신경생리학적 연구 결과들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명상 관련 연구들은 명상
을 수련한 실험군과 그렇지 않는 일반 대조군을 대상으로 인지기능 검사나 신경생리 또는 뇌 영상 지표들을 비교하는 데 주력했다. 이들 연구를 보면 초월명상(Transcendental Meditation, TM)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 다른 명상 기법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초월명상은 매일 두 번씩 20분 동안 눈을 감고 공인 TM 사범이 지정한 개인 만트라를 암송하는 수련 기법이다. 인지기능과 관련한 초월명상 연구는 주로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사이에 집중적으로 수행되었다.
대부분의 연구들에서 다양한 인지 영역과 세부 과제에 초월명상 수행이 좋은 효과를 보였다. 회상 항목의 길이가 증가하고 계산 과제의 수행이 향상되며 숨은 그림 찾기 과제의 속도가 빨라지며 운동선수의 숙련도와 반응 속도,협응도 및 지능이 향상되고 창의적 사고-그림 그리기 수행이 증진되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평균 81세의 자원 노령자를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다. 자원 노령자를 무선 표집해 각각 TM 집단, 이완 집단, 그리고 아무런 처치도 하지 않은 무처치 집단의 세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그 결과 초월명상 집단이 다른 두 집단보다 과학습 언어과제에서 더 좋은 수행을 보였고, 선별검사(the Dementia Screen Test, DST)의 소검사인 연합학습(the Associate Learning, AL)에서 통제군보다 나은 수행을 보였다. 그러나 DST의 몇몇 소검사들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즉 DST 총점, 언어유창성, Stroop 색깔 단어 간섭 검사, 그리고 물건 활용검사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따라서 보다 완전하고 정교한 실험 설계로 나온 새로운 연구 성과가 있는지 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다.
명상 수련과 신경생리학적 관련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주로 불교 수행자의 뇌파를 분석한다. 티베트 불교 닝마파와 까규파의 전통 수련법에 정통한 수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를 보자. 실험에 참여한 수행자들은 15년에서 40년 동안 1만 내지 5만 시간 전통에 따라 철저하게 수행해온 고승들이었다. 수행의 목적은 무념무상 대자대비의 보리심 증득에 있었다. 반면 통제 집단은 실험 1주일 전에 명상 훈련을 받고 매일 1시간씩 수련하도록 했다. 명상하는 동안에는 수행자나 통제 집단 모두 무념 무상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기저선에서 고승들이 내측 전두두정엽 전극에 높은 감마 대역 뇌파가 활성화되었다가 무상무념 단계에서 통제 집단에 비해 특히 외측 전두두정엽 부위에 높은 감마 진동과 위상 동조를 보였다. 이처럼 동조화된 감마 진동이 시간적으로 고도의 정밀성을 띠고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신경 동조화가 시간이 흐르면서 형성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두 집단 사이에 보이는 기저선 EEG 차이는 명상의 영향이 장기적으로 신경원 집단으로 축적된 결과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 나이를 통제하고 명상 수련 시간과 상대적인 감마 활동을 비교한 결과 초기기저선 동안 의미 있는 상관을 보였다.
마음챙김에 기반한 명상 수행을 대상으로 한 EEG 연구들도 있다. 8주간의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한 명상 집단과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통제 집단을 비교한 결과 좌측 앞쪽 부분의 EEG에 활성화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인플루엔자 백신 항체도 통제 집단에 비해 명상 집단에서 증가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그 항체 증가폭과 좌측 활성화 증가 정도 사이에 정적인 상관을 보였다. 이는 명상 수행이 뇌와 면역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마음챙김, 즉 순간순간 분별심 없는 각성을 통해 뇌, 특히 면역계에 유익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후속 연구를 통해 보다 많은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다.
러시아에서 보고된 한 연구에서는 사하자 요가 명상을 대상으로 했다. 이 연구는 ‘의도적 자기주의 통제’에 특별한 관심을 두었다. 여기에서의 핵심 경험은 ‘무념 각성’ 또는 ‘심적 침묵’인데, 명상자는 깨어 있지만 불필요한 어떠한 정신활동도 하지 않고 이완과 긍정적 기분이 이어지는 상태다. 실험 결과 눈을 감는 기저 상태에서는 명상가에서 보다 강한 세타-1, 세타-2 및 알파-1 주파수대의 EEG가 관찰되었다. 피험자들에게는 정서적으로 중립적인 장면과 부정적인 장면의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명상 집단과 통제 집단 모두 비동기화를 보였으나, 혐오스러운 동영상 장면이 통제 집단의 전측 피질부에 감마파를 동기화시킨 반면 명상집단에서는 동기화시키지 않았다. 감마 활동은 정보처리의 증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통제 집단에 정서적 부하가 높았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이를 달리 해석하면 명상집단은 부적 정서의 강도를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 자율신경계의 흥분을 낮출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런 부류의 연구들은 스트레스 유발과 명상 수행을 통한 스트레스 예방 효과에 대중적인 기대를 모았다.
명상에 대한 연구에 신경생리학적 측정 기법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명상과 뇌의 구조적인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 연구에서는 통찰명상 수행자들의 구조 뇌 MRI를 분석했다. 통찰명상은 매 순간의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나 주문이나 게송을 외우지않으며, 특정 자극에만 배타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외적이든 내적이든 모든 자극에 대해 마음을 열고 그 경험에 개입하지 않은 채 순수하게 관찰 또는 의식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통찰명상을 통해서는 자기 자신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봄으로써 자기 자신과 세계에 대한 바른 앎이나 통찰을 얻게 된다.
통찰명상 수행자와 통제 집단 사이에 전체적인 뇌의 피질 두께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행 집단의 경우 우뇌 전측 도(섬), 중간과 위쪽 전두고랑에서 통제 집단보다 피질 영역 두께가 두꺼웠다. 더구나 수행 기간에 비례해 피질가소성은 정적 상관을 보였다. 특히 다른 요인들을 통제하면 하측 후두측두 시각피질이 수행 기간과 상관을 보였다. 피질 두께는 나이와 더불어 엷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뇌의 브로드만 영역 9/10번에서 40~50대 명상 수행자들의 뇌 피질 평균 두께는 20~30대의 명상 수행자와 대조군의 피질 두께와 비슷했다.
이로 보아 명상 수행은 피질의 두께를 보전해 노화 과정을 감소시켜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노화에 따라 피질의 두께가 줄어드는 과정을 상쇄시켜 피질의 가소성을 조절할 것이다. 이 연구는 명상 수련이 피질의 두께에 영향을 미친다는 뇌의 구조적 증거를 처음 제시한 사례가 되겠다. 보다 세련된 실험 설계를 통해 명상 수행 기간을 적절히 통제해 보다 체계적인 검증이 있어야 하겠다. 또 피질의 두께가 인지기능의 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후속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명상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신경해부학적 접근과 신경생리학적 연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인지기능은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명상 수행의 신경화학적인 효과에 주목한 연구를 보자. 한 연구에서 폐경기를 넘긴 일단의 여성을 대상으로 초월명상이 코르티솔 분비를 유발하는 대사 스트레스원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그 결과 초월명상을 수련하지 않는 여성보다 초월명상을 장기간 수련한 여성의 코르티솔 반응이 낮았다. 흥미롭게도 초월명상을 수련한 개월 수에 따라 혈관성 위험 인자와는 부적 상관을 보였다. 즉 수련을 오래 하면 할수록 혈관성 위험 인자가 낮아졌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에서 중요한 사실은 초월명상이 뇌의 장수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초월명상이 혈관성 위험 인자와 뇌졸중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고코르티솔증이 해마를 위축시키는 과정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뇌 유도 향신경인자(BDNF)와 같은 성장인자의 수준을 상승시켜 장수에 기여할 수도 있다. BDNF는 우울증과 치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우울증과 치매 환자들의 경우 BDNF의 수준이 정상인보다 일반적으로 낮다.
맺는 말
명상 수행의 효과들은 여러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명상과 인지기능의 관계와 신경생리학적 변화와 관련한 연구가 많았다. 이들 연구에서 자주 지적되는 한계는 첫째, 그 수많은 명상 기법들 사이에 공통 요소나 실효 성분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보다 많은 연구 집단들이 기존 연구를 반복 검증해 신뢰할 만한 실효 성분의 실증적 증거를 축적하는 문제는 아직 학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고령사회에 대비해 노인을 대상으로 치매나 뇌혈관질환, 특히 인지기능 개선에 처방하는 약물의 효과와 대비해 명상의 장단점을 비교해보면 재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보다 과학적인 연구의 진전을 위해서는 서로 상이한 명상 기법들 사이에 존재하는 개별 성분들을 면밀히 분석해 보다 실효적인 공통 성분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명상에 대한 연구에서 관찰되는 또 다른 문제점은 연구 집단의 다양성이다. 명상을 연구하는 접근 방향에 따라 상이한 연구 결과를 내놓아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연구 성과의 일관성을 검증하고 명상 수행의 신경생리, 신경해부 및 생화학적 효과들을 균형 있게 조명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명상 연구에 엄격히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는 문제다. 즉 과학적 방법론의 기본인 무작위 표집, 이중맹 평가, 그리고 통제 집단(대조군) 설정 등 연구의 신뢰성 확보 문제다. 명상 수행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인지기능 검사, 치매 평점척도, 그리고 여러 행동기능 검사와 같은 신경심리학적 평가 절차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에 더해 유전자 구성, 섭식습관 또는 생활양식 등이 통제 요인에 반영된다면 한층 진전된 연구가 될 것이다. 우리들이 즐겨 먹는 카레 성분인 강황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는 그 한 예가 되겠다. 최근 들어 눈부시게 발전한 뇌의 구조적, 기능적 신경영상 기법들도 명상 수행의 효과 입증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거 중심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과학적인 연구만이 명상 수련 연구의 진전과 신뢰를 확고히 담보할 수 있으리라 본다.
◎ 추천 문헌
1. 조 디스펜자 지음, 김재일·윤혜영 역, 『꿈을 이룬 사람들의뇌』, (주)한언, 2009
2. 불교와 사상의학 연구회 편, 『불교의 마음챙김과 사상의학-불교와 의학의 만남』, 운주사, 2011
3. 앨런 월리스 지음, 최호영 역,『 뇌의식과 과학』, 마루벌, 2011
4. 리타 카터 지음, 장성준 역, 『뇌 The Brain Book』, 21세기북스, 2010
5. 안도 오사무 지음, 김재성 역,『 명상의 정신의학』, 민족사, 2009
6. 김재일, 「Brain Plasticity, Spontaneous Healing, and Spirituality」, 에너지 의학 심포지엄,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보완통합의학연구소, 2009
7. Mike R. Schoenberg & James G. Scott (Ed),『 The Little Black Book of Neuropsychology: A Syndrome - Based Approach』New York: Springer Science + Business Media, 2011
■ 김재일│전남대학교(생물 및 심리학)와 고려대학교 대학원(생리심리학)을 졸업한 후 독일 Ruhr-University Bochum·Bielefeld University에서 각각 생물심리학과 신경심리학을 전공했다. 서울대 심리학과(생리심리학) 강사를 거쳐 현재 아주대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및 아주대병원 교수, 상명대 대학원 감성공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주전공 외에 티베트의학의 연구와 학술활동에 주력하고 있고, 공역서로『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원제: Evolve your Brain-The Science of Changing Your Mind』가 있으며「티베트 의학-마음, 질병 및 건강·불교와 의학의 만남-치유와 소통」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