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는 지난번 춘천에서 다친 허리가 얼마만큼 회복이 되었는지 시험하는 무대가 된다.
상기네가 알려준 방법대로 꾸준히 재활훈련을 한 덕에 평상시 움직임에 부담이 없을 정도까지 좋아졌다.
별로 대단한 동작도 아닌데 효과 하나는 확실한 듯.
집사람은 며칠전부터 대회는 무슨 대회냐며 가지 말라고 하지만 그런식으로 하다보면 과연 제대로 참가할만한 대회가 몇이나 될까?
토요일 저녁에 성남 터미널 근처에서 자고 안선생님 동서가 데려다주는 차편으로 잠실운동장에 도착하니 비가 쏟아진다.
에효~그렇지 않아도 허리땜에 신경이 쓰이는 판에...!
7시까지 차에서 머물며 쉬다가 밖으로 나서니 빗줄기가 다소 약해졌다.
이제 그만 오면 좋겠는데...!
화장실 다녀오고, 짐 맡기고, 출발점으로 이동 할때까지 거의 그쳤던 비가 출발 직전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어~이런!
비가 그칠줄 알고 모자까지 벗어놨는데...
이런날은 뛰다가 퍼지면 그냥 죽음이다! ㅎㅎ
죽어도 퍼지면 안돼!
목표는 변함없이 서브3지만 몸 상태를 제대로 알 수가 없으니 초반에 나오는 페이스를 보고 판단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일단 허리쪽에서 움직임에 따른 통증이나 부담은 느껴지지 않으니 천만다행.
확실히 지난번 춘천대회때 보다는 몸이 부드럽다.
이렇게 다시 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공이다.
첫5Km지점인 천호역까지 가는 동안 꾸준히 대열을 앞지르며 달렸는데도 구간기록이 21:28를 가리킨다.
'지난번 춘마때보다 몸이 연해졌긴 하지만 스피드를 내고 유지하는덴 아직 부족함이 있구나!'
일단 15km나 20Km까지 가보면서 목표를 정하기로 마음을 먹고 빗속을 헤치며 전진!
중간에 빗줄기가 강해지기도 하고 조금 수그러들기도 하지만 완전히 그치지는 않고 줄기차게 이어진다.
하프만 같아도 열을 식혀주는 효과를 기대할만 할텐데 풀코스에선...
춘마때와 비슷하게 저만치 서브3 페메의 풍선이 보인다.
하지만 소가 닭을 쳐다보듯 별다른 끌림이 없다.
먼저 내 몸의 상태를 확인해보고~
10Km 20:55 42:24
15Km 21:10 1:03:35
15km에 이르도록 기준기록에도 못 미쳤으니 사실상, 아니 확실히 서브3는 물 건너갔다.
일찌감치 마음을 편하게 먹고...
마음을 느긋하게 먹는 것까진 좋은데 한번 늘어지면 한없이 만고강산이 되는 판이라 약간의 긴장감은 남겨놓아야겠다고 생각을 해보지만 그게...
20Km 22:08 1:25:44
25Km 23:10 1:48:54
30Km 23:51 2:12:46
30Km에서 구간기록이 지난번 춘천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며 문득 허리에 신경이 쏠린다.
그러고보니 허리가 무사하구나!
남은 구간에서 몸이 굳어지면 증상이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오늘은 스펀지를 절대로 집지말자!'ㅎ
대열의 흐름을 따라서 가는데 전체적으로 똑같이 늘어지고 있기 때문에 역동감도 없고 ...에이 속도를 올려볼까나?
하지만 이미 적당한 타성이 몸에 베었기 때문에 보폭이 벌어지질 않는다.
아까서부터 뛰다걷다를 반복하고 있는 '자유로클럽' 주자에 눈이 가는데 뛰는 동안엔 자세가 그렇게 부드럽고 좋을수가 없다.
아마도 상당한 수준의 내공을 가진 사람인가본데 몇분마다 걷기로 돌아가는 사람을 꾸준히 뛰고 있는 내가 따라잡지를 못하니 이런!
역시나 유연한 자세에서 스피드는 완성된다.
안선생님이 마련한 스페셜젤도 먹었고 30Km급수대에서 나눠주는 카보샷도 먹었으니 속도 든든하고 체력적으로도 별문제가 없고, 허리도 괜찮고... 다 좋은데 몸이 굳어지며 보폭이 나지않는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따복따복 가다보니 거리는 야금야금 줄어들고 기분은 점점 좋아진다.
대열에서 보여지는 주자들의 얼굴표정과 다른것은 확실하다.
지난번처럼 숫자를 세며 앞지르기를 해볼까 하다가 ...아서라!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그저 안전하게 경기를 마쳐야한다!
35Km 25:43 2:38:29
40Km 25:20 3:03:49
Finish 9:59 3:13:49 [공식기록 3:13:43]
마지막 구간에선 10분이라는 상징적인 벽을 넘어서야겠다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속도를 내본다.
경기장 입구에 늘어선 사람들 틈을 지나는 동안 그래도 스피디하게 달리고 있는게 다행이다.
30~40Km구간을 23분대 정도로 끌고 왔어도 충분했겠다는 생각이 들며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2주만에 이렇게 무사히 완주를 하게 된 것이 최고의 기쁨!
경기를 마치고 트랙난간에 서서 안선생님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다보니 몸이 점점 식으며 굳어들기 시작한다.
칩을 반납하고 물품을 찾아 겉옷을 걸치고 바지를 덧입으려는 순간 전화가 걸려오고 허리가 꾸~ㅁ~!!
여기서 사고치면 이젯껏 달린것 죄다 물거품이 된당!
정자세로 서서 전화가 끝날때까지 바지는 입으려고 시도하지 않고 그대로...
다리건너 삼성역 부근의 목욕탕에 가서 온탕에 몸을 담그고 풀어주니 '허리완전정복'
선수단을 격려차 나온 송원장과 셋이서 부근에서 쭈꾸미전골에 국민주를 몇잔했더니 이젠 허리뿐만이 아니라 온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느낌^^
의사선생님 말씀, 알려지지않은 비밀이라는데 술이 최고의 명약이란다.
다만 일반에 알리지 못할 뿐. 믿거나 말거나^^
내려오는 길엔 우여곡절 끝에 비호/전주 연합팀의 버스에 끼어 탈 수가 있었다.
버스에서도 일반에 알리지 않고 명약을 섭취(?), 집에 돌아와서도 지난 금요일날 그 맴버가 셋이서 맥주 아닌 명약을 놓고 밤이 늦도록~^^
첫댓글 부상투혼에 좋은 기록까지 완주를 축하합니다^*^
장하다.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