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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산청 얼레지피는마을로 들어서는 언덕길과 길옆을 지키고 있던 간디학교가 머릿속에 생생한데 벌써 3주라는 시간이 지났다.
2박3일이라는 시간이 마냥 길 것만 같았는데 막상 지내고 보니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후딱 지나간 듯하다.
주말과 한글날이 있는 징검다리 연휴를 맞이하여 모처럼 가족여행을 떠나고자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해오던 차에 운 좋게도 대산농촌재단에서 지원하는 가족사랑 농촌체험에 당첨이 되어 가족들과의 상의 끝에 기존에 예약되어 있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산청 얼레지피는마을에서 2박3일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는가.. 모처럼만에 가족 여행을 앞둔 그 시점에 대형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을 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농촌체험 일정이 시작되는 때와 맞물려 산청도 포함되어 있는 경남 지리산 내륙지방을 통과한다는 예보가 들려왔다. 먼 길을 가야하는 우리에게 체험 일정이 혹여나 취소가 되지는 않을까, 가는 길에 만날 지도 모르는 폭우와 거센 바람에도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을까, 또 미열로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기운이 없어 보이는 둘째아이가 여정 길에 더 아프면 어쩌나 하는 이런 저런 생각으로 출발 일을 초심초사 기다렸다.
그럴 때 친절하게도 성경모 위원장님께서 먼저 태풍으로 인한 현지상황 및 향후일정 등을 안내해주시고 모임 시간도 당초 정오경에서 태풍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오후 5시로 변경해주신 덕에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 있게 출발할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태풍으로 인해 우리가 걱정하고 신경 썼던 것은 위원장님과 사무장님 등 마을 관계자 분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석이 예정되어 있던 일곱 가정이 모두 참석할 수 있을지, 태풍 경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야외활동이 많은 프로그램 일정을 몇 번이나 고민하고 수정하면서 우리가 무사히 도착하길 기다리셨을 그 분들을 생각하면 말이다.
아쉽게도 일곱 가정 중 세 가정이 태풍으로 취소를 하고 네 가정만이 옹기종기 모여 얼레지마을 가족사랑 농촌체험 역사상 가장 적은 가족 수로 진행이 되었지만 단 한 가정만 참석을 해도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진행을 했을 것이라는 사무장님의 말씀에 우리는 정말 복 받은 사람들이구나, 참석하길 잘 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차를 타고 출발할 때 흐린 날씨 속에 내리던 비는 시간이 흐르고 장소가 바뀜에 따라 새하얀 구름 사이 높고 파란 하늘과 밝고 따뜻한 햇살로 그 모습을 바꿔가며 우리를 얼레지피는마을로 안내해주는 것 같았다.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소 한편에 둘러 앉아 먹는 김밥... 보통 김밥이 아닌 아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 정성껏 만든 이 세상 유일한 김밥을 맛있게 먹으며 당일 아침에까지 우리를 괴롭혔던 걱정 근심은 온데간데없고 지친 일상을 떠나 가족끼리 둘러 앉아 먹는 한 끼 점심에 대한 행복함과 앞으로 맞이할 일정에 대한 기대감만이 가득했다.
가는 길에도 먼 길 오는 우리를 위해 안부전화까지 해주신 위원장님의 따뜻한 배려와 그런 좋은 분들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다섯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모임장소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성경모 위원장님과 이준 사무장님께서 우리 가족을 반갑게 맞아주셨고 다른 가족 분들이 오실 때까지 아이들은 첫 모임장소인 식당 마당을 뛰어다니며 몸을 풀고(?)있었고 우리 부부는 맞은 편 간디학교를 거닐며 태풍이 지나간 직후의 깨끗한 하늘 아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즐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른 가족 분들도 도착을 하고 처음이라 어색하긴 했지만 아이들은 마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언니, 동생을 만난 듯 손을 잡고 다니며 어울리기 시작했다.
식당에서 준비해주신 맛있는 저녁식사로 감사한 첫 번째 공식 일정이 시작되었다. 오랜 운전으로 허기진 우리에게 식당 주인 부부께서 직접 만든 따끈한 손 두부와 매콤 달콤 밥도둑 제육볶음, 그리고 갖가지 손수 만드신 여러 반찬들로 성대한 저녁 만찬을 즐긴 후 체험활동 장소인 마을학교로 이동했다. 오기 전 이런 저런 걱정들은 싹 사라지고 오히려 시작시간이 12시에서 5시로 늦춰진 것이 그렇게 아쉽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마을학교에서 대산농촌재단의 사업내용과 얼레지마을에 대한 소개 영상을 보며 지금까지의 가족사랑 농촌체험사업 진행상황과 2박3일간 우리의 체험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가족들끼리 소개를 하며 인사도 나누고 나니 이 자리에 함께한 우리 모두가 서로 간 사랑과 관심으로 똘똘 뭉친 가족들이라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을학교에서는 나뭇가지, 솔방울, 도토리, 이름 모를 말린 꽃 등 자연재료로 메모꽂이와 꽃 리스를 만들며 가족끼리 돈독한 정도 나누면서 다른 가족 분들과도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도 많이 누그러졌다.
무심코 밟고 지나칠 수도 있는 나뭇가지와 솔방울들이 우리 아이들의 솜씨로 이렇게 훌륭한 예술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한 시간들이었다.
얼레지피는마을은 독특하게도 숙박이 민박형태로 이뤄져 있어 위원장님과 사무장님 댁을 포함한 귀농하신 분들 댁에서 잠을 자고 아침식사도 하는데 이틀 밤을 지낼 집은 가정별 추첨으로 정해진다. 우리 가족은 막내인 둘째가 용감하게 가족대표로 나가 민박집을 뽑았는데 안솔기마을 마정자 선생님 댁에서 이틀 밤을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첫 날의 일정을 즐거운 마음으로 모두 마치고 위원장님의 안내를 따라 가다 보니 찻길 앞까지 나오셔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 마정자 선생님을 만나 뵐 수 있었다. 마을 입구에 주차를 하고 어두컴컴하고 찬바람도 제법 마을 입구 길을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함께 걸어갔다.
막내인 딸은 어둡고 찬바람 쌩쌩 부는 그 길이 무서웠던 듯 가는 길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지만 선생님께서 마치 손녀딸처럼 꼭 붙들고 가주셔서 금세 눈물을 그치고 씩씩하게 선생님 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묵을 방을 안내해주시어 짐을 풀고 거실 식탁에 둘러 앉아 맛있는 배와 몸을 녹여주고 긴장을 풀어주는 향긋하고 따뜻한 차도 마시면서 선생님과 담소도 나누며 첫 만남의 시간을 가졌는데 다른 곳에서는 체험하지 못 할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이들도 처음 맛보는 차인데도 몇 번을 계속해서 마셨고 우리는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서로 친숙하게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맞아주신 선생님은 샤워실과 화장실 등 위치와 사용법 등을 친절하게 알려주셨고 우리가 묵을 2층 방에 이불이며 배게며 부족하진 않은지 몇 번이고 확인을 해주셨다.
선생님 댁의 화장실은 물을 내리는 방식이 아닌 부엽토를 뿌려 거름으로 활용해 자연으로 다시 보내는 정화조가 없는 친환경 방식의 화장실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화장실보다 더 깨끗하고 위생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우리가 묵었던 방에 꽂혀있던 만화책을 신나게 보기 시작했고 아내와 나는 아이들이 이부자리로 오길 기다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밤 12시가 훌쩍 넘어서야 편안한 잠을 청했다.
산청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아침이 밝아왔고 곧 시작될 이틀째 일정에 설렐 틈도 없이 아래층 주방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식욕을 북돋아주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보다 먼저 일어나셔서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는데 따뜻하고 감칠맛 나는 미역국과 유정란으로 만든 정갈한 계란말이 그리고 여러 가지 손수 정성껏 만든 맛있는 건강 반찬들, 그리고 밤과 은행까지 들어있는 영양밥까지.. 마침 그 날은 나의 생일이었는데 어떻게 아시고 미역국을 준비해주셨을까 하는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모처럼 맛있고 든든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바쁜 생활로 아침은 거를 때가 더 많았는데 이렇게 풍성한 아침을 온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아침식사 후 선생님께서 체험활동 하면 서 추울 때 따뜻하게 마시라고 손수 보온병에 담아주신 어제의 그 황차와 아침 식사 준비에 바쁘셨을 텐데도 직접 만들어 주신 빵도 챙겨 다시 부푼 마음으로 마을학교로 향했다.
각자 다른 곳에서 민박을 한 가족들이 마을학교로 옹기종기 모여 아침 인사를 나누었고 아이들도 서로 잘 잤냐고 인사하며 손을 꼭 붙잡고 반가워했다.
그렇게 다시 가족들끼리 모여 앉아 각자 평소에 상을 주고 싶었던 가족을 정해 직접 상장을 만들어 수여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가족들 간에도 평소에 표현하기 힘들었던 감사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나는 아들에게 성실하다고 상장을 받았는데 그 어느 상보다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그런 상이었다.
그 다음 체험은 유정란 농장 체험이었는데 체험에 앞서 농장주께서 직접 오셔서 꼬꼬호텔로도 불리는 간디농장과 그 곳에서 나오는 유정란 등에 대한 소개를 해주셨고 유정란을 직접 삶아 오신 덕에 유정란의 온전한 맛도 느껴볼 수 있었다. 유정란은 우리가 평소 마트에서 먹던 달걀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대체 어떤 닭들을 어떻게 키우기에 이런 달걀이 나오는 지 궁금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마을학교 바로 옆 양계장으로 향했는데 보통 생각하는 양계장은 마치 달걀 공장처럼 닭들이 빈틈없이 말 그대로 빈틈없는 닭장 속에 갇혀 하루 종일 햇볕 한 번 받지 못하고 달걀만 낳는 그런 구조였지만 이 곳의 양계장은 꼬꼬호텔이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야말로 닭들에게는 초호화 시설이었다.
냄새도 나지 않고 사람이 다가가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모이를 받아먹는 닭들을 만져보기도 하고 안아보기도 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닭의 벼슬도 만져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영광스럽게도 때마침 달걀을 낳는 암탉의 모습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꼬꼬호텔의 유정란은 택배를 통해 전국으로 유통된다고 하는데 중간 유통단계를 생략하고 직거래를 함으로써 농가수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소비자들도 밝고 따사로운 햇빛과 맑은 물, 그리고 깨끗한 공기 아래에서 면역력은 키운 건강한 닭들이 낳은 신선하고 맛있는 유정란을 맛볼 수 있어 도농이 상생하며 윈윈하는 좋은 사례인 것 같았다.
유정란 체험 후 취나물돌솥밥과 돈가스로 구성된 맛있고 푸짐한 점심을 먹고 오후 체험을 위해 산청한방약초축제장으로 향했다. 마침 농촌체험기간이 1년에 한 번 열리는 약초축제 기간과 겹쳐 말로만 들었던 산청한방약초축제장에도 방문하여 각종 신기한 이름과 모양을 가진 약초들과 산청 지역 특산물들을 맛보며 구경할 수 있었고 평소 보기 힘든 마당극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지역 축제츨 체험 일정에 넣어주신 얼레지마을 관계자분들의 센스가 돋보인 시간들이었다.
약초축제장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마을학교로 다시 복귀해서는 아이들이 직접 고른 모양 틀에 원하는 재료를 넣어 천연비누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비누의 재료인 파라핀을 안전하게 잘라 전기포트를 이용해 녹인 다음 천연재료로 색깔과 향을 입혀 틀에 넣으면 완성이다. 모든 재료와 기구들을 준비해주시니 이렇게 간단하고 재미있게 천연비누를 만들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틀에 넣은 비누가 굳기까지 기다릴 동안 다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마을식당으로 향했고 식당에는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위 커다란 솥뚜껑과 산청 흑돼지 삼겹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곳에서 아이들은 서로 뛰어 놀기도 하며 자유롭게 맛있는 고기와 밥을 배불리 먹었고 아빠들은 번갈아가며 고기도 굽고 서로 막걸리도 한 잔씩 부딪히면서 산청에서 저무는 둘째 날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보낼 수 있었다.
고기를 굽던 중간 중간 아내분과 아이들이 번갈아 와서는 신랑, 아빠 입에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사랑가득 맛있는 고기쌈을 한 움큼씩 넣어 주기도 했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여유 있게 마치고 이제는 천문대로 별을 보러 갈 시간이 왔다.
도시에 살며 별다운 별을 보기 힘든 아이들에게 천문대에 꼭 한 번 가서 아빠가 어렸을 적 할아버지와 함께 밤 산행을 하면 볼 수 있었던 쏟아질 듯한 별들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 곳에서 그 꿈을 이루게 되다니..
태풍이 지나간 후라 밤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했고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한 점 한 점 빛나는 별과 그런 별들이 모여 만든 은하수도 만끽할 수 있었다. 때맞춰 무사히 지나가준 태풍이 다시 한 번 고맙게 느껴졌다.
천문대를 지키시는 선생님으로부터 별과 별자리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고 커다란 천체망원경으로 화성과 토성도 크게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별 구경을 마치고 나니 마을학교에서 아이들이 만든 완성품 비누를 사무장님 사모님께서 직접 천문대까지 가져다 주셔서 완성된 비누를 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밤하늘의 별처럼 더욱 더 빛나기도 했다.
아름다운 별 구경을 끝으로 그 날의 일정을 마치고 다시 마정애 선생님 댁으로 향했고 선생님은 어제처럼 따뜻한 황차를 준비해주시며 우리를 반겨주셨다. 함께 밤도 까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 가족은 하루만 지나면 헤어져야 하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첫날보다 더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이자 이번 농촌체험의 마지막 밤도 편안하고 따뜻하게 보내고 산청에서의 상쾌한 아침이 밝아왔는데 선생님은 역시나 정성과 영양 가득하고 맛도 기가 막히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그리고 귀한 생일선물을 비롯해 둘째 딸에게 특별한 선물도 주시고 집에 가면서 먹으라고 손수 만드신 빵이며 곶감이며 마당에서 직접 딴 표고버섯과 고추며.. 빈손으로 왔다가 선생님의 정 한 가득, 그리고 양손에 선물 가득 받아 들고서는 아쉬움을 감추며 길을 나섰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데도 마을 입구 자동차가 있는 곳까지 배웅을 나오신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차에 탔는데 아이들이 펑펑 운다. 괜히 나까지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
선생님과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고 마지막 체험일정을 향해 위원장님이신 똥샘 댁으로 향했다.
다른 가정이 우리처럼 이틀을 편안하게 머물었을 똥샘 댁에 들어서자 강아지처럼 보이는 예쁘고 복슬복슬 귀여운 닭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멋진 정원도 있고 야외 화덕도 있는 예쁜 그림 같은 집이었다. 옆집에 사시는 사무장님은 집 앞 마당에서 무언가를 분주하게 하고 계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체험 가정에게 챙겨주시러 직접 재배하신 고구마와 고구마 순을 다듬고 계신 것이었다. 이 고구마와 고구마 순도 정말 맛이 좋았다. 고구마 순은 어렸을 때에는 어머니께서 많이 해주셔서 자주 먹기도 했던 좋아하는 반찬 중 하나인데 요 근래에는 언제 먹어봤나 싶을 정도로 맛을 보기가 어려운 반찬이었다.
그 말을 아내에게 건네자 고맙게도 요리법을 보고 다음 날 바로 고구마 순 껍질을 벗겨내고 뜨거운 물에 데친 다음 들깨가루를 넣고 맛나게 버무려 반찬으로 내주었다. 이런 게 행복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체험일정으로 똥네한바퀴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했는데 가족 중 조장을 뽑고 조장을 따라 가족별로 코스를 정해 각 지점마다 정해진 미션을 완수하는 것이었다. 조장을 맡았던 막내는 이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조장의 인도로 가족들이 힘을 모아 이런 저런 미션을 수행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똥샘 댁에서는 똥샘 부부께서 직접 가꾸신 정원과 친환경 화장실 구경도 하며 일정을 마무리 했는데 똥샘 사모님께서 우리를 위해 친환경 부추를 넣어 직접 만드신 과자까지 준비를 해주시어 조금 후면 집으로 향해야 한다는 아쉬움에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 졌다.
산청얼레지마을에서의 마지막 공식 일정인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위원장님 똥샘과 사무장님, 그리고 두 분의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아쉬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다음에 언제라도 이 근방을 지나칠 기회가 있으면 들리라고 하시는 말씀에 더욱 더 사람 사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곳에서 여러 분들에게 분에 넘치는 많은 정을 받고 친환경 고구마, 밤, 유정란 등등 선물까지 한 아름 받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아이는 간디학교도 가고 싶다며 나중에 귀농을 해서 유정란 농장에 취직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데 그냥 여행이나 놀이로 끝나는 것이 아닌 농촌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그런 시간을 함께 보낸 것 같아서 아직까지 긴 여운이 남는다.
아무쪼록 우리 가족에게 2박3일 동안 사랑 가득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신 대산농촌재단과 산청얼레지마을의 똥샘 성경모 위원장님, 이준 사무장님, 그리고 두 분의 사모님들을 비롯한 여러 마을 식구 관계자 분들,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사랑으로 산청에서의 이틀 밤과 아침식사까지 책임져주신 마정애 선생님.. 또한 전국 각지에서 모여 소중한 인연으로 함께 하신 다른 가족분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모두들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