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 이민원 교수님의 분석 (2026/2/13)
요새 용인반도체 공장과 지방반도체 공장에 대한 공방이 지속되자 수도권 분들이 빈정이 상하셨는지 급기야 ‘서울 시민이 낸 막대한 세금을 교부금으로 지방에게 빼앗기고 있으니 오히려 서울이 지방의 식민지’라는 주장을 하시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비수도권 분들이 자주 ‘ 우리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너무 낮다’고 호소를 많이 하시잖아요? 자립도가 낮은 만큼 국세 중 일부가 교부금으로 지자체에 지원되는거죠. 그래서 ‘어랏, 이 친구들이 그럼 서울에서 낸 국세를 빼앗아가네? 이런 은혜도 모르는 괘씸한…’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나타났다는 말이지요.
물론 그렇지는 않지요. 당연히 서울이 지방의 식민지가 아니라, 지방이 서울의 식민지입니다. 그 근거를 여섯 가지로 정리합니다. 이걸 꼭 설명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니, 그것도 아주 비분강개한 심정으로 피를 토하는 분들이 계시니 또 다른 분들이 그걸 보시고 ‘진짜 그런가?’ 하실지도 몰라서 굳이 글을 올리는 수고로움을 마다할 수가 없네요.
1. 비수도권에서 낸 국세는 전체의 31~32% 이상, 받는 교부금은 국세의 19.24% 미만 => 11.76 ~ 12.76% 이상 손해
비수도권 지역에 교부금으로 주는 돈의 30% 이상이 비수도권에서 낸 돈입니다. 해에 따라 31%이기도 하고 32%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지방에서 받는 교부금 중의 30% 이상은 자신들이 낸 돈이라는 말입니다. 교부금이 모두 수도권에서 낸 돈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자체가 교부금으로 받는 돈 전체는 국내에서 거둔 국세의 19.24%입니다. 서울은 교부금을 받지 않고 경기도, 인천 등은 조금씩 받습니다만 이 19.24%를 모두 비수도권에 준다고 해도 자신들이 낸 돈 31~32%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습니다. 12% 정도 손해입니다.
2. 생산은 지방에서 하고 세금은 서울 본사에서 납부합니다. ‘조세 착시’의 함정입니다.
수도권에서 세금이 많이 걷힌다는 사실이 곧 서울 내부의 자생적 자원으로 그 세원이 만들어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비수도권의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지만, 본사가 서울에 있어서 돈이 본사로 집결되고, 법인세는 서울 본사에서 납부합니다. 배당금과 임원 급여에 붙는 소득세도 수도권 거주자의 세금으로 잡힙니다.
즉, 서울의 막대한 세금은 서울이 지방을 부양한다는 증거가 아니라, 비수도권에서 창출된 부가 서울로 펌핑된 뒤 장부에 기록된 사후적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3. 생산액(GRDP)과 실제소득(GNI)의 차이를 봐야 합니다. 생산은 지방에서, 소득은 서울로 가서 생기는 차이입니다.
다음 1인당 통계(2024, 만원)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시도 GRDP GNI 차액 의미
서울 6,121 6,903 +782 유입
전남 5,917 5,230 -687 유출
경북 5,229 4,431 -798 유출
전남은 1인당 생산(GRDP)이 서울에 육박하는 5,917만 원입니다. 그런데 실제 소득(GNI)은 5,230만 원으로 급락합니다. 1인당 687만 원이 주로 서울 등 외부로 빠져나간 것입니다. 경북도 마찬가지로 798만 원이 유출됩니다.
반면 서울은 생산한 것보다 1인당 782만 원을 더 가져갑니다. 지방이 만든 부를 서울이 빨아들이는 구조가 숫자로 증명됩니다.
4. 부가가치 기준 무역(TiVA) — 서울의 67조 원 '무혈 입성'
한국은행 지역산업연관표 분석 결과, 2013년 기준 서울은 타 지역으로부터 129.8조 원의 부가가치를 이입받고 62.4조 원만 돌려주어 67.3조 원의 순이입을 달성했습니다. 지방 공장이 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금융·법률·IT·마케팅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서울에 독점 집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공장 하나 짓지 않고 굴뚝 연기 한 번 마시지 않고도 수십 조 원의 부가가치를 거두어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서울이 식민지'라 할 수 있겠습니까?
5. 인적 자본의 무상 수탈이 심각합니다. 지방이 키우고 서울이 가져갑니다.
제에게 지금 있는 통계 자료를 보니, 2015~2021년 수도권 인구 증가의 78.5%가 20~30대 청년 유입입니다. 호남권은 인구 감소의 87.8%가 청년 유출 때문이었습니다. 지방이 20년간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키운 청년들이, 가장 생산적인 나이에 서울로 떠나 '공짜 노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호남권은 출생아의 49.7%에 달하는 출산 손실을 입었습니다. 지방에서 산부인과가 사라지는 것은 주민이 출산을 기피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낳을 청년을 서울이 빼앗아갔기 때문입니다.
수천조 원 가치의 인적 자산을 강탈해 가놓고 몇 푼의 교부금을 건네며 '지방을 먹여 살린다'고 하는 것은 기만입니다.
6. 지방의 돈마저 서울 아파트로 갑니다.
제게 있는 통계로 2023년 지방 거주자의 서울 집합건물 원정 매수가 14,415건으로 전년 대비 22% 폭증했습니다. 지방의 여유 자금이 지역 경제에 재투자되지 못하고 서울 부동산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지방 악성 미분양은 24,815건으로 14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서울의 천문학적 집값은 서울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지방 자본이 떠받치는 전 국민적 지대 추구의 결정체입니다.
7. 결국, 지방교부세는 서울의 시혜가 아닙니다.
제국주의 시대에 열강이 식민지에서 자원과 인력을 착취하여 부를 축적한 뒤, 남는 예산으로 철도 몇 킬로미터를 깔아주었다고 해서 식민지가 제국을 착취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지방교부세란, 왜곡된 시장 구조가 지방에서 서울로 착취적으로 이전한 부를 사후적으로나마 일부 되돌려주는 '생존 연장 비용'에 불과합니다.
'누가 세금을 더 내고 덜 받느냐'는 유치한 피해의식을 폐기해야 합니다. 서울은 지방의 고혈을 자양분 삼아 성장한 내부 제국의 중심지입니다. 대한민국이 '서울 공화국'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조세 이전이라는 사후적 처방을 넘어 자원·인력·소득 창출 구조 자체를 분권화하고 재설계하는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