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와 해탈
- 삼계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우리가 보통 '삼계를 떠난다' 또는 '삼계에 머물러 있다'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만, 삼계(三界)는 중생이 생사윤회하는 경계입니다. 따라서 마땅히 삼계를 벗어나야 하고, 삼계를 벗어나는 것은 이른바 성자가 되는 것입니다. 과거 전생의 선근에 따라 비약적으로 빨리 벗어나는 분도 있기는 하나, 보통은 공부와 경전에 따라서 점차 닦아 올라가는 것입니다.
선정에 들어가는 초선정, 이선정, 삼선정, 사선정 등은 모두가 다 각 천인(天人)의 선근 정도에 상응되는 것입니다. 가령, 초선천(初禪天)에 나기 위해서는 초선정(初禪定)을 닦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초선천에 있지 않더라도 마음 정도가 초선정에 들어갔다면 벌써 초선천에 있는 존재, 그런 천인들과 정도가 같다는 말입니다. 또 이선정(二禪定)에 들어가면 이선천에 있는 천인들과 똑같은 능력과 선근이 되는 것입니다.
ㆍ삼계(三界)- 무색계(無色界)----------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
무소유처無所有處
식무변처識無邊處
공무변처空無邊處
색계(>色界) -- 정범지淨梵地------------
대자재천大自在天
색구경천色究竟天
선견천善見天
선현천善現天
무열천無熱天
무번천無煩天
사선천四禪天------------
광과천廣果天
복생천福生天
무운천無雲天
삼선천三禪天------------
변정천遍淨天
무량정천無量淨天
소정천少淨天
이선천二禪天------------
광음천光音天
무량광천無量光天
소광천少光天
초선천初禪天------------
대범천大梵天
범보천梵輔天
범중천梵衆天
욕계(欲界) -- 공거천空居天------------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화락천化樂天
도솔천兜率天
지거천地居天------------
수야마천須夜摩天
도리천忉利天
사대왕천四大王天 -- 동지국천
남증장천
서광목천
북다문천
삼계는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를 말합니다. 욕계는 육욕천(六欲天)으로 되어 있는데, 우선 지거천(地居天)과 공거천(空居天)으로 나뉩니다. 지거천은 소위 각 원소의 단계인 지진(地塵), 곧 지구나 토성이나 다른 별들이나 질료(質料)를 의지해 사는 중생들이 사는 곳입니다. 공거천은 업장이 좀 가벼워서 지거천을 떠나 허공 가운데 사는 중생입니다. 이런 천인들은 몸뚱이가 우리 몸뚱이 같지 않기 때문에 허공에서 마음대로 공간을 집으로 알고 산다는 것입니다.
지거천에는 사대왕천(四大王天, 사왕천)과 도리천(忉利天)과 수야마천(須夜摩天, 야마천)의 셋이 있고, 사대왕천 밑에는 다시 동쪽에 지국천(持國天), 남쪽에 증장천(增長天), 서쪽에 광목천(廣目天), 북쪽에 다문천(多聞天)이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인간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우리 인간이 존재하는 곳은 욕계의 사왕천 가운데 남쪽 증장천에 딸린 남섬부주(南贍浮洲), 곧 염부제(閻浮提)입니다. 그러나 우리 불자들은 재가ㆍ출가를 불문하고 사실은 벌써 그 업장이 상당한 정도로 정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욕계에 있다 할지라도 얼마만큼 욕심, 번뇌를 떠나 있는가에 따라서 그에 상응한 높은 경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거천은 도솔천(兜率天)ㆍ화락천(化樂千)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셋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 천상이니까 천상 나름대로의 통력(通力)도 있습니다. 삼명육통(三明六通) 같은 원래 법성에 갖추어져 있는 통력은 못하더라도 그대로 그 업력에 따른 보통(報通)이 있는 것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摩耶)부인은 세연(世緣)을 마치고 도리천에 태어났습니다. 그 어머니가 청정하였기 때문에 그런 훌륭한 세존(世尊)을 낳았겠지요. 흔히 세간에서 알기로는, 불교는 자기 부모도 모르고 윤리를 무시한다고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머님을 위해서 도리천에 올라가 3개월 동안 어머님과 도리천의 천상인들을 위해서 설법을 하셨습니다. 아들을 낳고 7일 만에 돌아가신 그 어머니 역시 아들에 대해 두고두고 안쓰러운 마음이 남아 있었겠지요. 그래서 부처님은 도리천에 올라가 세상은 허망하고 생사가 본래 없는 것이라고 법문을 하셨을 것입니다.
모자(母子)의 정이라는 게 그렇게 두터운 것입니다. 우리가 출가할 때 '은애불능단(恩愛不能斷;은혜와 사랑을 끊기가 어렵다)이지만, 기은입무위(棄恩入無爲;은혜와 사랑을 버리고 相을 여읜 무위법에 들어가다)면 진실보은자(眞實報恩者;진정으로 은혜를 갚는 것이다)니라'라는 게송을 하지 않습니까?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 어머니 마야 부인이 내려와 비감(悲感)에 잠겨 눈물을 흘리며 관을 지켜보고 있으려니까, 불현듯 관문이 열리고 세존께서 가부좌한 채로 어머니에게 마지막 설법을 하셨습니다.
"어머니시여! 제행무상이니 회자정리(會者定離)요, 시생멸법(是生滅法)입니다. 세상일은 다 무상하여 만나면 꼭 헤어지는 것이요, 낳는 것은 필시 죽게 마련이니, 슬퍼하지 마시고 이별과 생사를 초월한 부처님 법을 생각하소서."
그러자 어머니께서 그제야 슬픔을 진정하고 안위(安慰)의 미소를 지었다는 것입니다. 도리천도 중생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훌륭한 곳입니다. 도리천에만 가도 음식을 먹고 싶으면 저절로 음식이 나온다고 합니다. 천상들은 분단식(分段食)을 먹는 것이 아니고 향기만 맡는답니다. 따라서 야마천은 말할 것도 없고 도솔천, 화락천, 타화자재천 이렇게 올라갈수록 받는 안락이나 능력이 더욱더 수승한 것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화락천은 문자 그대로, 가령 괴로운 경계도 전화위복(轉禍爲福)을 시켜서 기쁘고 즐거운 경계로 만든다는 곳입니다.
타화자재천은 욕계천의 가장 위층인데 마왕(魔王)과 파순(波旬)이 여기에 삽니다. 따라서 마왕은 보통 밑에 있는 천상보다도 능력을 훨씬 더 잘 부립니다. 우리가 앉아 있으면 더러는 이상한 모양을 내어 나투기도 하고 또 꿈에 현몽하여 우리 공부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마왕은 하여튼 우리가 욕계를 벗어날세라 친구 모습으로 오기도 하고 이성의 모양으로 오기도 해서 가지가지로 훼방을 놓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