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했는데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특강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등교하여 공부를 했다.
밥하는 시간까지도 쪼개 내가 수업이 있을 땐 경석님이,
다른 쌤들이 수업을 하고 내가 시간이 날땐 나와 경석님이 준비를 하기도 하고
경석님도 3과목 준비를 해야해서 수업을 들어야 할 땐 내가 준비를 했다.
집중력과 체력을 잃지 않게 하려고
영양식을 준비하고, 소화가 잘 되는 것으로 신경을 쓰면서....
아마, 태어나 처음으로 이렇게 공부에 집중했을 것이다.
그들의 진지한 모습에 식단표를 더 신경쓴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수업이 모두 끝날 무렵,
중창쌤이 시험 잘 보라고, 찹쌀떡과 식혜를 들고 응원을 오셨다.
맛있는 것으로 사고 싶어 인터넷을 뒤져 미리 주문을 했다는 찹쌀떡은 달고 맛있었다.
며칠 전부터 생각해서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 마음에 내가 힘이 된다. "숙향쌤, 고마워요!"
"실수하지 말고, 모르는 것은 잘 찍기를 기도하겠다"며 가셨고,
우리는 둘러 앉아
마지막 마음을 나눴다.
셋 모두 열심히 했으니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단다. 하지만 결과에 자신이 있어 보인다.
내일 아침 일찍 이동할 코스를 공유하고
싸인펜과 수험표를 나누고
컨디션 잘 유지하자고 서로 인사하며 돌아갔다.
나도 우두커니 앉아, 청소를 할까 싶다가
공부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픽 웃었다.
그 얼척없던 순간, 막막했던 순간, 화나고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던 한탄의 순간이
(물론, 배움의 즐거움이 있었던 순간도)
벌써 아무렇지 않고 단지, 우숩다.
시험을 보고 오면
맛있는 걸 사 주면서
검정고시 준비하면서 가장 마음에 안좋게 남아 있는 장면과
가장 마음에 따뜻하게 남아 있는 장면을 한번 나눠봐야겠다.
그러면서
살그머니 성급했던 것을 사과하고
(물론, 가르치려고 애쓰다보면 당연하다고 말할 녀석들이지만...)
그깟 시험이라며 폼을 한번 잡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