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사행 무진장 군내버스
이상훈
주말에 전주역 앞 버스 정류소로 향했다. 정류소에는 다른 지역에서 온 듯 한,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분은 마이산 등산을 하기 위해 차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탑사행 버스는 승객이 많지는 않지만, 마이산을 가기 위해 찾는 사람이 제법 있다. 어느 때는 외국인이 보이기도 했다.
버스에 탑승하자 제자가 반갑게 인사한다. 최근에 통화는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 안부를 물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열심히 생활하면서 씩씩한 청년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전주 외곽을 벗어나 소양면을 달린다. 군내버스이기는 하지만 실제 완주군에서는 거의 정차하는 일이 없다. 당연히 대부분 목적지가 진안이기 때문이다. 굽이굽이 달리는 모래재를 지금도 옛 정취를 느끼며 다니는 운전자들이 있다. 처음 모래재를 지나 진안에 가는 사람은 이곳이 험난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기에 충분하다. 모래재 터널에 다다랐다. 모래재 터널은 영화“화려한 휴가”마지막 장면 촬영장이다. 현대사의 아픈 역사를 진안 언저리에서 표현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모래재에서 잠시 정차했다. 지금도 모래재 휴게소에 많지는 않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모래재를 올라온 4명은 잠시 쉬고 출발한다. 버스가 그분들을 천천히 추월한다. 길 양쪽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는 생생한 실록을 뽐내고 있다.
시조 시인 구름재 박병순 선생님 생가를 지나친다. 박병순 선생은 가람 이병기 선생의 수제자로 시조 시인이자 한글 운동가이다. 생가는 2017년에 복원되고 시조비도 건립되었다. 잠시 시인의 작품을 읊조려본다.
‘속금산(마이산) 전설’
아득한 옛날 저 숫 속금산은 한밤중에 크자 했다.
암 속금산은 새벽에 크자고 했다.
숫 속금산도 아내를 사랑하여 새벽녘에 크기로 했다.
물동이를 이고 나온 아낙네가 외치는 소리
“아! 산이 크네, 아아! 저 산이 크네”
하늘에 닿을 듯 솟아올랐던 자웅은 주저앉았다.
숫 속금산은 분노에 넘쳐 두 아들을 빼앗고,
암 속금산을 발로 차버린 뒤,
몇 겁이 흘러도 공방든 채로 그만 굳어 버렸다.
구름도 시름되어 저 봉을 스치는가!
구구구 산비둘기 짝을 불러 서로 나네.
사무친 그 한을 풀게 다시 솟아올라라.
잠시 달리면 오른편에 최근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임진왜란의 웅치전적지가 있는 덕봉마을 입구를 마주한다. 덕봉마을에는 2012년 6월 25일에 건립한 창렬사가 있다. 그리고 매년 음력 7월 8일에 임진왜란 웅치전에서 산화한 호국 영령 추모제를 봉행한다. 최근에 방영한 영화‘한산’에서 웅치전이 상당 분량이 삽입되어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부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본격화된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와 그 수령이 비슷하다. 부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도 제법 많이 알려져 사진작가들이 찾는 곳이다. 창밖으로 사진을 찍고 만족해하는 밝은 모습의 사진작가들이 보인다. 이곳에서 “내 사랑 서영이” 등 많은 영화가 촬영되기도 했다. 빨강 지붕의 특급 호텔 쉐프 농가 레스토랑 “모래재 너머”를 스쳐 지나간다.
2차선 구 도로가 4차선 도로와 합류한다. 전주-진안간 4차선 도로는 1998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경기로 인해 개설되어 전주-진안간 교통이 매우 편리해졌다. 이후 익산-장수간 고속도로가 나면서 전주-진안간 도로는 곰티재를 비롯하여 4개 노선이나 된다.
오른쪽 서판마을에는 전봉준 장군 딸인 전옥례 여사 무덤이 동산 너머로 어렴풋이 보인다. 70년대에 확인된 사실이지만 전봉준 딸이 진안에서 생존했다는 사실은 그렇게 아는 사람은 드물다. 군내버스는 진안-관촌간 도로로 운행하지 않고 기존은 도로로 운행된다. 연장리 농공단지 삼거리에서 덕천리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중평마을에 언덕에 자리 잡은 한들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한들 성당은 한때 진안 본당을 관할하는 역할을 했다. 마령면에 접어들었다. 월운마을 교량 공사로 인해 우회해서 버스는 달린다. 마을 입구에는 수선루 안내판이 보인다. 최근에 보물로 지정된 진안의 자랑이다. 섬진강이 굽이치는 경관에 바위 속에 자리 잡은 수선루는 옛 선인의 낭만을 느끼게 한다. 이제 목적지에 다다랐다. 마령면 원강정마을이다. 마이산 등산을 한다는 두 분과 작별인사를 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필자는 50여 분을 전주역에서 달려 마령까지 올 때 지금까지의 여정을 내 눈에 간직했다. 탑사행 군내버스는 필자에게 오늘도 소중한 시간을 안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