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
독수리 요새(Where Eagles Dare. 1968)
중학생 때 극장에 멋진 영화가 나왔다.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전쟁영화에 군복을 입고 나왔다. 주연인 리쳐드 버튼보다는 배역이 약했지만 우리에겐 오히려 이스트우드가 더 화제였다. 영화를 봤는데 전쟁영화라기 보다는 전쟁첩보물이었다. 가장 화제였던 것은 영화 속에서 나오는 산꼭대기에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오스트리아의 실제 성 Schloss Hohenwerfen) 로 올라가는 케이블카에서의 공중 액션에 모두들 환성이 터져 나왔다. 영화 <독수리 요새>이다. 원제는 ‘독수리가 감히 오르려고 하는 곳’ 이다. 즉 요새가 워낙 난공불락이어서 독수리만이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때는 세계2차대전, 유럽침공의 최종작전을 마무리하기 위한 회의를 하러 중동으로 가던 비행기가 추락하고 그 비행기에 탑승중이던 미군 카나비 장군(로버트 비티)가 적군 지역에 떨어진다. 연합군의 유럽 2차침공 계획의 입안자였던 카나비 장군이 독일군에게 잡혀 계획을 실토하기 전에 구출해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가 잡혀있는 곳은 독일 베르펜의 슐러스 아들러라는 중세시대 성으로 독수리만이 올라갈 수 있는 산꼭대기의 난공불락의 요새이다. 이에 영국군의 롤랜드 제독(마이클 호든)과 터너 대령(패트릭 와이마크)의 계획에 따라 7명의 특공대가 꾸려지는데 그중 리더는 영군군 스미스 소령(리쳐드 버튼)이고 미군 특전대의 세이퍼 중위(클린트 이스트우드), 맥퍼슨 상사(닐 맥카시), 페거드 상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국을 출발한 특공대는 스위스의 눈 덮인 알프스 산으로 낙하산 투입되는데, 낙하 중 무전병이 목이 부러져 발견되고 타살 흔적이 있어 영화는 시작부터 첩보물 분위기로 바뀐다. 세이퍼 중위는 이런 상황에 영국군에 미군인 자신이 혼자 끼어 있음에 이상함을 느낀다. 특공대는 약속된 숲속의 장소에 머물다가 스미스 소령이 부근 도시에 있는 미녀 하이디(잉그리드 피트)와 접선에 성공하고 빠르게 어둠을 타서 요새로 들어갈 수 있는 베르펜 마을로 이동한다. 특공대원들은 전원 독일군 장교로 변장하여 요새로 잠입해 들어가는데 그 과정은 스릴과 서스펜스로 가득이다. 천신만고 끝에 산꼭대기의 요새로 잠입한 스미스 소령은 영국군 내 독일스파이들의 명단을 입수하고 드디어 필사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결국 미 장성 구출작전으로 위장하고 영국 내 암약하는 독일 스파이들의 명단 입수가 주목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밀을 빼내기 위해 이런 악전고투의 요새로 잠입해야 하는 지의 당위성은 의문으로 남는다. 그 가운데에 세이퍼 중위의 활약이 대단하다. 하지만 탈출로 영화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영화 라스트신에 커다란 반전을 숨겨 놓고 있다. 이중스파이의 문제이다.
영화의 탈출 장면에서 벌이는 케이블카 위에서의 액션 장면은 전쟁영화 사상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장면이 연출된다. 물론 CG가 없던 시대에 실제로 스턴트맨들이 케이블카에 매달려 활극을 벌인다. 그러니까 요새 액션물과는 그 질감이 다르다. <벤허>에서 전차경주 장면을 연출했던 야키마 카누트가 이 액션장면을 해 낸다. 그야말로 눈보라와 겨울 강풍 속에서 높은 산꼭대기로 이동하는 케이블카에 직접 매달린 실제 액션 장면이라 지금 봐도 그 현실감은 대단하다. 산에서 내려와 벌이는 이스트우드의 기관단총 활극 또한 통쾌한 대목이다.
이미 리쳐드 버튼은 세계적인 스타였다. 그는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베케트>,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랴> 등으로 수차례 오스카상 후보로 올랐으며 <클레오파트라>에서 만난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재혼한 사이였으나 이때쯤은 알콜중독으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중이었으나 이 영화로 미국시장에서 다시 회복세를 타고 그 뒤 <천일의 앤>, <에쿠우스> 등으로 오스카상 후보로 다시 지명된다. 하지만 그는 7번의 오스카상 후보로 올랐지만 결국 수상에는 실패하는 불운을 겪는다. 아마 그 이면에 리즈 테일러와의 불륜의 로맨스가 악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반면 이스트우드의 경우는 다르다. TV물 <로하이드>로 늦게 이름을 알리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자 이탈리아로 건너가 마카로니 웨스턴 달라 3부작(<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석양에 돌아오다>으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이스트우드는 헐리우드 제작영화의 히트작이 필요했고 이 영화에서는 버튼 보다는 비중이 약하지만 히트작을 만드는 데에 일조를 하며 성공하고 이 후 돈 시겔이 만든 <더티 해리> 시리즈로 미국에서도 크게 성공한다.
감독 브라이언 G 허튼은 원래 배우였는데 이 영화에서 감독을 맡았고 이어 <전략대작전>(켈리의 영웅들)로 다시 한 번 전쟁물을 만든다. 이 2편 외의 활동은 별로 없다. 그는 1959년 작 <건 힐의 결투>(The last train from Gun Hill)에서 커크 더글러스와의 마지막 결투를 벌이는데 그 촬영에서 여러 번 주연인 더글러스보다 총을 더 일찍 빼서 NG를 낸 결과 더글러스가 장총으로 해결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우리 어린 시절 전쟁영화라면 <나바론>, <사상최대의 작전>, <콰이강의 다리> 등이 나오고 그 뒤에는 이 <독수리 요새>가 생각이 난다. 눈 덮인 고산지대에서 서로 교차하는 케이블카에서 도끼를 들고 서로 내리 찍으며 벌이는 액션장면은 지금도 기억에서 아찔아찔하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