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하늘이 미친 듯 비를 쏟아내는 날 길벗 8월 정기행사는 진행되었다. 길벗은 비와 대단히 깊은 인연이 있나 보다. 벌써 4회에 걸쳐 행사 날에 비가 왔다. 지난달 구덕산 모임에서 이번 달 김려시인의 밀양집으로 행사 장소가 결정되었고 행사에 참석할 회원을 예약받았다. 길벗으로서는 모처럼 원정 행사를 진행하는 일이다. 집결지는 지하철 3호선 만덕역 4번 출구 앞, 승용차 2대로 나누어 타고 밀양으로 출발했다. 새벽 6시 15분 신진 회장님이 보낸 카톡 문자 때문인지 오늘은 늦게 도착한 회원이 없었다. 운전은 김려 선생님과 권오주 선생님이 수고하셨다. 신진 회장님, 류명선 선생님과 나는 권오주 선생님의 차를 탔다. 오후부터 비가 멎을 것이란 기대로 영남루와 위양못을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비는 갈수록 더 거세게 퍼부었다. 도시를 벗어난 풍경은 온통 젖은 갈맷빛이다. 차창에 맺힌 빗방울은 사선을 그으며 시선을 방해한다. 빗방울에 잠시 맺혔다 사라지는 풍경과 차창 지붕을 두드리는 빗줄기 소리에 잠시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눈을 떠니 차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24번 국도를 벗어나 지방도로로 접어들자 황토색 강물이 거칠게 흘러가는 개울과 골짜기를 만났다. 그 물길을 거슬러 나란히 난 길을 따라가다 보니 목적지인 김려 선생님의 집에 도착했다. 환한 연둣빛 잔디가 깔린 마당을 가진 예쁜 전원주택이었다. 집 뒤쪽 숲속에는 설핏 보이는 기와지붕과 붉은 백일홍이 초록과 보색대비로 다가왔다. 그 아래 작은 텃밭이 있고 고추와 가지가 내리는 비속에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거실에서 내려다보이는 비 오는 풍경도 한 폭의 그림처럼 낭만적이다. 준비해온 음식들이 차려진 상 앞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즐거운 시간 발코니 난간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평화로운 리듬을 타고 있었다. 비와 소주 한잔에 푸르게 취한 비 오는 날의 풍경은 또 한 장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 무겁고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작지만 행복한 시간이 그 무게를 녹여주는 힘이 되어 내일의 문을 열어주리라. 필자는 가방에 넣어간 스케치북을 꺼내서 차 창밖 풍경의 기억을 스케치했다. 그리고 초대해주신 김려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으로 선물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폭우 피해가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우울해졌다. 아무쪼록 빨리 비가 그치고 빠르게 복구되기를 기원하며 함께한 회원님과 운전으로 고생하신 두 분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전날밤부터 쏟아지던 비에도 꿈쩍않고 길걷기행사를 진행해주시는 회장님 덕분에 구비구비 범람할 듯한 개천을 몇 개나 지나고 산등성을 벗어나는 물안개를 만나고 김려샘의 잘 가꾸어진 안타까운(?) 감밭을 마주하는 행운을 가졌네요~ 용감한 10명(정인성, 류명선, 김 려, 신 진, 심소정, 한보경, 채수옥, 권오주,김영옥, 임헤라)의 벗님들과 ~김경언샘 삐꺽한 다리 얼른 완쾌하시고, 고훈실샘 장염도 조리 잘 하시고, 문양환님 빗길 출장도 조심하시고요~ 우아지님과 김석이님도 모두 큰비에 조심들 하셔요~~
첫댓글 음식도 다 맛있었습니다. 김려, 김영옥, 임헤라 벗님 그리고 여러분들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사진에는 빠졌습니다만 둠벙둠벙 썰어놓은 돼지고기 수육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는 먹거리였습니다.
먼 길 오신 선생님들께 제대로 대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선생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멋진 그림 선물로 촌집을 업그레이드시켜주신 정인성 선생님,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신세 갚겠습니다.
우아! 그림 그리는 것을 옆에서 죽 지켜 봤는데, 명작이 탄생했습니다. 한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이문열의 소설 '금시조'에 기생의 치마폭에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옛 선인들의 한 장면을 직접 눈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전날밤부터 쏟아지던 비에도 꿈쩍않고 길걷기행사를 진행해주시는 회장님 덕분에 구비구비 범람할 듯한 개천을 몇 개나 지나고 산등성을 벗어나는 물안개를 만나고 김려샘의 잘 가꾸어진 안타까운(?) 감밭을 마주하는 행운을 가졌네요~ 용감한 10명(정인성, 류명선, 김 려, 신 진, 심소정, 한보경, 채수옥, 권오주,김영옥, 임헤라)의 벗님들과 ~김경언샘 삐꺽한 다리 얼른 완쾌하시고, 고훈실샘 장염도 조리 잘 하시고, 문양환님 빗길 출장도 조심하시고요~ 우아지님과 김석이님도 모두 큰비에 조심들 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