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최우수축제, 풍성한 체험프로그램 가득…
인류는 불을 발견한 뒤 음식만 조리한 것이 아니다. 흙을 구워 단단한 그릇을 만들었다. 이처럼 흙으로 빚어서 만든 그릇을 '도자기'라 일컫는다.
백두대간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경상북도 문경은 도자기의 본고장이라 불린다. 흔히 도자기라 하면 경기도 이천과 여주, 광주, 전남 강진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문경'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는 '찻사발' 혹은 '막사발'이라 부른다. 그릇에 담는 내용물에 따라 술사발, 밥사발 등 다양하게 불린다. 이는 모든 먹거리를 수용할 수 있는 '토기'란 의미로 서민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우리 민족의 전통 그릇이다.
- ▲ 백두대간의 중심에 있는 문경에서는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찻사발' 혹은 '막사발'이라 부른다.
이런 찻사발들이 '문경전통찻사발축제'를 통해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이번 축제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전통 찻사발 관람은 물론, 다양한 체험행사 등이 마련됐다.
지난 주말 축제가 열리는 '문경새재'를 찾았다. 행사장 입구부터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들로 북적댔다. 가지런히 뻗어있는 신작로를 따라 행사장 안으로 이동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한 뒤 본격적인 관람에 나섰다.
본래 행사는 무료로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5,000원의 입장권을 구입해야 축제에 참가할 수 있다. 대신 입장권을 이용해 행사장 내 모든 부스와 주막, 저잣거리 등에서 식사나 체험, 특산물 구입 등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 ▲ 지난 주말 축제에 참가하기 위한 관광객들로 '문경새재'는 만원을 이뤘다.
입구를 지나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니 조선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나지막한 한옥이 어우러진 행사장은 한국 전통의 멋을 고스란히 뽐내고 있었다. 골목 곳곳에는 다양한 체험이 마련돼 있었다. 특히 이번 축제에는 가족과 연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행사장 위쪽에 마련된 '도자기흙체험'은 도자기 제작에 사용하는 부드러운 흙을 맨발로 밟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평소에 할 수 없는 체험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체험에 나섰다. 특히 아이들은 부드러운 흙 위에서 뛰놀고, 뒹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흙체험 앞으로는 '괭물체험'이 마련돼 있다. 이는 도자기의 흙을 준비하는 공간에 숨겨놓은 쇠구슬을 찾는 체험이다. 흙 속의 쇠구슬을 찾으면 상품을 줘 엄마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아이들은 흙탕물 속을 돌아다니며 구슬을 찾았다. 흙탕물에 옷이 다 젖었음에도 아이들의 입가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행사장 왼편에 있는 '찻사발빚기' 체험은 연인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직접 찻사발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 도예가들과 함께 발 물레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모양의 찻사발을 만들 수 있었다. 몇몇 연인들은 영화 '사랑과 영혼'의 한 장면을 따라 하기도 했다.
이날 체험에 참가한 권순혁(경북 김천. 27세)씨는 "평소 여자 친구를 만나 데이트를 하면 영화를 보거나,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것이 전부였어요. 하지만 오늘 여자 친구와 함께 찻사발을 만들고, 사진도 찍으면서 새로운 추억을 만든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 ▲ 이번 축제에는 참가객들을 위해 '도자기빚기'나 '흙체험', '괭물체험' 등과 같은 풍성한 체험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찻사발빚기' 체험 옆으로는 도자기 파편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찻사발모자이크' 체험과 도자기 문양 등을 이용해 탁본 틀을 만드는 '찻사발탁본' 체험이 마련돼 있다. 건너편으로는 찻사발 모양의 부표를 건져 올리는 '찻사발낚시' 체험도 마련돼 있다.
이 밖에도 이번 축제에서는 문경 유명 도예인들의 작품 5,000여 점이 전시되며 문경 지역 도예 명장・명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국 전통 찻사발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전국 도예 명장 8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도예명장특별전, 문경 도공들의 작품을 20~50% 저렴하게 판매하는 문경전통도자기명품전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 이번 축제에서는 유명 도예인들의 작품 5,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한편 '흙, 불, 바람의 어울림'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축제고 선정됐다. 이번 축제는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6일까지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일원에서 개최된다. 이번 축제에 관한 자세한 문의는 문경시 관광진흥과(054-550-6395)나 홈페이지(www.sabal21.com)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