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영 지음
1부 「빛 속으로에서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고립된 유소년기를 거쳐, 장애인들의 공동체와 일반고등학교,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될 때까지도 몸을 꼭꼭 숨긴 내가 무대에서 춤을 추게 되기까지 만난, 내 몸에 깃든 타인들의 이야기 를 따라간다. 다른 한편 현대무용의 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무용수들의 사례를 통해, 타인의 지배적인 시선에 맞서 자신만의 힘을 발견하고 기존의 춤추는 능력'에 대한 규정을 전복한 이야기를 다룬다.
2부 「닫힌 세계를 열다」에서는 20세기 후반 등장한 장애인 무용수와 배우들의 이야기를, 객석과 무대의 규칙과 조건을 재구성하는 동시대 공연 접근성에 관한 사례를 소개한다. 우리가 어떻게 차별적인 존재가 되기를 기꺼이 선택하면서도 평등한 공동체를 지향할 수 있는지에 관한 실례를 얼마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3부 「무용수가 되다에서는 1부에 이어 춤의 역사를 다시 살펴보면서, 정치공 동체와 춤추는(움직이는) 몸의 관계에 주목한다. 지극히 차별적인 존재가 되고, 온전히 평등한 개인들로 구성된 공동체 를 지향하려는 노력이 자칫 '우리'라는 집단 외부의 다른 존재 들에게 폐쇄적인 위험은 없을까? 춤의 역사, 춤에 관한 다양 한 실천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나는 '장애가 있는 몸이 지극 히 차별적인 개인 또는 공동체가 되려는 과정에서 우리가 빠 지기 쉬운 함정, 즉 타자에 대한 폭력을 견제하는 '닻'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다. 이 달에 의지할 때 우리는 더 나은 춤을,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움직임을 연마할 수 있다.p12
<들어가며 중에서 작가의 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장애인의 삶을 알리며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 하려는 사람들도 같은 고민에 직면한다. 장애를 '팔아서' 구 독자 수를 늘리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어떤가? 나는 장애인의 몸, 장애가 있는 몸들의 이야기를 그저 글로 팔아먹고 있는 건 아닌가? '프릭쇼'와 '장애 무용 사이를 가르는 명확한선은 없다. 단지 희미하고 넓게 펼쳐진 경계 지대가 있을 뿐이 다. 그러나 달리 본다면, 모든 소수자의 춤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그 자체로 기예art의 본질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포획하고 매매하고 조롱하고 착취하고 혐오하고 동정 하고 욕망하는 '시선' 앞에서 기묘하고 창조적으로 예상치 못 한 어떤 순간을 만들어낼 때, 즉 도저히 포획, 매매, 조롱, 착취, 혐오, 동정, 욕망 할 수만은 없는 어떤 몸으로서 그것이 발견될 때, 우리 모두는 이전까지 상상한 적 없는 세상을 향 한 문을 연다. 바라보는 사람과 바라봄을 당하는 사람은 이전까지와 전혀 다른 관계로 진입한다.p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