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신자: 성직자, 평신도, 봉헌 생활자
#1) 구별되지만 하나로 일치되는 하느님 백성
하느님 백성 안에는 성직자, 평신도, 봉헌 생활자라는 신분상의 구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별이 상하관계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서 “교회는 친교”임을 공부했습니다. 성직자와 평신도가 분명히 구별되지만,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예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수행해 나가는 것입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서로 구별되시지만 하나이신 것처럼, 교회의 구성원들도 서로 구별되면서 하나로 일치해야 합니다.
성직자와 평신도의 관계와 관련해서 잘못된 2가지 극단적 태도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성직자의 존재를 무시하는 무교회주의의 방향입니다. 무교회주의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따르지만 성직자의 존재는 부정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1년에 한 번씩 자신들의 모임을 주관할 대표자를 선출합니다. 마치 조기축구회 회장 뽑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는 성직자가 인간적인 절차로 선출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예수님께서 손수 12사도를 뽑으셔서 하느님 백성 전체를 돌보도록 사명을 맡겨주셨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극단은 성직자만을 중시하는 태도입니다. 어떤 본당에서 신부님이 강론 중에 “참된 신자란 어떤 사람입니까?”하고 물었습니다. 너무 광범위한 질문이기에 다들 머뭇거리고 있는데, 본당 총회장님이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본당 신부님께 순명하는 사람입니다!”
이처럼 우리 가톨릭 교회 안에는 “성직자는 결정하고, 평신도는 그에 따른다”는 식의 일방적 사고방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도들(그 후계자인 주교와 사제들)을 세우셨지만, 성직자와 평신도가 일방적인 관계로 살기를 바라신 것은 아닙니다. 착한 어린이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어린이입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무조건 부모님 말씀 잘 듣기만 하면 될까요? 부모님께 순명하는 것은 언제나 가져할 태도겠지만, 그 표현 방식은 아이 때와 어른이 되었을 때 달라져야 합니다. 어른이 된 자녀는 부모님과 대화하고 의논하고 때로는 의견 다툼도 하면서 협력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세례받은 지 얼마 안되는 신자들이나 신앙 생활에 대해 잘 모르는 신자들은 본당 신부님 시키는 대로만 살면 안전합니다. 그러나 성숙한 신자들도 많습니다. 이런 신자들에게 무조건 순명만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므로 앞서 예로 들은 신부님의 질문에 이런 대답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참된 신자란 본당 신부님과 협력하여 그리스도의 사명을 수행하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