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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사진과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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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그림이 되다 하얀 접시에 올라온 하얀 가자미 한 마리 - 김승희
쉼표 추천 2 조회 31 24.06.09 16:41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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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4.06.09 17:16

    첫댓글
    <사진으로 시를 읽다>에서 최현주의 글을 옮깁니다.

    ‘내가 주어가 될 수 없’는 삶, 내가 주어가 되지 못하므로 나의 소유격도 무의미해진 삶, 그토록 중요한 형제자매라든가 부모, 고향 같은 것까지도 복원해내기 어려운 삶이 비단 ‘유언도 없이 잡혀 와 토막 난 가자미 한 마리’의 일이기만 할까요? 가자미처럼 토막 난 시인은 세계 전체와 맞먹는 것 같은 은은하고 도도한 광채어린 하얀 접시, 혹은 그 이전에 나를 칼질하고 토막 낸 도마와 푸른 칼자루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들여다보면 그 접시마저도 살짝 이가 빠지고 금이 간 것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외부는 언제나 파괴적인 힘으로 개개에게 관여하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정말 껍질도 지느러미도 창자도 다 빼내고 오직 흰 살 토막으로 하얀 접시에 올라온 가자미와 같이 내가 주어가 되지 못하고, 또 이 세상의 진짜 주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그 누군지 알 수 없는 주어 앞에서 좌절하고 몸부림치고 또 굴종하면서 이제는 장편소설이나 대하소설 같은 것은 읽지도 못하고 오직 토막토막 단상밖에는 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 작성자 24.06.09 17:17

    우리 곁에 있는 수많은 존재들을 저렇게 토막 내면서, 마침내 우리 스스로를 그렇게 토막 내면서, 주어도 소유격도 무의하게.

  • 24.06.09 20:21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글

    이 글을 읽고 난 후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네요.ㅋ

  • 작성자 24.06.14 20:23

    김승희 시인은 1952년 생으로
    시인이자 소설가입니다.

    서강대학교 국제인문학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인데
    난해하면서도
    깊이와 무게감이 있는
    시를 쓰시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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