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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은 '운산리 서하마을 → 1001 지방도 → 서하/백전고개 → 1035.4 → 1121 → 천왕봉 → 계관봉 → 독가촌 안부 → 동봉(1230) → 남릉 안부 → 동쪽 광평리골 → 광평리 마평마을'의 7시간 30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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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산[괘관산]
높이: 1,254m
위치: 경남 함양군 병곡면
괘관산은 중앙지명위원회의 지명정비 결과에 따라 2009.4.7. 대봉산(천왕봉, 계관봉)으로 변경되어 정상 표지석 등도 모두 바뀌었다. (괘관산 → 대봉산, 계관봉),(천황봉 → 천왕봉)
대봉산은 과거 괘관산이라 불렸으나, 대통령과 같이 큰 인물이 날 수 있도록 산 이름이 정비되었으며, 천황봉은 천왕봉, 괘관봉은 계관봉으로 각각 개칭되었다. 대봉산은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백운산의 동쪽 지맥 선상으로 소백산맥의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함양군의 뒷산으로 불리는 대봉산은 옛날 빨치산의 활동거점으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산행은 서하면 운곡리, 다곡리 중산마을, 병곡면 원산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잡목이 우거진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억새가 장관인 능선길을 따라가다 보면 정상에 닿는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정상에서는 덕유산을 지나 지리산으로 내려가는 백두대간의 연봉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산행기점은 서하면 운곡리 옥환마을과 백전면 운산리 신촌 사이에 있는 빼빼재이다. 빼빼재에서 왼쪽 절개지 위로 올라서면 바로 등산로가 나타난다. 참나무와 잡목이 우거진 가파른 오르막을 30여 분 오르면 1,035봉이다.
억새밭 능선길을 따라가면 원티재가 나오고 곧 헬기장이다. 10여 분 거리에 또 하나의 헬기장이 있다. 헬기장에서 억새밭 능선길을 따라 35분 정도 걸으면 암봉으로된 정상에 이른다.
하산은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1,230봉 방향의 안부로 내려선 뒤 병곡면 원산마을로 내려가는 것이 함양읍과 가깝다.
경남 함양군은 일제 잔재가 있는 산 지명정비 운동 계획으로 2009년 국토지리정보원 중앙지명위원회에 17개를 제출해 16개가 심의 의결되어 고시가 완료되었다. 서북부지역에 위치한 군은 북으로 남덕유산, 남으로 지리산과 서쪽으로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전형적인 산악지형으로서 영취산, 와불산, 도숭산, 감투산과 할미봉, 서봉, 두류봉, 영룡봉, 소지봉, 투구봉, 오도봉, 역마봉, 식기봉 등 13개가 신규 제정돼 국가기본도에 표기하게 됐다.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하여 창지개명된 병곡면 소재 해발 1,228m 천황봉(일본 天皇 지칭)을 당초대로 대봉산 천왕봉(天王峰)으로 변경하고 산세가 좋아 큰 인물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이곳 주민들이 벼슬을 하지 못하도록 벼슬을 건다는 서하면 소재 괘관산을 현재 부르는 이름이고 닭 벼슬 모양인 계관봉으로 변경 등 해방 64년 만에 일제 잔재를 청산한 성과를 거두었다. – 한국의 산하
5월 정기산행으로 북한산 상장 능선 또는 숨은벽 능선을 가기로 결정된 이후 마지막 주 산행을 어디로 갈지 각 산악회 카페에 들어가 게시판을 훑어봤지만, 추구하는 산을 가는 산악회가 없었다. 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을 할까 하고 그동안 만들어둔 계획 중에 적당한 것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대중교통이 정상적으로 운행되지 않아 그것도 쉽지 않아 다시 산악회로 돌아가 찾아낸 산이 속리산 묘봉이다. 묘봉은 현재 목표로 하는 산은 아니지만, 유명한 암봉과 암릉으로 언젠가는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단 그렇게 결정하고 다른 산행계획을 구경하다가 5월 31일 일요 산행으로 함양의 대봉산행 계획을 발견했다. 해서 산행 신청 상황을 확인하니, 거의 만원으로 서너 자리만 남아있었다. 그럼 당연히 함양으로 가야지, 바로 회비를 입금하고 어차피 자리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 빈자리 하나 달라고 글을 남겼다. 함양의 대봉산은 대중교통으로 당일 산행은 거의 불가능하고, 명성에도 불구하고 100대니, 대간이니 하는 곳에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산악회도 거의 가지 않았다. 일요 산행 후 다음날 출근하려면 피곤해 가능하면 일요 산행은 피하지만,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많은 산꾼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지, 갑자기 신청자가 급증하더니, 결국 버스 두 대가 동원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심으로 돌아가 BPL을 추구하는 산행을 하기로 한만큼 굳이 산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배낭을 무겁게 할 생각은 없다. 다행히 산악회가 계획한 산행 코스의 하산 지점이 마을이라 식당이 없으면, 하다못해 가게는 있을 거 같아 하산지점에서 막걸리로 요기가 가능할 거 같다. 없으면 서울에 도착해서 마시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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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기상해 영양밥을 전자레인지로 돌린 후 디팩에 넣었다. 그리고 얼린 물을 배낭 옆 주머니에 넣고 점심이 들어있는 디팩을 배낭에 넣는 것으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6시 5분경 집을 나섰다. 재개발한다며 슬럼 지대가 된 마을을 통과하다가 여기저기 쌓여있는 오물과 쓰레기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재개발은 도대체 언제 시작되는 건지. 불광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6시 55분경 등산객의 성지 신사역에 도착했다.
신사역 4번 출구로 나오자 전혀 기대하지 않은 익숙한 인물이 보였다. 흥수다! 분명 어제 자기 전까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번 대봉산행 신청자 중에 없었다. 해서 인사를 하고 어느 산을 가는지 물어봤다. 그에 따르면 애초 지리산 7 암자를 갈 예정이었으나, 급하게 고향을 다녀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당일 새벽에 대봉산행을 신청했다는 거다. 그래서 동일한 산행을 신청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둘이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7시 4분에 대봉산으로 가는 두 대의 산악회 버스가 도착했다. 카메라와 패드는 들고 배낭을 짐칸에 넣은 후 나는 1호 차에 흥수는 2호 차에 탔다.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7시 11분에 버스는 출발했고, 양재와 죽전에서 등산객을 마저 태운 후 대봉산 들머리인 빼빼재를 향해 달렸다. 와중에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인솔 대장이 친분이 있는지, 대장이 앞의 자리를 가리키며 두 자리가 비었으니, 그 자리로 옮기라고 권했다. 내 옆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리를 옮겼으니, 덕분에 나도 편하게 가게 되었다. 버스는 남쪽으로 달려 9시 5분에 인삼랜드 휴게소에 도착했다.
9시 20분에 버스는 휴게소를 출발해 다시 빼빼재를 향해 달렸다. 늘 그렇듯이 휴게소를 출발하자마자 인솔 대장이 지도를 나눠주고 이번 산행의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대충 지도를 훑어보니 특히 주의할만한 내용이 보이지 않아, 인솔 대장은 열심히 설명했지만, 무시하고 계속 책을 봤다. 덕분에 대봉산 상봉이라는 천왕봉과 계관봉 두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서는 천왕봉 갈림길에서 천왕봉을 왕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책에 정신 팔렸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마감 시각을 얘기할 때는 정신을 집중해 들었다. 지도에는 5시 30분이지만, 거리가 12km에 불과하고 암릉이 있어 위험하기는 하지만, 7시간이면 충분한 코스라 10시 10분에 산행을 시작할 수 있으니 30분을 당겨 5시에 마감한다고 했다. 12km에 7시간이면 시속 2km로 간다고 해도 6시간, 1시간은 막걸리 타임! 아주 훌륭한 시간 계획이다.
버스는 계속 달려 10시 15분경 들머리인 빼빼재에 도착했다. 해발 803m인 빼빼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만큼 1,254m인 계관봉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451m만 올라가면 된다. 해서 해발 428m인 은행마을을 날머리로 하고 빼빼재를 들머리로 하는 산행 코스를 선호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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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19분 산행을 시작해 첫 번째 목표인 해발 1,035m 감투산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빼빼재로부터 232m를 올라가야 했지만, 거리가 1km에 불과해 생각보다 급경사였다. 어쨌든 10시 43분에 감투산에 도착했다. 1km에 24분이 걸렸으니, 생각보다는 빠르다. 애초 계획은 시속 2.3km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속 3km도 가능할 거 같았다. 먼저 도착한 등산객 십여 명이 인증을 찍느라고 정신이 없어 정상석 사진만 찍고 다음 목표인 천왕봉을 향해 바로 출발했다.
간간이 비도 내리는 흐린 날씨라 기대했던 지리산이나 덕유, 황석, 거망, 기백, 백운 등은 볼 수 없었다. 해서 딱히 찍을 조망도 없어 앞만 보고 천왕봉을 향해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천왕봉과 계관봉이 같은 능선 위에 있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 앞에 천왕봉, 계관봉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 시각이 11시 53분이다. 이 갈림길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면 굳이 배낭을 짊어지고 갈 이유가 없었다. 해서 배낭을 두고 갈까 하다가 점심 때라 정상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배낭을 짊어지고 천왕봉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시 고개를 향해 내려가 12시 4분에 중산마을 사거리에 도착했다. 사거리는 안부로 천왕봉까지는 500m 거리로 다시 올라가야 했다. 안부에는 과거 어느 팀인가 쉬기 위해 놓아둔 돌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비록 정상에는 전망 데크가 설치되어 있지만, 버스 두 대로 온 등산객이 정상에 몰려 있어 자리 잡고 앉아 점심을 먹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 그 사거리에서 먹기로 하고 배낭을 벗어 두고 카메라만 들고 정상으로 갔다.
정상을 향해 헉헉대며 올라가다 힐끗 뒤를 돌아보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뒤로 보이는 계관봉의 암봉과 암릉이 절경이었다. 그 암봉을 오를 생각에 대단히 즐거웠다. 다시 앞만 보며 올라가 12시 16분에 돌을 쌓아 만든 돌탑이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역시 정상에는 서너 명의 등산객이 먼저 도착해 까만 소 수건을 들고 인증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같이 온 등산객에게 부탁해 인증을 찍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들머리까지 오는 버스 안에서 인솔 대장이 대봉산 모노레일에 관한 얘기를 했지만, 막상 눈으로 보고 놀랐다. 아니 산 정상에 모노레일이 웬 말인가? 모노레일은 능선을 타고 올라와 다른 쪽 능선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쏟아지는 욕을 참고 배낭이 기다리고 있는 사거리 안부로 내려갔다. 예상대로 내려가는 길목 옆 곳곳의 나무에 기대어 있는 배낭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선구자가 있으면 누구나 따라 하기 마련이다. 우리 배낭이 있는 곳에 가보니, 이미 몇 명의 등산객이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고, 우리 배낭을 빼고도 주인을 기다리는 배낭 서너 개 있었다. 돌로 깔고 앉아 흥수가 가져온 막걸리와 김밥, 내가 들고 간 간편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계관봉으로 가기 위해 다시 천왕봉 갈림길을 향해 올라 1시 17분에 도착했다. 갈림길에서 계관봉까지는 300m! 그런데 그 길목에 함양군 인정 1,000년 수령의 철쭉이 있었다. 상식적으로 1,000년 묵은 철쭉이라면 천연기념물로 보호해야 맞는 거 아닌가? 뭐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설명한 바에 의하면 계관봉은 암봉으로 정상이 좁아 인증을 찍다가 사고를 당할 수 있어 정상석을 다른 곳에 설치했다고 했다. 어쨌든 정상석이 있는 곳에 도착해 인증을 찍은 후 진정한 정상을 향해 갔다.
1시 34분에 진정한 정상에 도착해 카메라를 바위에 설치하고 인증을 찍었다. 계관봉은 거의 1km에 이르는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걸 오르고 내리는 즐거움이 대단히 좋았다. 암봉과 암릉을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올라봐야 할 봉우리가 계관봉이다.
암릉을 지나 2시 30분에 갈림길에 도착했다. 책을 읽느라 인솔 대장의 주의 사항을 듣지 못했는데, 흥수 말에 의하면 "등산로 없음"으로 표시된 길로 가야 한다고 수없이 주의를 줬다고 했다. 흥수가 없었으면, 당연히 길이 없음을 버리고 다른 길로 가서 대형 사고를 쳤을 거다. 그런데 등산로 없음 표지는 뽑혀 한쪽 구석에 놓여 있었다. 그걸 보면서 “등산로 없음”으로 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하산이다. 거의 600m를 내려가야 한다.
그렇게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다시 갈림길에 도착했다. 문제는 그 삼거리에 관해서는 흥수도 설명을 듣지 못했다. 고로 어디로 갈 지 고민하다가 어느 산악회에서 놓아둔 표시를 보고 그 표시가 가리키는 쪽으로 갔다. 그렇게 300여 미터를 간 후 지도를 확인하니, 등산로를 벗어나 있었다. 그렇다고 돌아갈 이유도 없어 계속 갔다. 나중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처음 산악회 계획은 능선 길로 가는 거였지만,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은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이번 산행을 같이한 60% 정도의 등산객이 계곡 길로 내려왔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은 그 길이 처음 계획한 코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거다.
3시 15분에 계곡에 도착해 보니 이미 도착해 탁족을 하거나 씻고 있는 두 팀이 있었다. 우리도 배낭을 벗어 두고 남성 혼자 씻고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자 그 등산객이 다 씻었다며 자리를 우리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가면서 하는 얘기가 "등산로 없음"에서 알바를 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우리는 알바 없이 바로 왔다고 하자, 그 사람 왈 본인이 알바하고 나서 다시 돌아와 뒤에 따라오는 등산객의 알바를 막기 위해 그 이정표를 뽑아 길을 막았다고. 이정표가 뽑힌 이유를 알았다!
대략 15분가량 탁족을 한 후 다시 복장을 갖추고 들머리를 향해 내려갔다. 사과 과수원과 인삼밭을 지나 3시 52분에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기다리는 정자 주차장에 도착하는 거로 이번 대봉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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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시각은 5시, 현재 시각 3시 52분! 마을에 식당은 아니라도 가게는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지도로 근방의 식당을 확인해보니 주차장에서 1.7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해서 배낭을 벗어 버스에 두고 둘은 식당을 향해 도로를 따라 걸어갔다. 옆으로 지나가는 차에 손짓으로 태워 달라고 부탁했지만, 대여섯 대가 그냥 지나쳤고, 대략 식당 1km 정도를 남겨둔 지점에서 고마운 차가 섰다. 차로 달려가 보니, 마을 주민이 천렵 다녀오는 중이었다.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 우리 사정을 얘기하고 가까운 식당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도착해보니 서하면사무소 소재지로 식당이 서너 개 있었지만, 간단히 막걸리 한잔할 만한 식당은 정육식당이 유일했다. 그 식당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한잔할 만한 안주로 뭐가 있나 확인해보니 김치찌개가 유일해 그걸 주문 후 먼저 소맥을 마셨다. 이후 주문한 김치찌개를 안주로 본격적으로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음식들이 다 깔끔하고 맛 있는 게 우리가 함양 최고의 맛집을 찾은 거다. 그리고 최소 한 팀 정도는 등산객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이 식당에서 술 마시다가 지나가는 버스를 잡아탈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리 둘만 있어 양심상 그럴 수가 없어 다시 1.7km를 걸어 버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해서 술 마시면서 식당 여사장과 우리 처지에 관한 얘기를 하며 혹시 택시가 있는지 물어봤다. 택시는 부르면 온다고 하며, 왜 택시를 찾는지 물어 다시 우리가 타고 온 버스 있는 곳으로 걸어서 돌아가야 하는데, 택시가 있으면 타고 가려고 한다고 얘기해줬다. 굳이 택시를 타려고 하는지 이유를 다시 물어 그 시간만큼 술을 더 마시려고 한다고 하자 웃으며, 그럼 바깥양반에 얘기해 모셔다 주라고 하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 바로 감사를 표한 후 음식 계산할 때 소정의 택시비도 같이 드리겠다고 하고 마음 놓고 술을 마셨다.
그러다 택시는 서상에서 부른다는 얘기가 떠올라 그럼 서상, 서하 두 면이 있는 거 같은데 "서"가 뜻하는 게 뭔지 물어보았다. 뭐의 윗동네, 아랫동네일까? 설마 그 서가 西는 아니겠지 하며 물어보자 본인은 현지 출신이 아니라 부산 출신이라 모른다면서 바깥양반의 차를 타고 가며 물어보라고 했다. 그렇게 맥주 한 병, 소주 세 병을 마시고 4시 55분에 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식당 남사장에게 서상, 서하의 "서"가 의미하는 게 뭔지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서쪽의 "서(西)"였다. 해서 그럼 뭘 기준 서쪽인가 다시 물었다. 답은 함양읍의 서쪽!
최근에 느낀 최고의 허탈함을 맛보며 4시 58분에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결과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우리가 제일 늦게 버스에 도착했고, 우리가 버스에 자리를 잡고 앉자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중간에 천안삼거리 휴게소와 죽전에 들린 후 양재에 8시 9분에 도착했다. 양재역에서 흥수와 헤어져 9시경 집에 도착하는 거로 함양 대봉산행을 마감했다.
산악회의 계획대로 '빼빼재 → 감투산 → 원통재 → 천왕봉 갈림길 → 천왕봉 → 천왕봉 갈림길 → 계관봉 → 첨봉 갈림길 → 은행 마을'의 12.27km(트랭글 기준), 5시간 37분의 빨치산의 본거지 괘관산행을 했다. 이동 4시간 43분, 휴식 54분!
대봉산 천왕봉이야 상봉이라는 의미를 빼면 별 의미가 없는 봉우리지만, 계관봉은 암봉과 암릉을 좋아하는 산꾼은 무조건 올라봐야 한다.
서하면 소재지의 식육식당은 함양 맛집이니 산행 후 꼭 들러보기를 권한다.
이제 경남의 오지 함양에 남은 산은 삼봉산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