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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맛집 스크랩 로치아 커피 로스터스
민욱아빠 추천 0 조회 187 13.07.20 12:0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제가 입도한 지 이제 4년차..  아직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고 다니던 때였는데도 아직 기억에 남은 것은 노형오거리의 분주함 속에서 맛집을 찾아다니던 기억과 공항 옆 어떤 작은 동네에 검은 현무암이 네모지게 깎여 쌓여있던 모습이었습니다.  지나면서 생각한 것은 '석재상에 같은 모양의 돌만 많이 쌓여있네.' 쯤이었달까요?  그 흔한 검은 돌하르방 상도 없고 단지 구멍 숭숭 뚫린 네모난 돌이 비슷한 모양으로 쌓였는데 검은 빛이 완연한 돌색깔이 사뭇 인상적이서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는 듯 합니다.

  지형과 지역이름에 익숙해질 때 쯤, 그곳은 도두동임을 알게 되었고 네모난 현무암 돌은 점점 쌓여가더니 검은 성채의 모습과 비슷하게 쌓여 모양을 내고 있었습니다.  언뜻 주변환경과 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대체 저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주기엔 충분했죠.  일반적인 공사기간을 훌쩍 넘은 꾸준하고 오랜 기간도 의아한 부분이었구요.  그러던 '성채'는 어느덧 모습을 더하더니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본 건물은 웨딩촬영장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한 켠엔 작은 까페가 생겼더군요.

  처음엔 이 건물에 들어선 까페도, 까페의 위치도 그닥 맘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생겼나보다 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까페의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하더군요.  그 진가라는 것은 뒤에 이야기하겠지만, 어쨌든 자전거를 모토로 구성한 도두의 다른 까페와 함께 커피 한 잔으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던 도두동에서는 나름 반갑기도 한 까페였습니다.

  건물만큼이나 웅장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공간이 아주 크지는 않습니다.  현무암의 단단함과 검은 배경이 주는 웅장함과 무게감은 그대로 전달되는 실내 분위기도 가볍고 밝은 느낌을 많이들 표현하는 다른 까페와는 다른 점입니다.

  다락자리에서 찍어본 실내는 유럽의 어떤 고성 안으로 들어온 느낌입니다.  인테리어가 좀 더 개성있는 고풍스러움을 신경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고식적인 고풍스러움은 일찍 식상함을 주거든요. 

  그래도 그 식상함은 현무암 자체로 세워진 벽의 질감과 탄탄한 느낌이 충분히 상쇄해주는 느낌입니다.  웅장함과 무게감이 어떤 면에서는 아늑한 느낌까지도 주곤 하는데, 볼 때마다 대단하다 싶은 건, 5년동안 천천히 돌을 직접 깎아 쌓아올린 사람의 정성과 인내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모든 건 직접 깎고 직접 쌓아올렸다고 합니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개인작품인 셈이죠.

  안쪽의 이 자리에서 종종 커피와 와플을 먹곤 했죠.  아드님의 땡깡을 받아주며.. ㅎ

  혼자 앉아도 좋을 자리도 있습니다.  밖은 며칠째 비 한방울 안오는 마른 장마의 덥고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현무암을 깎아 만든 석재 드립기도 있네요.

  제주안에서 드립커피를 제공하는 까페의 특징 중 하나는, 까페주인장들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모든 일들이 노력과 고민없이 되는 건 아니지만, 드립 하나로 보자면 배전과 손길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맛을 내기위해 고민이 이어지는 것이죠.

  특별한 품종의 커피가 당길때가 있기도 하지만, 전 대부분의 경우 까페 주인장님께 커피를 추천받아 마십니다.  왜냐하면 커피를 고민하는 분이라면 그날 가장 자신있는 커피를 내려주실 것이기 때문이죠.  아침마다 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아내가 때마다 자신의 커피에 평을 내리는 것을 보고 깨달은 드립커피를 마시는 가장 좋은 법입니다.

  그렇게 내려준 드립커피가 마냥 제 입에 맞거나 한 건 아니지만, 로치아 커피는 제게는 다양하면서도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가 있어 좋습니다.  직접 배전하고 드립을 하는 아내도 종종 이 집에서 배전된 원두를 구입하여 오기도 할 정도죠. 

  육지는 장마라지만 이곳은 비 한방울 없이 하루종일 30도 선을 오르내리는 무더운 여름에 검은 현무암에 둘러싸인 시원한 공간에서 맛있게 내려진 커피 한 잔을 마십니다.  이것도 무더위를 피해 즐길 수 있는 휴가의 한 방법이겠죠.

  드립커피는 배전과 사람의 손길과 품종에 따라 다양한 변수를 거쳐 화려하고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커피입니다.  그 정교함때문에 커피에 대한 호불호도 정교하게 갈리곤 합니다.  제 입이 그닥 섬세하지는 못하지만 맛있는 커피는 언제나 제 입 안에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그 즐거움에 걸맞는 커피잔까지 더한다면 묘미는 더 커집니다.

  아이들에게는 직접 구운 블루베리 와플을 주문했습니다.  이제 블루베리가 제철이긴 하죠. 

 

  사람 손을 타는 일은 언제나 정성과 고민에 따라 티가 나기 마련입니다.  드립커피를 볼 때마다 커피 원두를 고르고 배전을 하고 내리는 사람의 정성과 고민이 느껴집니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 커피를 자주 접하는 사람들에겐 그것이 느껴진다는 것이 드립커피의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도 있겠지요.  로치아는 끊임없는 고민이 느껴져서 여전히 맛있고 즐거운 커피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앞서 말한 로치아의 진가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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