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곡 도둑들, 뱀들에게 물리는 벌
마귀 대장이 길을 잘못 가르쳐준 것에 선생님은 노기를 띤 얼굴이었으나 부드러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바로 그렇게 선생님은 찌푸린 이마로 날
놀라게 하시더니 곧바로 나의 아픈 곳에
약을 발라 치료를 해 주셨다.
허물어진 다리에 다다랐을 때 선생님은
내가 산기슭에서 처음 보았던 그
부드러운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셨던 것이다.
선생님은 가볍게, 나는 그가 밀어주는 대로 바위에서 바위로 올라갔습니다. 악마가 다리가 깨져 버렸는데 거짓말을 하여 바닥과 기슭에 쌓인 바위 조각들을 밟고 구렁을 건너 갈 수밖에 없어 더 힘이 듭니다. 선생님은 육체가 없으니 가볍지만 단테는 육체가 있으니 바위로 올라가는데 녹초가 되어버렸습니다. 꼭대기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이제야 말로 네가 나태함을 벗어 버릴 때로구나.
베개를 베고 이불 속에 누워 편안함을 즐기다가는
명성을 얻을 수 없느니라!
명성 없이 삶을 소모하는 사람은
허공의 연기나 물속 거품과 같은
흔적만 세상에 남길 따름이다.
그러니 일어나라! 무거운 육체에 눌려
주저앉지 않으려면, 모든 싸움을
이기는 정신으로 숨 막히는 어려움을 극복하여라.
이 말에 나는 똑바로 일어났습니다.
돌다리를 따라 간 길은 비좁고 험난해도 의연하게 걷고 있는데 구렁의 밑바닥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래쪽을 내려다보았지만 보이지 않아 선생님께 다음 둔덕에 이르면 이 다리 아래쪽으로 내려가자고 했습니다.
여덟 번째 둔덕으로 이어지는 다리의 꼭대기에서 내려오자 구렁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엄청난 무리의 무시무시한 뱀들이 얽혀 있었습니다.
살무사, 날아다니는 뱀, 점박이 독사, 아프리카 독사,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리비아 사막의 모래가
먹여 살린다고 자랑은 못할 것이며,
벌거벗은 자들은 그 잔인하고 사악한 떼거리 속으로 떨어졌습니다.
손은 뒤로 젖혀진 채 뱀으로 묶였고 허리에는 뱀의 꼬리와 머리가 삐져나와 앞쪽에서 뒤엉켰습니다.
그때 어떤 자에게 뱀 한 마리가 와락 달려들어 목과 어깨가 이어지는 부분을 물어 뜯었습니다. 그러자 그자의 몸에 불이 붙고 타버려 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재는 땅에 스러졌다가 또 다시 모이더니 순식간에 이전의 형상대로 자랐습니다.
도둑 죄인들이 자신들의 몸을 도둑맞았다가 다시 되찾는 일을 영원히 반복합니다.
자신의 몸을 도둑맞은(뱀에게 빼앗기는) 영원한 형벌을 받습니다.
도둑은 지옥 일곱 번째 구렁에서 도둑질한 죄로 이러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눈앞에서 뱀에게 물어뜯기는 사람이 그러했다.
복수를 위하여 그러한 벌을 주시는,
아, 하느님의 전능이여! 그 얼마나 경외로운가!
베르길리우스는 벌을 받는 그에게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나는 반니 푸치인데라고 대답을 하는데 단테가 무슨 죄로 여기에 처박혀 있는지 물어보라며 저자의 꼴을 본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단테를 세심하게 살피더니 사악한 치욕으로 낯빛이 추하게 변했습니다.
반니 푸치는 피스토이아 흑당의 지도자였습니다. 단테 시대에 그는 살인과 약탈을 일삼는 경력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는 너를 만난 게 저 세상에서 생명이 다 했을 때보다 괴롭다하며 제의실에서 아름다운 성물을 훔친 도둑이어서 이곳에 빠져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자가 이미 그 죄를 뒤집어썼다. (죄인이 아닌 사람이 이미 잡혔다.)
네가 이 어두운 곳을 벗어나게 된다 해도,
귀를 열고 내 예언을 똑바로 기억해라.
그리고 피렌체와 단테에 대해 예언을 했습니다.
“피렌체 백당의 도움으로 피스토이아에서 흑당이 쫓겨나지만 일 년 후 흑당이 다시 백당을 몰아낼 것이다. 그리고 피스토이아에서 피렌체로 흑당이 옮겨가는데 이때 상처를 입지 않고 도망가는 백당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라고 날씨를 은유하여 예언합니다.
마르스가 불길한 구름을 겹겹이 두른
마그라 계곡에서부터 번개를 몰아오면
피체노의 벌판 위에서 모진 폭풍우와 함께
거친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번개가
삽시간에 구름을 찢어 버리면, 상처를 입지 않고
도망가는 백당을 하나도 없을 것이다.
단테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해 이런 말을 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