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훨~~
저는 참으로 오랫동안 애를 쓰며 살아 왔습니다. 역할을 맡으면 그것을 잘 해내려 애쓰고, 관계를 맺으면 좋은 상대가 되려고 애썼습니다. 일을 해도 최선을 다해야 하고, 남들보다 돋보이려 애를 쓰기도 했지요. 그 탓에 항상 긴장하며 살았고 저도 모르게 힘을 주는 버릇까지 생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선가 이런 울림이 들려왔습니다. “너무 애쓰지 마라.”
삶이 지치고 마음 터놓을 사람 하나 없던 시기였습니다. 늦은 밤, 공원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다가 스륵 벤치에 누워 긴 숨을 토해냈습니다. 하늘을 보니 별은 없고 새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더군요. 한시도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하며 어디론가 향하는 그 새가 마치 저처럼 외롭고 힘겨워보였습니다. 안쓰러운 나머지 몇 마디 위로를 실어 보냈습니다. ‘새야, 밤이 늦었는데 어디로 가는 거야.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하면 얼마나 지치고 힘들겠어. 급한 일 아니면 오늘은 쉬고 내일 다시 날아가렴.’
바람 한 점 없는 밤하늘을 힘겹게 가르는 새를 보며, 제 인생을 그려 보았습니다. ‘나는 왜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갈까? 나는 왜 순리의 바람에 자신을 맡기지 못하고 애만 쓸까?’ 여러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이튿날, 절두산 성지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치며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어제 보았던 새와 똑 닮은 새 한 마리가 날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힘으로 힘겹게 날갯짓을 하던 새와는 달리 그 새는 두 날개를 쫙 펼치고 바람에 자기 몸을 맡긴 채 거저 날고 있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애쓰지 않고 자유롭게 가벼이 날아가는 새를 처음 보았습니다.
“나도 너처럼 바람에 나를 맡기고 거저 날고 싶어. 자유롭게 훨훨훨~.”
너무 애쓰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 겁니다. 가볍고 여린 몸에 무거운 추를 달고 날듯…
저는 왜 그랬던 걸까요? 집착과 탐욕과 교만의 습성, 그리고 두려움과 불안, 외로움 등 부정적인 감정 때문이었습니다. 뭐든 내가 다 해야만 하고,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내게 있다고 착각하여 남의 인생에 개입하고 자기중심적인 소통을 하면서 매순간 애를 썼던 거지요. 그러는 동안 나 자신은 물론이고 일방적인 저의 대우를 받으며 경계를 침범당하는 남도 지치게 하였습니다.
희년의 기쁨을 누리는 올 한해, 저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부족할지라도 저 스스로 이만하면 충분하다 격려하며 훨훨 날고 싶습니다. 바람타고 거저 날던 그 새처럼 말이지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신명나는 세상을, 각자 자신의 고유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스스로 진실한 존재로서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존재에 집중하기보다 드러나는 행위와 업적에 집착하여 애를 쓴다면 결국 어딘가에 발이 묶인 새처럼 훨훨, 날지 못할 겁니다. 우리 모두, 신명나게 하늘을 날며 자기답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줄이 가늘거나 굵거나 간에 새를 묶은 줄이 끓어지지 않으면 그 새가 날지 못한다.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집착을 끊지 않는 영혼은 하느님과 일치하는 자유에 도달하지 못한다.’
(십자가의 성 요한 「잠언과 영적 권고」
첫댓글 요셉피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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