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15-10-25 [제2966호, 2면]
아파트 단지 내 가로수길에 열린 장터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장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른들의 밝은 미소가 어우러져 있는 경우는 드물다. 장터라기보다는 축제에 가까운 분위기. 사랑의 온기가 가득 찬 이곳은 수원대리구 권선동본당(주임 배명섭 신부) 11·12지역 교우들이 만든 온수골 벼룩시장이다.
10월 17일 오전 10시 권선동본당 인근 온수골 아파트단지. 제법 쌀쌀해진 가을 아침 날씨에도 교우들은 보따리를 들고 나와 좌판을 펼친다. 이날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아나바다 장이 열리는 날. 벌써 7년째다.
처음에는 12지역 교우 몇 명이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갖고 나온 작은 나눔터였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물품 기증자가 늘어나, 지난해부터는 11지역 교우들이, 올해는 지역 교우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 참여도 늘어 물품 가짓수도 많아지고 종류도 다양해 졌다. 옷가지가 가장 많았지만, 가전제품, 학용품, 장난감, 책, 성물, 신발류, 먹거리 등도 볼 수 있다. 권선동본당 전 주임인 강홍묵(양성본당 주임)신부도 지역농민들에게서 기증받은 배, 호박, 고추 등 농산물을 가득 보내왔다.
벼룩시장에 참여하는 교우들은 사람과의 만남이 즐겁다고 말한다. 물건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넘기기 위해 나왔기 때문에 장터에 온 모든 이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이 스스럼없다. 장터 한쪽에 마련된 어린 아이들을 위한 컵초 만들기 체험은 제법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랑과 즐거움으로 가득 찬 장소이니만큼 전교에도 도움이 된다. 이날도 11지역장 방현숙(에리나)씨는 함께 온 예비자와 찐빵판매에 열심이다.
남은 물건들을 정리한 봉사자들은 돌아가며 소감을 말하고 함께 마침 기도를 바쳤다. 이날 모금액은 545만여 원. 지난 해 370여 만 원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 수익금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교구청으로 보내져 수단선교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행사를 총괄한 12지역장 이영희(안나)씨는 “이제 우리들의 벼룩시장은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았고 삭막한 세상에 따스함을 전해주는 행사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