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부터 가계신용과 연체율이 급증하더니 SK글로벌 사태가 터진 지난 3월부터는 채권시장이 마비되고 이제는 신용불량자가 3백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걱정스런 소식이다.
이렇게 많은 신용불량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신용불량자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이유는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도움을 주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우리나라의 수많은 부채탕감 정책이 개인이고 기업이고간에 ‘내가 어떻게 못하면 정부가 대책을 세워주겠지’ 하는 모럴 해저드를 부추긴 측면이 매우 강했다.
대책을 세우지 않고 그냥 시장에 맡기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게 되는 수많은 신용불량자들이 좌절하여 생을 포기하거나, 각종 범죄에의 유혹에 빠질지도 모른다.
어떤 대책을 세우더라도 그것은 장기적으로 신용불량자들이 변제능력 이상의 지출을 한 것과 같은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교훈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용불량자들이 자기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지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검토해볼 만한 것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신용불량자 제도를 굳이 유지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신용불량자 등록은 30만원 이상의 금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할 때 은행연합회에 등록하는 것인데 이 제도는 금융거래시 뿐아니라 취업 등에서 필요 이상의 불이익을 받는다.
개인파산자도 아닌 신용불량자들을 이렇게까지 제약하게 되는 것은 제도의 모순이라 할 수 있다.
차제에 이러한 신용불량자 등록제도보다는 전문적인 개인신용평가회사(Credit Bureau)를 활성화해서 개인들의 신용정보를 정확히 평가해 금융기관과의 거래시에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연체대금을 장기대출로 바꿔주는 대환대출이나 개인워크아웃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졸지에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이 신용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사실 신용불량자 중에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빚을 갚지 못하게 되었으나 조금만 시간적 여유를 주면 서서히 갚을 수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에게 신용불량자라는 멍에를 씌워놓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을 뿐아니라, 대출금을 회수해야 할 카드사에게도 궁극적으로 득이 될 것이 없다.
그런 것보다는 연체자들이 시간을 두고 빚을 갚아 나갈 수 있도록 더욱 실질적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신용회복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그것이 현재 카드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인력으로 감당하는 것보다는 전문적으로 불량채권 회수만을 담당하는 회사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인지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사의 주업무가 자금 차입과 신용대출에 의한 금리마진 획득에 있는 이상, 불량채권의 회수와 같은 부대업무는 전문성이 있는 기관에 양도하여 수행하게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기관이 채권회수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지만 감독하면 될 것이다.
〈박상수/경희대 교수 sspark@khu.ac.kr〉
경향신문 2003-05-07 19: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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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핫이슈]신용불량자 불이익보단 회생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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