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나 하와이로 가족여행을 가는데 대번에 30% 할인을 받고 싶은가? 복잡하기 그지없는 항공료의 세계에서는 항공권 두 장을 사는 것이 한 장 사는 것보다 저렴할 때도 있다.
항공사의 특정도시 할인가를 이용하거나 저가항공사를 이용해 직접 경로를 계획한다면, 한 장으로 여행하기보다 두 장의 할인 항공권으로 자신만의 연결편을 만드는 것이 비용이 덜 드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귀찮은 일들도 감수해야 한다. 짐가방을 다시 체크인해야 하거나 연결 도시에서 묵어야 할 수도 있다. 연결편 시간에 늦을 경우 ‘노 쇼우(예약을 해놓고 안나타나는 사람)’로 치부되어 여행이 취소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일리지 적립을 중시하는 이들은 수년간 이 전략을 사용해왔다. 유럽이나 아시아, 하와이 등 장거리 비행에 최고가 요금 중 하나를 내 온 여행자라면 전략을 바꾸는 것만으로 항공권 한 장에 수백달러를 아낄 수 있는 것이다.
할인여행사이트 베스트페어스닷컴의 탐 파슨스 CEO는 “구두쇠가 돼야 한다”며 “관문이 되는 도시들을 확인하고 계산해 보면 답이 나온다”고 조언한다.
항공사들은 정기적으로 특정 도시들에 대해 특별할인항공권을 제공한다. 하지만 예약 시스템과 온라인 티켓판매업체들이 한번에 이런 초저가 할인항공권과 연결편들을 찾아낼 수는 없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전체적으로 항공권 가격이 낮아지고 가격 비교를 유발할 뿐 아니라 경쟁사들이 더 큰 폭의 할인항공권을 내놓는 사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자들은 두 장(같은 항공사든 다른 항공사든)의 별도 비행기표를 구매하고 연결편을 구상하는 식으로 나름의 일정을 짤 수 있다.
3월 시카고 출발 노선을 취항하는 에어베를린이 독일 도시들로 가는 할인가를 게재하면 다른 항공사들도 경쟁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할인요금을 제시한다. 시카고 할인요금은 같은 표로 다른 도시들과 연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시카고 외 다른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별도로 저렴한 표를 찾아 연결편을 만들어야 한다.
일례로 유나이티드에서 한 장으로 검색한 5월말 달라스-뒤셀도르프 왕복표가 1,337달러라고 할 때, 677달러짜리 시카고-뒤셀도르프 왕복표와 243달러짜리 달라스-시카고 왕복표(둘 다 유나이티드), 이렇게 두 장을 이용하면 417달러 혹은 31%를 아낄 수 있다.
미국 노선을 늘리려고 하는 터키항공은 워싱턴DC와 이스탄불 간 왕복요금을 409달러까지 낮췄다. 세금과 수수료, 연료과징금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다른 항공사들도 일부 항공편에서는 이에 맞먹는 가격을 제시했다. 워싱턴은 그리스 아테네로 가는 가장 저렴한 표를 구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따라서 워싱턴행 저렴한 표만 찾을 수 있다면 훨씬 싼 가격에 유럽을 갈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애틀란타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가는 표는 뉴욕행 표를 사고 다시 뉴욕-로마 왕복표를 살 때보다 750달러나 저렴한 경우도 있다.
두 장을 샀지만 한 장으로 예약했을 때와 같은 비행기에 타게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유나이티드는 4, 5월 휴스턴-이스탄불표가 614달러부터 시작하는데, 텍사스 오스틴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 표와 별도의 125달러짜리 오스틴-휴스턴간 유나이티드 왕복표를 구입해 1,137달러짜리 오스틴-이스탄불 왕복표 한 장을 샀을 때보다 35% 저렴하게 같은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것이다.
자사 요금을 다른 항공사 요금과 연계시키지 않는 할인항공사 표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와이항공은 최근 미국 서부해안 도시들에서 하와이 여러 지역으로 가는 표를 할인가에 판매했다. 이 표와 사우스웨스트항공 표를 함께 사용하면 웬만한 주요 항공사 항공권 한 장보다 싸다. 사우스웨스트가 다른 항공사들과 라우팅을 공유하거나 ‘연결’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딜은 항공사나 여행사 컴퓨터, 온라인 검색에 뜨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국제적인 관문 역할을 하는 대부분의 도시들은 특정 경로에 대해 이중할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 할인항공사들이 뉴욕 캐네디국제공항(JFK), 샌프란시스코, LA, 시카고, 애틀란타, 달라스, 휴스턴, 필라델피아, 워싱턴 등 국제 도시들로 가는 서비스를 늘린 것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페어컴페어닷컴의 공동창업자 릭 시니는 아시아에 여행갈 때 항공권 두 장을 사용하는 전략을 애용한다. 달라스에 거주하는 시니는 일단 서부 도시에서 목적지까지 가장 저렴한 표를 찾고, 그 다음에 달라스에서 그 서부 도시까지 가는 싼 표를 찾는다. 그렇게 하면 서부 도시에서 한 밤 자도 수백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그는 “표의 절반까지 절약되기도 한다”며, 항공사들이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 연결편을 만드는 이 전략을 ‘가상의 연결’ 전략이라 부른다.
이 전략은 할인 항공권을 찾기 힘든 여름 성수기에 특히 효과만점이다. 지난 금요일 기준 6월 11일~18일사이 애틀란타-베를린 최저가 왕복요금은 1,541달러였다. 뉴욕-베를린 요금은 680달러였다. 할인가 경쟁으로 얻을 수 있는 뉴욕과 애틀란타간 요금 중 최저가는 JFK까지 왕복에 258달러였다. 4인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총 2,400달러(39%)가 절약되는 셈이다.
항공사들에 따르면 표를 두 장 구매하는 전략은 항공사 규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이 방법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이런 수고를 하려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정책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도 않는다는 입장이다.
물론 상당한 ‘수고’가 따를 수 있다. 표 두 장으로 여행할 경우에는 짐을 찾았다가 다시 부쳐야 할 가능성(수수료도 두 번)이 크며 항공편 간 시간 조정을 잘해야 하는 것은 물론 검색대를 떠났다가 다시 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시니는 “부치는 짐 없이 가볍게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방법”라고 말했다.
연결편 간 시간 간격이 충분한지도 꼭 확인해야 한다. 처음 비행기가 지연되면 두번째 비행기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게 되고 노 쇼우로 간주되어 다음에 예약할 때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다. 관문 도시에 하루 일찍 도착해 하루밤 묵도록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숙박비가 나가긴 하겠지만 다른 도시에서 하루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장점도 있다. 한 도시에 있긴 하지만 도착한 공항과 다른 공항을 이용할 경우에도 추가 비용과 시간이 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유럽의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것 역시 도착한 후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 유럽에는 라이언에어, 이지젯 등의 저가항공사가 있는데 가격도 매우 저렴하고 유럽 내에서 움직이기에도 편리하다. 주의해야 할 점은 저가항공사들은 외딴 곳에 있는 활주로를 이용하는 일이 많아 공항 간 이동시 버스나 열차를 타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저가항공사들은 수화물 수수료가 비싼 경우도 종종 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대서양 횡단 비행에서 40파운드짜리 가방 하나를 부치는 데 돈을 받지 않지만, 40파운드짜리 가방이 하나 더 있어 기내에 가지고 탈 경우 288달러(이지젯 항공사)를 내야 하며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40달러의 요금을 또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