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조언 - D-7 부터 수능 당일까지 알아야 할것들
기획 : 훌천 운영위 입시분과
글 : [漢法]소년시대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일 안팎으로 다가왔다.
재수생, 삼수생, 혹은 N수생등
수능이라면 도가 튼 훌리들도 있을 것이나,
말로만 듣던 "수능"이 내 얘기가 된다는 것에
벌벌 떨며 안절부절하고 있을 귀여운 고3 현역 꼬꼬마들을 위하여
수능 당일 유의사항을 집필하게 되었다.
나에게 집필을 요청한 베킨세일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지금도 쉴새없이 움직이는 시계추를 보며
똥줄 타고 있을 너희들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하기에
이만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수능 D-7~ D-5
수능이 일주일쯤 남았을 즈음이면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언수외나 탐구영역의 개념이 나름대로 다 잡혀있을 시점이다.
때문에 이 시기에 새로운 문제를 또 풀기 시작하는것은 매우 위험하다. 지금껏 나름대로 정립해 온 개념들에 혼란이
올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지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한다고 해서 그것을 수능 시험장에서 써 먹을 수 있을리 또한 만무하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오답노트를 점검하고 수능 기출문제를 푸는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오답노트는 하루~이틀 정도에 걸쳐 점검하는 것이 좋다.
나 같은 경우에는 워낙 고3담임이 극성이라 전혀 꼼꼼한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3 모의고사 전부를 오답노트로 만들었었다.
최상위권 학생의 경우엔 오답노트의 양이 그리 많지 않아 사설모의고사까지 꼼꼼히 체크해 볼 수도 있으나, 언수외탐 7과목
전부의 오답노트를 다 점검하기엔 시간이 촉박한 경우가 태반이다. 이 시기엔 컨디션 조절도 슬슬 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6월과 9월 평가원 모의고사의 오답노트를 가장 우선적으로 체크하고 틀렸던 원인을 찾아 그 부분을 다시 복습한다.
공부가 전반적으로 끝난 상황이므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래도 시간이 남을 경우에는 사설모의고사의 오답노트를
체크한다.
----------수능 D-5~D-2
오답노트를 점검하고 나서는 수능 기출문제를 푼다. 예전에 풀어봤었더라도 상관없다. 또 푼다.
수능 기출문제를 푸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설모의고사나 문제집에 있는 쓸데없이 난해하고 더티한 문제들이 아닌
수능 출제위원들이 엄선한 양질의 문제들을 푸는것이 수능 마인드를 갖는데에 더 도움이 되고
개념을 마지막으로 정립하는데에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수능 기출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인터넷상에서 구할 수 있다. 프린트 한 뒤 학교에서 시간을 정해놓고 푼다.
진짜 수능을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말도 있지 않은가. 모의고사는 수능처럼, 수능은 모의고사처럼.
아무튼 수능 기출을 푼 당일은 그 날 풀었던 문제들 중 틀린 문제를 점검한다. 틀린 문제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기본서를 찾아 다시 확실히 복습한다.
----------수능 전날
아마 오전에 학교가 끝마쳤던 걸로 기억한다.
학교에 도착하면 언어듣기를 몇 문제 풀고 나서
종례시간까지 6일간 풀었던 문제들을 다시 한번 체크한다. 당연히 틀린 문제 위주다.
점심을 먹고나서 예비소집장에 다녀온다.
고사장과 좌석을 확실히 확인하고 가장 가까운 화장실 두 군데 정도는 알아두는게 좋다.
수능 당일날 길을 몰라 당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고사장에서 1시간 정도 핑계차 놀았다면 독서실을 찾거나 자신에게 가장 편한 공부장소를 잡는다.
수능기출이나 오답노트는 이미 점검에 점검을 거듭한지라 더 이상 본다고 해도 지루하기만 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문제를 풀며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좋다.
모의고사 기출 문제집이 아닌 그냥 문제집을 푸는 것이 좋다. 모의고사 기출 문제집은 한 과목당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부담없이 시중의 문제집을 과목별로 몇 문제씩 번갈아가며 푼다.
단, 이 날은 지난 6일간 해왔던 것처럼 틀린 문제를 꼼꼼히 점검하고 기본서를 다시 발췌독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수능 전날 공부했던 내용이 수능에 나올 확률은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에 비견한다는 얘기가 있다.
오히려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비 경제적인 행동에 불과하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신경쓰지 말고 풀어라. 감각 유지가 목적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수능 전날도 평소 자기가 자던 시간에 자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단, 새벽 1시를 넘겨서는 안 된다.
긴장되어 쉽게 잠이 오지 않을 수 있으므로 30분정도 일찍 잠자리에 드는것도 좋다. 잠이 안 온다고 해서 지나치게 초조해하거나
남학생들의 경우 이상한 짓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더 이상 말 하지 않아도 잘 아리라 생각한다.
다음날 아침에 풀 문제집, 수험표및 신분증, 컴퓨터용 싸인펜, 수정테이프, 아날로그시계 정도는 반드시 챙겨놓는다.
----------------수능 당일
1. 아침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는다. 밥에 된장국이 가장 무난한 것 같다.
2. 길이 막히는 것을 감안하고 시험장에 30분정도는 일찍 도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3. 시험장에 도착하면 담임선생님이나 후배들이 나와있을 것이다. 그냥 인사정도만 하고 지나간다.
녹차나 커피를 줄 경우 그냥 길에 쏟아버리고 사탕같은건 챙겨온다. 당분은 뇌를 활성화시키고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한다.
4. 시험장에 앉으면 언어 문제집을 푼다. 수능 전날 풀었던 문제집이면 족하다. 채점따윈 하지 않아도 상관없고 그냥 시험 시작
전까지 계속 푼다. 이 역시 감각유지가 목적이다.
5. 언어시험이 끝나고 나서 절대 답을 맞춰보지 마라. 12년간 이 말을 주구장창 듣고도 답 맞춰보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면
오늘만은 참아라. 특히나 언어같은 경우 애매한 문제에 답을 확신할 수 있는 놈이 드물다. 수리영역 문제를 풀 필요도 없고
그냥 초콜릿, 사탕따위를 먹으며 쉬어라.
6. 수리영역 시험이 끝나고 나면 점심시간이다. 같은 고사장에 친구들이 있으면 같이 먹어도 좋지만 혼자 먹어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밥을 같이 먹다보면 꼭 답을 말해서 신경쓰이게 하는 씹새끼들이 있다. 식단은 밥과 국 정도.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
은 피한다. 내 친구는 김치볶음밥을 싸왔다가 외국어영역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것을 보았다.
밥을 먹으며 외국어 영역 듣기를 할 것을 추천한다.
7. 외국어영역 시험이 끝나고 탐구영역을 볼 때 쯤이면 긴장이 풀어지기 쉽다. 본인도 그랬었던 기억이 난다. 절대 긴장을 풀지 말
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나처럼 사회탐구 개털리기 싫다면 긴장을 풀지 마라.
8. 제2외국어 영역을 볼 때 쯤이면 시험장에 아마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분위기에 동요하지 말고
마지막 시간이므로 차분히 문제를 푼다.
----------기타 유의사항
1. 필수 준비물 (수험표, 주민등록증, 도시락, 아날로그 시계, 필기도구)
기타 준비물 i)수능시계 - 07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판매되었다. 아직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필자가 써 본 결과로는
사회탐구 영역을 풀 때에만 도움이 조금 되는 듯 했다.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아날로그
시계는 지참한다.
ii)옷 - 두꺼운 옷 한벌보다는 얇은 옷 여러벌이 좋다. 고사장의 온도는 천차만별이므로 대비해야 한다.
iii)초콜릿 - 키세X나 드림X카오 같은 초콜릿을 가져가면 좋다. 위에서 말했듯 당분은 뇌를 활성화 시킨다.
본인의 경우에는 쉬는시간엔 줄곧 초콜릿을 먹었고 수리영역 시간엔 문제를 풀면서도 먹었다.
iii)수정테이프 -꼭 가져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험종료 5분전에는 답안지 교체가 불가능하다. 이 때 틀린문제를
발견했을 경우엔 대책이 없다. 실제로 본인의 고등학교 선배 한 분이 수리영역 4점문제를 그런 식
으로 잃어서 대학이 갈렸던 사례가 있다.
2. 핸드폰, 전자사전 및 MP3 - 무조건 집에 두고 가라. 수능 당일 입었던 옷의 주머니나 가방등을 모두 확인해보는것이 좋다.
수능 당일 아버지의 점퍼를 입고 시험에 응시하였던 여학생의 주머니에서 아버지의 휴대폰이 울
려 수능응시자격을 박탈당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3. 감독관을 이용하라 - 감독관은 부정행위를 적발해 내는 것 외에 수험생들의 편의를 도와 줄 의무 또한 있다.
불편한 점이 있거나 요구사항이 있는 경우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말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다시 얼굴 볼 사람도 아니다. 본인의 경우엔 수정테이프를 사용할 때에 손이 떨려
감독관에게 대신 수정테이프를 붙여줄 것을 요구했더니 친절하게 붙여주셨다.
4. 시험시간은 꼭 지켜라 - 모르는 문제는 무조건 넘어간다. 수능시험이라는 압박감에 어려운 문제를 차마 쉽게 넘기지 못하고
매달리다가 시험을 망친 친구를 여럿 보았다. 시험지에 별이 난무하든 말든 개의치 말고 풀 수 있는
문제부터 빠르게 풀어 나간다. 마킹할 시간과 수험표 뒤에 답안을 적을 시간을 고려하여 7분
정도는 남겨놓아야 한다. 수험표 뒤에 답안을 적는 이유는 가채점을 통해 자신의 원서라인을
어느정도 정립하여 그에 따른 논구술 준비를 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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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 줄수 있는 조언은 이상이다.
나와 내 친구들이 겪었던 수능 당일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주고픈 사항을 최대한 남김없이 적었으니
수능을 처음 접하는 꼬꼬마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난 아직 21년밖에 살지 못했고, 사법시험에도 아직 응시해 보지 못한 법대생이지만
지금껏 쭉 내 나름대로의 큰 시험이나 여타 인생의 관문들을 겪으며 느낀 점이 있다면
시험이든 싸움이든 쫄면 진다는 것이다.
수능이라고 겁먹고 벌벌 떨면 절대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
지금껏 담임이나 부모님께 구박받고 꾸지람들으며 서럽게 공부해왔던 3년간을 생각한다면
너희들은 충분히 수능에서 고득점을 할 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라는걸 잊어서는 안 된다.
훌천의 수험생들에게 행운이 함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