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늦은 어느 가을날에 배재대를 정년 퇴임하시고 가끔 후학들을 돌봐주시는
현대중국학의 대가이신 중원 김소중 박사님이 점심 초대를 해 주셨읍니다.
그러나 당일 지독한 감기몸살에 년전 수술 후유증으로 운신하지를 못하여
그만 초대에 응 할 수가 없었읍니다. 하여 안타까움과 죄스러운 마음을 어쩌지 못해
아래와 같이 졸시 한편을 지어 마음의 위로로 삼고 송구함을 빌었읍니다.
- 아 래 -
어제 수요일 중원선생께서 송구스럽게 中食 연회에 초대하여 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 이를데 없으나 소생의 작은 불편함으로 응하지 못하여 마음이
쪼그라 들기만 합니다.
당일은 제가 혼미하여 자리보전하며 그저 슬픔에만 가득 담겨져 있었습니다.
금일 몽중에서 깨어나 돌이켜 보니 심사의 참담함이 말로 형언하기
어렵습니다.
어렵게 대가의 부름을 받고 작은 불편함으로 큰일을 그르치다니 선비의 도가
아닐 것입니다.
소생의 소심한 처사를 넓으신 도량으로 보살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하여 그 송구한 마음을 억눌러 다스릴 수 없어 미천하고 경박한 재주를 돌보지
않고 함부로 넋두리에 불과한 졸시 한편을 지어 마음을 달래고자 합니다.
情 懷(정회) 訥齋
(中元先生招請於宴會而不應有感爲有作拙詩示靑衫昆季 :
중원선생 초청 연회에 참석하지 못한 죄스런 마음에 졸시를 지어
청삼 제형에게 보여주다)
古人招請不應兪(고인초청불응유) 고인의 연회 초청에 응하지 못하였네
身不勝歲似秋蘆(신불승세사추로) 몸은 세월을 이기지 못해 마치 가을 갈대 같고
昔年五洋千循廻(석년오양천순회) 지난날 온누리 누비었건만
今凋白頭如枯檮(금조백두여고도) 오늘 흰머리 시들어 마른 나무등걸 같구나
尙吾探物未避兒(상오탐물미피아) 아직 얻고자 하는 것은 걸음마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欲得道理虛空乎(욕득도리허공호) 못다한 공부는 저 너머 허공에 있는가?
雖然世事滿蕭心(수연세사만소심) 세상사 모두 그러하지만 쓸쓸한 마음만 가득하네
何有差秋爛黃華(하유차추란황화) 국화향 가득한 또 다른 가을 있으려나
靑衫 : 고문학을 사랑하고 아끼는 문학동호회
壬寅 晩秋 10/27/2022
槐花盤谷蝸廬 槐花翁 訥齋 識
偶 吟(우음) 訥齋
<拙詩情懷(古人招請不應兪)有作後繼連其想是故率爾口占示李公誠軒>
<졸시 정회를 짖고 생각이 계속 이어져 감히 즉흥시를 지어 이성헌공에게
보이다>
深山浸斜照(심산침사조) 깊은 산 비스듬이 석양이 스며들고
溪泙聽不諾(계평청불락) 시냇물 소리 들리는 듯 아닌 듯 하네
洞口吠相聞(동구폐상문) 동구 밖 동네 개 짖는 소리
昏扉淺煙析(혼비천연석) 황혼 사립문에 얕은 연기 날리네
今方卽三更(금방즉삼경) 이제 곧 삼경인데
蕭風唯寂寞(소풍유적막) 스산한 바람 적막 뿐이네
雖然世上事(수연세상사) 세상 이치 다 그러하듯
過境來新朔(과경래신삭) 경계를 넘어 새로운 새벽이 오겠지
평화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나 여의치 못한 상황에 대하여
(사회적 현실의 참담함,혹은 병마로 부터의 괴로움) 이를 벗어 나고자 하는
일련의 기대 섞인 희망을 노래함.
李誠軒公 : 충남대를 정년퇴직하고 청삼회의 일원으로 활동 중인 고문학의 대가이신 이규춘 박사.
槐花翁 訥齋 : 괴화산 늙은이 서원대(雅號 訥齋)
壬寅 晩秋 10/27/2022
槐花盤谷蝸廬 槐花翁 訥齋 識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글 좋은내용 잘 읽고 갑니다.
고마워요. 자주자주 방문 좋은글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