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230 --- 장마라고 비만 오는 것은 아니다
7월에 접어들자 예년에 비해 다소 늦게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러나 첫날 약간의 비가 내렸을 뿐 십여 일이 지나도 비는 좀처럼 내리지 않았다. 연일 기온만 쭉쭉 거침없이 올라가 열대야에 시달렸다. 마른장마로.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한다.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장마라면 연일 많은 비가 내리는 것으로 여겼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잠시 멎은 틈새로 곱게 떠오르는 무지개도 그려보곤 했다. 장마철에 더운 날씨로 냇가는 점점 말라가고 갈대 같은 잡풀만 때를 만난 듯 무성하게 일어서 풍성하게 뒤덮었다. 잔디밭은 아예 토끼풀이 접수하고 곳곳에 개망초꽃이 하얗게 피었다. 태풍이 올라오다 일본열도로 진로를 꺾었다. 그 영향으로 비보다 바람만 세차게 불었다. 농촌은 장마철에 오히려 밭이 바작바작 타들어 가는 심각한 가뭄을 겪으며 농민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수십 년 농사를 지었어도 올 같은 일은 없었다고 한숨짓는다. 좀처럼 비가 내릴 것 같지 않다. 불볕에 숨이 훅훅 막힌다. 고춧대가 시들시들하다. 들깨 모를 옮겨심을 수 없다. 그렇다고 젊음에 기동력이 넘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이 육순을 훌쩍 넘은 고령이다. 그나마 일부는 물을 품거나 관정을 가동해도 그마저 여의치가 않아서 그냥 하늘만 쳐다보는 하늘바라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다 비가 한꺼번에 내리면서 물난리로 법석 떨게 분명하다. 요즘은 비가 일률적으로 내리지 않는다. 느닷없이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물 폭탄 세례를 퍼부어 극심한 수해를 입게 한다. 오늘도 지역에 따라 폭우가 내리고 우박까지 쏟아져 바짝 긴장한다. 그러나 우리 지역은 약간의 비가 내리는 시늉을 하고 서서히 걷히며 어제에 이어 다시 열기를 뿜어내며 기온을 높여 가고 있다. 그냥 평범하게 내리면 좋을 것을 장맛비마저 왜 애타게 하는지 모른다. 복잡한 세상에 더 머리 아프게 한다. 어차피 한여름을 맞아 겪어야 할 일이라면 주춤거리지 말고 순리에 따라 조용조용 내리고 지나갔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