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매일 여러번 꾼다
우리는 왜 매일 잠을 자야 하는가? 잠을 자야 뇌와 신체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잠을 자는 동안 뇌가 재충전할 수 있다는 가설도 있고, 잠을 자는 동안 정보를 가공하고 처리하는 기회
를 갖는다는 가설도 있지만 아직까지 잠을 자는 이유가 무엇이며 잠을 자는 동안에 일어나는 기능 등
등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못하고 있다. 다만 생태학적 약육강식의 원칙에 따라서 상위권에 속하는 동물
들일 수록 잠을 더 많이 잔다는 가설은 그렇듯 하다. 사자가 하루 종일 잠을 자지 않고서 사냥만 한다면
사자의 먹이는 금새 멸종할 것이고, 그러면 사자 또한 먹이감이 없어서 함께 멸종할 것이다.
그래서 배가 고프지 않으면 대부분 시간을 휴식을 하거나 잠을 자도록 설계돼 있다는 가설이다. 그래서
물고기와 같은 하위 동물들은 살아 남기 위해 항상 경계를 해야 하므로 거의 잠을 자지 않는다.
그러면 잠을 자는 동안 인간이나 동물들에게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동물들도 잠을 자는 동
안 꿈을 꾸는지는 좀 더 연구해 보아야 하지만, 인간은 잠을 자는 동안 매일 밤 적게는 세번에서 많게는
다섯번 정도 꿈을 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꿈을 꾼 꿈의 내용들을 기억해 내지 못할 뿐이다.
잠을 자는 동안에 필름이 끊겨서 꿈의 내용을 기억해 내지 못한다는 것이 오늘날 알려진 사실들이다.
필름이 끊기는 원인은 아직 확실치 않으나 꿈을 꾼 내용을 기억하도록 하는 저장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의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잠이 들면 몸에서 영혼이 분리돼 밖으로 나간다고 믿었다. 이 영혼이 몸에서
분리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곧 꿈이라고 생각했다. 또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좋은 꿈은 신이 가져다
준 선물이고, 악몽은 악마들이 가져다 준다고 생각했다. 동의보감에서는 혼백이 사물과 작용하면 꿈을 꾸
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외부의 사물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으면 꿈을 꿀 수 없는 것이다.
진인(眞人)은 정신이 온전하기 때문에 수면 중에는 꿈을 꾸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미신적인 생각으로부
터 벗어나 처음으로 꿈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던 사람은 아마도 정신분석학 이론을 처음으로 개척한 "프로
이트"라고 생각이 된다. 그는 꿈이란 억눌렸던 욕망의 표출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의 꿈의 해석론은 과
학적으로 입증될 수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 한다.
1850년 경에 독일의 과학자 페히너(Gustav Fechner)가 정신물리학(psychophysics)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
용하기 시작하였고, 1875년에 칼튼(Rechad Calton)이 뇌에서 전기적 현상을 확인했으며, 드디어 1920년
에는 독일의 정신과 의사 버거(Hans Beger)가 뇌파를 측정하면서 뇌과학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매일 평균 5차례 꿈을 꾼다 하는데, 보통 잠이 든지 90분이 지나 첫번째
꿈을 꾸기 시작하며, 이 꿈은 대체로 10분 정도 지속되는데,꿈의 길이가 길어서 40분까지 이어지는 꿈도
꿀 수 있다. 꿈을 꾸는 동안에는 기억이 정리된다고 주장하는 가설이 있는데 프로이트도 경험한 것들이
기억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곧 꿈이라는 설을 주장한다. 잔상(day-residue)이 곧 꿈이라고 한다.
인간은 일생 동안에 1/3을 잠으로 보낸다. 수면은 보통 두 가지 종류로 나눈다. 빠른 안구운동을 수반하
는 램(REM : rapid eye movement) 수면과 그렇지 않은 비램(NREM : non-REM) 수면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들이 잠을 자는 동안 보통 5~6차례 반복된다. 비램 수면은 생리적인 기능들이 저하되
는 상태인 반면에, 램 수면은 각성 때와 비슷하게 왕성한 뇌 및 신체 활동을 보인다. 이런 램 수면 형태는
비교적 일정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잠을 잔 이 후 거의 일정하게 90분 뒤에 시작된다.
비램 수면은 "몸의 회복과 휴식" 기간이라고 생각된다. 수면 초반에 나타나는 데, 뇌의 정보처리 기능이
감소되고 알파파 역시 50% 이하로 감소되면서 1단계 수면에 접어든다. 제 1단계 수면은 전체 수면의 5%
를 차지한다. 눈꺼풀은 때때로 천천히 움직이며, 근육은 점차 이완되면서 근전도 활성도 감소된다.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비몽사몽의 단계로 수 분 이내에 2단계 수면에 들어간다. 제 2단계의 수면은 본격
적인 수면의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전체 수면의 45%를 차지 한다. 곧 안구 운동은 정지되고, 중간 정도
진폭의 뇌파와 함께 빠른 주파수 뇌파가 반복해서 함께 나타난다. 제 3~4단계 수면에 돌입하면 델타파가
20~50% 정도를 차지 한다.
이러한 수면 단계를 깊은 수면(서파 수면)이라고도 말하는 데, 보통 뇌파가 크고 느리게 나타나기 때문이
다. 잠이 든 후 30분 ~ 1시간 사이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흔하게 말해서 "깊은 잠" 기간이기 때문에 사고
기능은 와해되어 있고, 그래서 이 때 꾸게 되는 꿈은 거의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호흡, 맥박, 혈압 등이
감소하지만 뇌에서 사용하는 산소는 각성 때와 거의 동일하다.
램(REM) 수면 기간에 잠을 자는 사람들의 눈꺼풀을 관찰하면 빠르게 요동치듯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근육 긴장도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근육은 거의 마비가 된 듯한 상태가 되어 거의 움직임이 없다. 신체적
인 맥박, 호흡 수, 혈압은 각성 때보다 더 증가한다. 뇌에서 사용하는 산소 소모량은 증가하고 체온조절 기
능은 떨어져 변온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성인 남자는 이 때 발기하는 경험을 하기도 하며, 기억이 나는 꿈
은 대개 램(REM)수면 때에 꾸었던 꿈이며, 60~90%는 꿈 내용을 기억을 한다. 그래서 우리가 기억하는 꿈
은 대개 아침에 깨기 직전의 램수면 기간에 꾸었던 꿈들이다.
실제로 깊은 수면만 많은 수면이 좋은 것은 아니고 적절한 비율로 램 수면과 비램 수면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좋은 수면 구조다. 잠의 길이로 볼 때 6시간 이하로 수면을 취하는 사람들은 수면이 효율적인 경향
이 있고, 9시간 이상 긴 수면을 취하는 사람들은 램수면 비중이 높아지므로 생생한 꿈을 꾸게 되는 경향
이 높다. 운동을 하거나 굶은 후에는 신체를 회복시키려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비 램수면이 증가하며, 스
트레스와 같은 강한 심리적 자극을 받게 되면 정보처리를 요구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램 수면이 증가
한다.
우리는 어떤 꿈은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지만 어떤 꿈은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기도 한다. 잠의 단계 중
꿈을 꾸는 시간은 램 수면 단계라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경우가 보통 램 수면 단
계에 진입해서 꾼 꿈이라 그렇게 알려진 것이며 사실은 잠을 자는 내내 계속 꿈을 꾼다고 주장하는 학자
도 있다.
램 수면 상태에서 꾸었던 똑 같은 꿈인 데 기억나는 정도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잠이 들면
감각을 느끼거나 몸을 움직이도록 하는 "신피질"과 기억들을 저장하는 "해마"와의 연결이 약해진다.
이 두 영역 간의 소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꿈을 꾼 것이 기억으로 저장되기가 어렵다는 이론
도 있다. 그러나 강한 자극이나 감정과 같은 관련 기억이 활성화 되는 경우 그런 것은 기억에 남게 되기
때문에 이런 이론을 받아들이기는 아직 이르다.
꿈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꿈을 설명하는 가설 중 "연속성 가설"이
있는데, 이 가설에 의하면 꿈을 꾸면 일상 생활에서 겪던 일이 연속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꿈에 나타난
사건 자체는 일상과 비슷하지만 꿈에서 느끼는 정서는 부정적인 것이 80% 정도라는 특징이 있다.
꿈을 통해서 부정적인 사건을 반복적으로 접할 수록 그 사건이 정서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약해
진다는 가설들도 있다. 즉 꿈을 꾸게 될 수록 고통은 그 만큼 줄어든다고 하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혈이 낭자한 그림들을 보여준 후에 피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꿈을 꾸면서 잠을
자도록 내버려 두고, 다른 한 그룹은 램 수면이 시작될 때마다 잠을 깨워 꿈을 꾸지 못하도록 방해를 했
었다. 그랬더니 꿈을 꿀 수 있었던 그룹의 사람들이 정서적인 불안감의 정도가 훨씬 낮았다.
이와 같이 꿈은 고통을 완화시키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더 잘 버티게 해 준다는 "위협 시연 가설"이
있다. 꿈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그런 상황에 미리 적응하게 된다는 이론
이다. 이 이론을 이용해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괴로워하는 경우에 일부러 꿈속에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상황을 계속 마주하도록 하여 증상을 완화시키는 "꿈 치료법"도 사용되고 있다.
꿈은 소설가, 음악가, 과학자 등 많은 사람들이 이루지 못한 소망을 해결해 주는 창의성과 관련 있다고 한
다. 독일의 케쿨레(kekule)는 꿈 속에서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 모습을 보고 고리 모양 분자 구조를
밝혀내기도 했다고 한다.비틀즈의 폴메카트니가 썼던 "예스터 데이"도 사실 꿈 속에서 들었던 멜로디이며,
샬론 브론테가 쓴 "제인 에어"도 꿈 속에서 보았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 또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꿈은 향후에 닥치게 될 일을 미리 알려주는 예지 능력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링컨이 암
살 당하기 2주 전에 살해 당하는 꿈을 꿨다거나,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 전날 자신의 군대가 퍠배하는 꿈
을 꾸었다는 이야기는 꿈이 정말 예언 기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산모나 가족이 꾸는 "태몽"도 일종의 좋
은 예지몽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꿈을 의식적으로 설계하여 꿀 수 있다는 이론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꿈을 "자각몽(Lucid dream)"이라 한다. 훈련을 통해서 얼마든지 좋은 꿈을 설계하여 꿀 수 있다.
깊은 명상법과 상통하는 길이 있다고도 한다. 또한 현실에서 느끼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꿈으로 꾸면 그 고
통과 스트레스가 현저하게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하니 정신적으로 고민이 많으면 꿈으로 풀어내면 좋겠다.
현실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의 해답이 꿈에서 현몽할 수도 있다고하니 좋은 꿈을 꾸도록 노력해야 겠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신년 새해에도 좋은 꿈을 꾸기 바란다. 꿈에 대한 연구는 이제 출발선에 서
있을 뿐이다.
출처:전남대 이종목 명예교수
첫댓글 오늘 김호재 총장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14호 민병룡님 장모님(90세) 빈소에 조문하고
왔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