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안고 사는 분노도 나쁘지만,
그것보다 남을 멸시하는 태도가 더 나쁘다.
모든 이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존재이다.
사람에 대한 미움과 분노, 멸시, 비난 등은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하는 태도이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형제에게 성내지 말라고 하십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성이 나면 폭언은 예사입니다.
‘바보, 멍청이’ 정도는 애교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말을 하면 지옥에 갈 것이라고 하십니다.
말씀의 의도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요?
이웃에게 성내는 것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살인이라는 큰 죄는 누구나 신경을 쓰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화내는 작은 잘못에는 무관심합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탈무드』에도 말로 생기는 피해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남을 헐뜯는 말은 살인보다도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살인은 한 사람밖에 죽이지 않으나,
남을 헐뜯는 말은 세 사람의 인간을 죽이기 때문입니다.
곧 남을 헐뜯는 말은 그 말을 퍼뜨리는 사람 자신,
그것을 반대하지 않고 듣고 있는 사람,
그 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을 죽입니다.”
한 번 입에서 나간 말은 자기 자신에게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은 물론이고 듣는 사람,
그 말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모두 악영향을 미칩니다.
“말에서 실수하지 않으면 온전한 사람”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말을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가까운 사람과 사랑하는 가족에게
성을 내고 업신여기는 말은 고칠 수 있습니다.
노력하면 됩니다.
삶의 태도를 바꾼다면 자연스럽게 고쳐집니다.
이번 사순 시기 동안 힘써야 할 과제입니다.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역겨운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말로
향기로운 여운을 남기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말들이
이웃의 가슴에 꽂히는
기쁨의 꽃이 되고
평화의 노래가 되어
세상이 조금씩 더
밝아지게 하소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리 없는
험담과 헛된 소문을
실어 나르지 않는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말을 하게 하소서
늘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사랑의 마음으로
사랑의 말을 하게 하시고
남의 나쁜 점보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긍정적인 말을 하게 하소서
매일 정성껏 물을 주어
한 포기의 난을 가꾸듯
침묵과 기도의 샘에서 길어올린
지혜의 맑은 물로
우리의 말씨를 가다듬게 하소서
겸손의 그윽한 향기
그 안에 스며들게 하소서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