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설레는, 화려한 봄날! 강물은 바람 따라 꽃잎 싣고 흐른다
2026년 5월 <시인과 함께 걷는 섬진강>
심신 풀어헤치고 마냥 걷고 싶은, 화려한 봄날, 어떤 외출을 꿈꾸시나요. 아름다운 섬진강학교(교장 김용택, 시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쁘고 수줍은 누이 같은 섬진강 따라, 섬진강학교는 5월, 제18강으로 <시인과 함께 걷는 섬진강>을 준비합니다. ‘섬진강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김용택 교장선생님은 이날 화려한 섬진강가를 천천히 함께 거닐며 아름다운 강과 산, 문학에 대해 이야기해주십니다. ▶참가신청 바로가기
▲강물은 물에 적신 비단폭같이 어찌나 화려한지.ⓒ섬진강학교
*코로나19와 독감 관련,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 중입니다. 참가회원님은 자신과 동행자의 건강을 위해 항상 차내·실내 마스크 착용, 손소독, 거리두기를 잘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섬진강학교 제18강은 5월 9일(토) 당일로, 섬진강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하며, 교장선생님의 고향이기도 한 진메마을에서 천담마을까지 약 4km의 비경을 휴식시간 포함, 약 3시간 30분 동안 여유롭게 걸은 후, 천담에서 구담마을까지는 버스로 이동합니다. 교장선생님은 길가에 핀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 대하여, 그리고 강과 산과 문학에 대하여 구수하면서도 재미있게, 감동적인 이야기로 섬진강을 수놓아 주실 것이며, 이때 우리는 어느덧 자연과 하나가 됩니다(이날 이야기를 들려주며 천천히 걷는 교장선생님을 앞서 가는 사람은 교칙 위반입니다^^).
구담마을에서 교장선생님 특강과 간단한 간식타임을 가진 후, 버스로 순창군 적성면의 유명한 <화탄매운탕집>으로 이동, 늦은 식사 겸 뒤풀이로 제17강을 마칩니다. 우리가 걷는 길은 <아름다운 시절> 등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들의 촬영지이며 때마침 5월이면 온갖 봄꽃들이 활짝 피어 더욱 화려한 꽃길이기도 합니다.
김용택 교장선생님은 섬진강가 작은 마을인 진메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 있는 작은 초등학교인 덕치초등학교를 다니고 덕치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을 하다 퇴임했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평생을 살며 그 작은 마을의 이야기들을 모아 시와 산문을 쓰며 살고 있습니다. 시집 <섬진강> <맑은 날> <그 여자네 집> <나무> <연애시집> <그래서 당신> <속눈썹> 등과 산문집 <내가 살던 집터에서> <섬진강 남도 오백리> 등 전8권,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너 내가 그럴 줄 알았다> <할머니의 힘> 등이 있고,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섬진강학교를 열며> 이렇게 얘기합니다.
눈이 온다. 산과 산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 풀잎과 풀잎 사이, 집과 집 사이, 눈이 산을 그리고, 들을 그리고, 마을을 그리고, 산길 들길을 하얗게 그리며 눈이, 눈이 온다. 세상을 그리며 오는 눈송이들은 눈을 환하게 뜨고 강물로 무심히 사라진다. 눈이 온다. 산과 들은 희고 강은 큰 붓자국처럼 검고 힘차다.
꽃이 핀다. 산에 강에 언덕에 꽃이 핀다. 이 세상을 환하게 열어 제치며 꽃은 핀다. 강바람이 불고 꽃이 진다. 산을 날아온 꽃잎들을 강물이 싣고 간다. 세월처럼, 사랑처럼, 기쁨처럼, 슬픔처럼 강물은 꽃잎들을 싣고 흐른다.
오! 산아! 저문 산들이 마을을 데리고 강으로 내려와 얼굴을 씻고 일어선다. 달이나 뜨거라! 검은 산을 넘어 온 달이 강물 속에 눈부시게 부서진다. 강기슭을 허무는 달빛아! 소쩍새가 검푸른 산을 운다.
구절초가 피누나. 강가에 고마리 꽃이 피누나. 억새야! 산 아래 섬진강 강 언덕에 피는 희고 고운 내 님 손짓일레라. 나는 못 간다. 저 가을 섬진강 작은 마을 동구 단풍 물드는 느티나무 두고 나는 못 갈레라. 나는 못 갈레라. 내 핏속을 따라 흐르는 저 고운 강 두고 나는 못 갈레라.
강물이 흐르는 산 아래 작은 마을, 가난이 아름다웠던 작은 마을, 내 숨결이 살아난 작은 마을에 나는 세상과 숨을 쉬며 살았다네. 나는 산다네.
그 곳의 이야기를 찾아 간다.
▲이날의 섬진강 이야기는 교장선생님 생가에서 시작된다.ⓒ섬진강학교
김용택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답사지인 섬진강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흐르는 강물 따라 꽃길을 걷는다
내게 무엇 하러 산중에 사느냐고 묻기에
問余何事栖碧山
웃기만 하고 답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한가롭다네
笑而不答心自閑
복사꽃잎 떠 흐르는 물 아득한데
桃花流水杳然去
이곳은 별천지라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라네
別有天地非人間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
오래 전이다. 늦가을 나는 이광웅 형님과 김남주 형님하고 우리 동네, 진메에서 천담 가는 이 길을 걷고 있었다, 우리 곁을 흐르는 물은 맑고, 산에 단풍은 화려하게 물들었는데, 그 단풍고운 산이 바람 한 점 없는 강물에 어리고 있었다. 산도 물도 허공도 나무도 풀잎도 참으로 해맑았다. 해 맑고 고운 가을빛의 한가운데에 우리들은 풀잎인 듯, 나무인 듯, 강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앉아 있는 바위인 듯 그렇게 서서 산천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이 세상이 아닌 듯했다.
강물이 어찌나 그리 물에 적신 비단폭같이 화려한지. 푸른 하늘로 새들이 날고, 노랗게 물든 풀잎들, 물소리도 잠들어 버린 길, 우리들의 발길에 걸린 자갈들만 다그락다그락 뒤채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사람이 산 흔적이 없는 별천지였다. 남주 형이 고개를 들어 산천을 둘러보며 말했다. “허어, 여그야말로 별유천지 비인간일세.” 형은 이백의 <산중문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람이 말여 이런 데서 살아야 하는디.” 광웅이 형님은 그 특유의 수줍은 모습으로 웃기만 했다. 광웅이 형님 남주 형이 우리 집을 올 때마다 우리들은 이 길을 걸었다.
이 길, 이 길에는 산과 나무와 풀과 새들과 강물과 강가나 강물에 앉아 있는 바위들만 있다. 산을 세로로 자르고 막는 전봇대, 우리들의 시야를 이리저리 얼기설기 어지럽히는 전깃줄도 여긴 없다. 이 길은 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 길은 정리되고, 정돈되지 않은 자연의 길이다. 바위를 돌고, 바위 위를 지나는 물소리를 들으려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새 소리는 공으로 들으면 되고, 사람의 손이 가지 않는 길가의 풀꽃들을 허리 굽혀 바라보면 된다.
보아라! 나는 꽃이다. 희고 붉은 고마리 꽃, 노랗고 붉은 물봉선화, 키 큰 마타리, 쑥부쟁이 꽃들이 서로 어울려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군데군데 그렇게 풀꽃들이 피어 있는 길에, 초가을은 온통 싸리 꽃이다. 깊고 깊은 오솔길을 만들어버린 싸리 꽃들이 그 길을 걷는 나의 몸을 스친다. 탄성과 탄복밖에 나오지 않는 이 꽃길에서 나도 너도 꽃이다. 그 곳에 가면 모든 것들을 잊는다. 삶의 슬픔과 고통과 괴로움이 사라진다. 그 곳에 가서 물을 보라! 산을 보라! 나는 새를 보라! 네가, 내가 스스로 꽃이 되어 피어나는 여기는 진정 사람이 살지 않는 별유천지다.
아! 달이라도 떠보라지, 이 길은 천상으로 가는 길이 된다. 달빛에 빛나는 저녁 이슬들을 그대들은 보았는지? 발등에 떨어지는 저녁 이슬로 그대들의 발등을 적셔는 보았는지? 달빛으로 흐르는 강물을 따라 걸어라. 흐르는 물을 따라 꽃길을 걸어라. 그대들이 휘어잡고 있는 두 손아귀의 모든 것들을 놓고, 홀로 걸어라. 그 강 길을. 흐르는 강물을 곁에다 두고 강물과 함께 걷는 삶의 행복함을 맛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