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4개국초청 친선축구대회 8일 모로코와의 개막전을 지켜보는 한국 축구 관계자들은 묘한 감회가 아프게 교차했다.두바이 최고의 인기 축구팀 알 나스르 클럽이 소유한 이곳 알 막툼 구장은 한때 한국축구의 무덤처럼 여 겨진 삭막한 터였다.
지난 96년 12월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6-2의 참패를 당한 곳이 바로 알 막툼 구장이다.당시 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해 수렁에 빠진 한국축구를 구 해보려 팔을 걷어붙였던 박종환 감독에겐 비극의 무대다.그러고 보면 그 때 의 수모는 본격적인 한국축구의 쇠락을 알리는 신호였던 셈이다.
KBS 이상철 해설위원(울산대 감독)은 본부석 스탠드 왼쪽을 가리키며 “그 때 저쪽에서 한국 교민들이 ‘한국 이겨라’고 젖먹던 힘을 다 내 응원하고 있었는데 박 감독이 응원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작전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다고 화를 냈지”라며 씁쓸했던 당시를 회고했다.
공교롭게도 이번엔 한국축구의 메시아처럼 등장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운 명처럼 이 곳을 다시 찾았다.알 막툼 구장에서 치르는 모로코 UAE 덴마크와 의 3경기는 대표팀으로서나 히딩크 감독 자신에게 있어서 매우 의미가 깊다. 지난달 10일 울산에서 시작한 대표팀 합숙훈련의 1차 결산 무대이자 선수 각 자가 한달여 동안 땀흘린 끝에 받아들 성적표이며 히딩크 감독의 X파일에 있 을 법한 2002월드컵 플랜의 1차 마무리 순서일 것이기 때문이다.
애벌레가 성충이 될 때 겪는 아픔과도 같이 한국축구도 참패의 아픔이 서 린 현장에서 껍질을 깨고 새 황금빛 날개를 펴보일 꿈과 희망에 잔뜩 부풀어 있다.사연 깊은 이곳 알 막툼 구장은 과연 무덤에서 부활하는 한국축구를 보여줄 것인가.두바이의 밤하늘에 휘영청 떠 있는 대보름달을 마치 한국팬들 이 염원을 담고 지켜보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