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 가
싯달타 왕자의 출가는
한 인간이 이제까지 취했던 발자국 가운데 가장 용감한 것이었습니다.
밤이었습니다. 싯달타는 더 이상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분은 큰 걸음으로 궁전의 여러 방들을 가로질러 부왕에게 갔습니다. 엎드려 절을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바마마시여, 제가 드릴 수밖에 없는 청을 들어주십시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하고 오래 지속되지 못하니, 제가 이 궁전을 떠나 해탈의 길을 따를 수 있게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러니 아바마마시여, 우리는 헤어져야 합니다.’‘
“아들아, 이 생각을 버리거라. 종교인의 사명을 다하기에 너는 너무 어리구나. 내가 종교를 받아들여 끌어안는 편이 더 낫겠구나. 내가 궁전을 떠날 때가 왔구나. 오 내 아들아, 내가 퇴위하마.”
“아바마마시여, 제게 네 가지를 약속해주시면 집을 떠나 숲 속으로 도망가지 않겠습니다.”
왕은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제 삶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병이 들어 건강을 버리는 일이 없으며, 나이 들어 늙는 일이 없고 불운(不運)이 닥쳐 유복한 저의 영광을 파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제게 약속해 주십시오.”
“아들아, 그것들은 피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약속해줄 수가 없구나.”
“그러시면 저를 붙잡지 마세요. 아바마마시여, 제 마음은 이미 굳어졌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무상합니다.”
그렇게 해서 왕자는 바로 그 날 밤 위대한 출가를 단행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나이 스물 아홉, 싯달타는 인생의 절정기에 있는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였습니다. 그 분이 알고 있고 사랑하던 모든 것들을 포기하지 말라는 유혹 또한 매우 컸습니다. 진리를 찾는 노력이 만만치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궁전을 떠나기 전 마지막 순간에 그 분은 자기 침실로 가서 잠들어 있는 아내와 갓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틀림없이, 자기 계획을 포기하고 궁전에 남아야겠다는 거대한 충동이 그 분에게 극도의 번민(煩悶)을 일으켰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