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 선생과 꼬여 가면서 세종시를 찾던 날
2021년 8얼 23일,청암 선생과 공주 정안에 있는 동생 별장을 돌아보고,예정에 없는 세종시를 가게 되었다.
아침식사를 청암선생께서 늘상 초대하여 이날도 조찬을 함께 하고서,오늘 다른 스케줄이 없으면 당신과 공주를 동행해서 다녀오는게 어떠냐고 물어 오셨다.
특별히 걸리는 일이 없기에 쾌히 동행키로 승낙을 하긴 했는데,왜 공주를 가려는지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차를 한잔 나누면서 대충 스케줄을 잡다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시더니 공주에 만나 볼 여러 인사가 있다고 했다.
첫째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는 어렵게 지내는 화백이 있는데 그 사람을 불러내 보신탕이나 한번 사주고 싶다고 했고,다음에는 공주시에서 고위 공직을 지낸 분과 여행 작가들이 마곡사 취재를 마친후 그들과 조우해서 만남의 시간을 조율하기도 했다.
대충 그렇게만 알고 공주를 향해 가다 정안면에 들려, 우선 동생이 사용하는 별장을 잠시 돌아보기도 하고, 농협에서 운영하는 정미소에 들려 가금류 사료를 구매하기도 하였다.
그런후 약속된 인사들과 만남이 이루어지는 줄 알고 있었는데,갑자기 스케줄에 변수가 생겼다.
비가 많이 오는 까닭에(비는 출발시 부터 내리기 시작했음)그 약속들을 취소하고, 다른 곳을 들려 가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세종시에 산다는 어느 여자분과 통화하더니, 그 여성분이 자기들도 점심약속이 잡혀 있다고 해서, 그들 모두가 아는 사람들이니 그러면 동석하자고 약속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때부터 일이 공교롭게도 꼬여들기 시작했다.
자주 다니던 길이라서 지리에 훤하실텐데,아차 실수로 엉뚱한 길로 가게되어 다시 되돌아 나오는 사건이 그 첫번째였다.
천안 광덕면 행정리로 나와 전의를 거쳐 조치원읍에 당도하니, 그곳에 마침 청암이 시를 짓고 직접 글을 쓴 시비가 있다는 세종시 산림조합을 찾았다.
조합 건물 앞 정 중앙에 시비(높이 6m)가 세워져 있고
시비를 돌아보고 약속된 여성들을 만나려 한동안 길을 헤매다가,성독도가 있는 주변에 정차해서 길을 물었으나, 제대로 길 안내가 이루어지지 않아 일이 또 다시 꼬이고 말았다.
그래서 결국 여자분들과의 점심 약속은 취소를 하게 되었고,천안을 향해 고복저수지를 넘어 오다가, 전의에 들려 보신탕을 먹고 가자고 아는 집을 찾았다.
그런데 보신탕이 아닌 소머리국밥으로 간판이 바뀌어 있었다.
마침 그 옆에 보신탕집이 있어 그곳을 가다말고 소머리국밥집을 '개울건너'라고 상호를 직접 지어준 글씨가 있다기에 그냥 소머리국밥을 먹기로 했다.
특으로 소머리국밥과 탁배기를 시켜놓고,이 집 상호를 쓴 분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모른단다.
주인도 바뀌고 종업원들도 예전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새 주인은 임대로 쓰고 있었고,원 주인은 2층에 살고 있는데, 조치원읍에서 소머리국밥을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점심을 하기로 했던 집이 바로 그 소머리국밥집이 아닌가!
참 괴이하고도 공교롭다는 생각이 미쳤다.
소머리국밥을 포기하고 보신탕을 먹겠다고 왔는데, 다시 결국은 소머리국밥을 먹게된 것도 괴이하기만 했고,포기한 소머리국밥집 주인이 이 집의 원주인이란 것도 이상한 일이다.
공주에서 점심을 약속했던 사람들과 파토를 낸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닌데다,다시 세종시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던 약속이 어그러진것도 흔히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청암선생은 약속을 누구보다 철저히 지키려는 그런 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괴이한 건 애당초 내가 처음부터 꼬여든 것부터가 이상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오늘 얻게된 수확물은, 청암 선생이 손수 짓고 손수 쓴 글씨들을 더듬어 본 자취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