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직 국민학생이던 시절...
어머니의 친구분 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장안의 작은 만화책...
머리가 삐죽삐죽한 작은 녀석과 주인공으로 보이는 괴상한 머리의 캐릭터가 싸우는 장면이었습니다.
잠깐 봤을 뿐인데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 만화는 제목이 뭐지? 싶어서 아까 언뜻 지나쳐 본 표지를 다시 보았고 그 만화의 제목은 '드래곤볼' 이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가 세상에 존재했음을 뒤늦게 안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드래곤볼의 재미는 굉장했고...
저는 그 길로 서점으로 달려가 당시 500원 하던 작은 드래곤볼 책을 전부 사서 모았습니다.
어린시절 손오공의 이야기는 어린 소년이었던 저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손오공이 펼쳐가는 이야기의
한페이지 한페이지는 저의 기억속에 강렬하게 각인 되었습니다.
그 때도 아이큐점프와 동시연재가 이뤄졌었지만 아이큐점프의 연재는 500원짜리 해적판 만화의 속도보다 훨씬 뒤쳐졌었고
아이큐점프보다는 해적판을 모으는 것에 열을 올렸습니다.
드래곤볼 신간이 나오는 날엔 서점앞에 동네 꼬꼬마들이 바글바글 했었고 서점 주인 아주머니는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책을 손에 넣은 꼬꼬마들의 해맑은 표정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죠...
그러다가 점점 해적판에 대한 단속이 시작되었던 건지 해적판의 발매속도가 늦어졌고 드래곤볼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드래곤볼과 함께 나오던 드라곤의비밀 이라는 또다른 해적판이 그 뒤를 이어 계속해서 발매되었었죠.
드라곤의 비밀이라는 책은 캐릭터들의 이름이 참 특이했었습니다.
손오공, 손오반의 이름만큼은 그대로 살려뒀었지만(오히려 드래곤볼에서는 손오돌 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었음) 나머지 캐릭터들은
베지터, 내퍼가 알랑, 달랑 이라는 이름으로...
기뉴특전대는 기우쌍각귀, 이극홍귀, 마대독귀, 갈왕왜귀, 서사백모귀 뭐 그런 이름으로...
도도리아는 걍 도도리아로 나왔던 거 같은데 자봉은 따봉으로 나오고 프리더는 원어발음을 적용한건지 후리자로 나오고...
뭐 그런 희한하지만 기억에 남는 작명을 했던 책이었죠.
그렇게 드라곤의비밀로 계속해서 이어졌었는데 그때 처음봤던 초사이어인의 기억은 지금도 강렬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트랭크스가 등장했고 처음 트랭크스가 등장했을때 얘가 누구냐에 대해 각자의 추측이 난무했고 결국 베지터의
아들이었음이 밝혀졌을때의 충격...
교실은 드래곤볼 신간이 발매될 때마다 드래곤볼에 관한 이야기로 북적 거렸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드라곤의 비밀도 폐간되고 아이큐 점프의 정식발매판만이 유일한 드래곤볼의 통로가 되어 그때부터는 아이큐점프를
사서 모았었습니다.
아이큐점프의 부록으로 나온 작은 책자 형태의 드래곤볼...
표지는 누가 칠했는지 센스를 알 수 없는 희한한 채색을 보여줬었죠...
아이큐점프에서는 해적판과 달리 중간중간 이런저런 부록을 줬었는데 드래곤볼 관련 부록이 꽤 많았었습니다.
드래곤볼(구슬)을 준적도 있었고 스카우터를 준적도 있었고 드래곤볼을 3D로 볼 수 있게 해준다며 3D 안경을 주기도 했었고...
트랭크스 첫 등장 씬에서 그 3D 기술이 도입됐었는데 어린 마음에 정말 신기하게 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아이큐점프의 연재로 이어지던 드래곤볼이 마인부우를 끝장 내고 1995년 마지막회를 맞이했었습니다.
그때 즈음엔 드래곤볼의 인기도 많이 식어서 예전같지는 않았지만 드래곤볼을 좋아하던 친구들과 드래곤볼의 마지막을
아쉬워 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드래곤볼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드래곤볼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드래곤볼 캐릭터들을 직접 그리기도 했었는데 당시엔
모작조차 도저히 제대로 그려내질 못하는 수준 이었죠...
그런 그림체로 지구수비대니 뭐니 드래곤볼도 아니면서 드래곤볼 그림체를 쓰는 희한한 만화들도 많이 그렸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흐르고...드래곤볼 엔드리스 스토리라는 동인작가의 작품을 접하게 된 저는 나도 드래곤볼을 한번
그려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탄생했던 작품이 드래곤볼 PLUS 였습니다.
처음엔 루리웹에서 연재를 하다가 포드의 영입제안을 받아 포드에도 연재했었는데 처음엔 백수 시절이고 시간도 남아돌아
연재속도가 좋았는데 공부하고 취직하고 하다보니 속도가 점점 늦어져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서야 완결할 수 있었죠...
처음엔 그래도 많은 주목을 받았었는데(그림체는 그냥 그렇지만 내용이 재밌다 라는 평...) 점점 연재속도가 늦어지니 사람들의
관심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마지막도 그냥 그랬지만 그래도 참 재밌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포드에 들어온 것도 그 작품을 통해서 들어왔었죠...
세월이 많이 흘러 드래곤볼 관련 피규어나 재발매 판들도 나오고 관련 상품들도 많이 나와 지금은 그런 것들이 아주 흔해 졌지만
예전엔 드래곤볼 피규어 조차도 굉장히 드물었었습니다.
처음 샀던 드래곤볼 피규어는 마인 베지터 피규어 였는데 4천원 주고 샀었죠.
되게 싸네! 했었는데 알고보니 가품...어쩐지 퀄이 조잡하더라니...근데 처음 샀을땐 그것도 굉장히 좋아 보였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후져보이는 게 그때는 왜 그렇게 멋있어 보였던 건지...이런게 콩깍지의 힘인가 싶었습니다.
드래곤볼 게임도 처음 접했던 것이 패밀리용 드래곤볼Z 격신 프리더 였는데 어린마음에 그 게임이 어쩜 그렇게 재밌었던지...
그걸 클리어 하고 나서 드래곤볼Z, 드래곤볼Z3, 드래곤볼Z외전...그리고 나서 슈퍼 알라딘보이로 옮겨 드래곤볼 무용열전...
슈퍼패미콤으로 갈아탄 후엔 드래곤볼 사이어인전설...플스용으로 드래곤볼 격투게임...
그리고 지금은 드래곤볼 폭렬격전을 즐기고 있습니다.
드래곤볼이 끝났는 줄 알았는데 슈퍼가 발매되고 극장판, 히어로즈 등으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드래곤볼...
예전의 드래곤볼도 물론 좋지만 드래곤볼이 죽은 컨텐츠가 아닌 이렇게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이 너무 즐겁습니다.
말 그대로...포에버 드래곤볼 이네요~
드래곤볼 30주년을 축하합니다!
포에버 드래곤볼도 말 그대로 영원하길 바랍니다!
이메일:dancouga@hanmail.net
첫댓글 긴 장문글 감사합니다!
예전에 해적판 그립네요.. 지금 구하고 싶은데 구할 수 없더군요. 가지고 계셨다면 엄청 레어 아이템이였을 듯. ㅎㅎ 오룡은 저팔계로 나왔었죠 ㅋㅋ 글 보면서 추억이 많이 살아났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