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여자는 위험하다>의 저자 신성림씨 인터뷰
봄바람 부는 오후, 인사동 입구 붓 조각 앞에서 ‘춤추는 여자는 위험하다’ 책의 저자 신성림씨를 만났다. 사진 한번 본적이 없었으나 책을 읽으며 예상 했던 대로 지적인 순수함이 물씬 풍기는 외모라서 금방 알아봤다.
강:반갑습니다. 나름대로 신문지상에 신간 소개가 나오면 관심 있게 보고 있고 혹시 댄스와 관련된 책이면 반가운 마음에 꼭 저자와 인터뷰를 해왔었습니다. “춤추는 여자는 위험하다” 라는 책은 모르고 있다가 인터넷 검색 중에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교보에 물어 보니 책의 장르가 댄스가 아니고 명화 쪽에 들어가 있어서 늦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내용도 좋고 정성이 많이 들어간 책 같아서 호감이 갔습니다.
신:- 신문지상이나 기타 매체를 통한 신간 안내는 크게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책은 출판사에서 그림에 대한 저작권을 사들이는 등 제법 공을 들였습니다. 책이 나온지는 좀 되었는데 특별히 책에 대해 인터뷰 요청도 사실 처음입니다.
강: 작가 신경림씨는 잘 알려져 있어 비슷한 이름이라 기억하기가 좋았습니다. 혹시 친척 관계는 아니시죠?
신:-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만 작가 신경림씨와는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 희성이라서 더 그렇게 생각이 될 수도 있겠네요.
강:. 대학에서는 철학을 전공하셨고 파리 10대학원에서는 미학을 전공하셨는데요? 미학 쪽으로 전공을 바꾸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미학이란 어떤 학문인지요?
신:- 미학이란 철학과 미(美)에 대한 학문이라 전공인 철학과도 연관이 됩니다. 미 쪽으로 좀 더 들어가 본 것이지요. 요즘 인문학에 대한 관심들이 많아지고 있다는데 철학은 인문학의 기본학문입니다. 공부해보면 재미있어요.
강:. 책 내용은 춤추는 여인이 등장하는 그림, 사진 등을 중심으로 쓰셨는데 춤에 평소 관심이 많으셨나 봐요?
신:- 춤은 못 추지만 동생이 발레를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춤은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강:. 부제로 “여자가 몸을 흔들면, 남자의 영혼마저 흔들린다” 라고 쓰셨는데 현재의 춤에 관한 가치관은 어떻습니까? 여전히 여자의 춤은 남자를 영혼마저 흔들릴 정도로 유혹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신:- 여자인 내가 봐도 춤추는 여성은 아름다우니까요..발레를 보면 요정춤이라 할 수 있지요. 가슴은 작고 다리는 길고 그야말로 요정입니다. 그런 발레리나들이 춤을 추는 것을 보면 환상적이지 않나요? 살로메의 춤은 화가들마다 다르게 그리기는 했지만 7겹의 옷을 차례로 벗으며 추는 일종의 스트립쇼 같은 것으로 어쨌든 왕을 움직여 원하던 바를 성취했잖아요.
강:. 다른 저서 중에 “여자의 몸(그림 속 여자, 그녀들의 섹슈얼리티)라는 책이 있네요. 여자의 몸은 아름답고 섹시하다는데 이의가 없지만 ‘춤추는 여자와 섹슈얼리티’에 관점을 맞춰 본다면요?
신:- 내 몸도 잘 모르는데 여체의 몸을 얘기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러나 춤추는 여체가 아름다우니까 그림으로 많이 남아 있겠지요. 섹시하다는 것은 사실 남성 기준입니다. 남성의 눈에서 볼 때 그렇다는 거죠.
강:. 명화 중에 춤추는 사람을 그린 그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춤추는 사람들 그림만 봐서 그런가요? 생페테르부르그 아미타쥬미술관에서 마티스의 <춤 1> 그림을 보면서도 “아! 저 그림, 책에서 본 적 있다“ 정도로 지나쳤지 춤추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라고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었거든요
신:- 사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춤추는 여인이 나오는 그림이 많습니다. 춤추는 여인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래야 그림이 생동감이 있거든요.
강: 캉캉춤에 대한 내용이 있던데요.. 제 닉네임이 캉캉이라 캉캉춤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는데 없습니다.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는지요? 요즘 리도나 무랑루즈에서도 캉캉 춤은 원형에서 많이 변형이 된 것 같았습니다.. 차라리 우리나라 워커힐 쇼에서 하는 캉캉춤이 더 원형에 가까운 것 같아요. 샤위춤이라고 캉캉춤의 원조격 된다는 설명도 기억납니다.
신:- 책에 나와 있는대로 샤위춤이 캉캉춤의 원조입니다. 샤위는 프랑스 말로 ‘난리 법석’이라는 뜻입니다. 춤의 분위기에 맞아 떨어집니다. 요즘 무랑루즈 쇼를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화려한 캉캉춤을 기대했었는데 실망했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무랑루즈가 캉캉춤으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같은 춤을 100년 이상 그대로 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그래서 변형을 거듭해왔는데 고객들은 옛날 생각만 하고 갔으니 그럴겁니다.
강:. 춤은 순간적인 동작들이라 순간 포착이 쉽지 않은데 옛날에는 요즘처럼 사진 찍어 놓고 그림으로 그리는 것도 아니고 모델을 세워 놓고 그리지도 않았을 텐데요?? 옛날엔 과연 어떻게 춤추는 그림을 그렸을까요?
신:- 사진기가 나온 이후의 근세 그림은 사진기를 이용하여 여러 동작 또는 연속 동작을 찍어 그림을 그린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진기 발명 이전에는 춤추는 여인 또는 발레리나를 화실로 불러 마음에 그려두었던 동작들을 연출 시키고 그렸다는 얘기를 발레책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강:. 댄스스포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계신가요? 혹시 다른 춤은 하고 계시거나 해보셨나요? 댄스스포츠를 해 보실 의향은요?
신:- 유감스럽게도 몸치라서 춤은 못 추고 보는 것은 좋아합니다. 특히 발레를 좋아합니다.
강:. 책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습니까? 꽤 정성이 들어가 있던데요? 그림에 대한 저작권 협의까지 다 하셨던데요? 그림에 대한 저작권료 지불까지 하시면 책 출판에 대한 손익 분기점은 어떻게 되나요?
신:- 그전에 옮긴책들과 지은 책 등 내가 출판했던 책들을 출판사에서 보고 이번에는 춤 쪽의 그림을 중심으로 책을 써보라는 제의가 들어와서 쓰게 되었습니다. 저작권 협상은 출판사에서 해서 잘 모르고요. 아직 초판이 다 팔리지 않은 상태라서 손익분기점에 대해서는 얘기하기가 이르네요.
강:. 책은 얼마나 팔렸습니까? 책을 산 독자들은 그림 쪽이었나요, 아니면 춤 쪽의 사람들이었나요? 비율은요? 독자들 반응은 어땠었나요?
신:- 책은 초판 매진이 되어야 정산이 된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책이 안 팔리는 것 같습니다. 책이 그림 쪽으로 분류되어 주로 그림 쪽 사람들이 산 것 같고 춤 쪽은 솔직히 이번 인터뷰 요청 전까지는 전혀 반응이 없었습니다.
강:. 춤에 관한 책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더구나 프랑스어를 하셨으니까 외국자료를 많이 접하셨을 텐데요? 앞으로도 춤에 관한 자료를 계속해서 책으로 엮으실 계획이 있는지요?
신: - 일단 책이 팔려야 계속 책을 쓸 수 있겠지요. 본인 마음으로야 책을 낸다는 것은 보람이기도 해서 내고 싶지만 출판사에서도 이익이 남지 않으면 책을 못 내겠지요. 우리 독자들이 책을 많이 사 줘야 출판사도 살고 좋은 책도 나올 수 있습니다.
강:. 현재의 근황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요?
신:- 작업실에서 주로 영어, 불어 번역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감일에 쫓겨 정신없는 날도 많고요.
강: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인터뷰로 댄스계에도 이 책이 알려져 댄스인들이 많이 사봤으면 합니다.
-인터뷰/글:강신영 기자
* 책소개:
"춤추는 여자는 위험하다" 저자: 신성림 A5, 296페이지, 웅진지식하우스
이화여대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10대학 대학원 미학 전공 박사과정에서 공부했고, 논문으로는 <숭고의 미학과 예술>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반 고흐, 영혼의 편지》 《고흐》 《떠나지 않는 방랑자》 《프리다 칼로&디에고 리베라》 《상징주의와 아르누보》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클림트, 황금빛 유혹》《여자의 몸(그림 속 여자, 그녀들의 섹슈얼리티)》이 있다.
명작 컬렉션을 통해 춤추는 그녀들의 매력을 엿보다
'춤추는 여자'의 모습을 담은 유명화가와 사진작가의 명작 컬렉션 <춤추는 여자는 위험하다>. 춤추는 여자들을 다룬 여러 작품을 통해 그녀들의 매력을 전해주고, 그녀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진짜 이유를 알려준다. 춤이 신과 소통하는 매개체였던 인류 역사의 초기부터 자유롭게 춤을 즐기게 된 현대에 이르기까지, 억압과 욕망 사이에서 격전을 치러낸 춤추는 여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시대별로 여자의 몸과 춤에 대한 시각을 조명하고, 그림 속에서 파격적으로 변해가는 춤추는 여자들의 이미지를 통해 여성 몸과 춤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또한 시대마다 유행했던 춤 동작을 보는 재미와 당대를 풍미했던 무희들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피카소, 샤갈, 고갱 등의 유명화가는 물론 로베르 두아노, 헬무트 뉴턴 등 현대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엄선하였다.
첫댓글 그림에 관한 책이라면 관심이 좀 있네요. ㅎㅎㅎ더구나 춤추는 여자 그림이 있는 책이라면 ㅎㅎㅎ
볼만한 책입니다...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