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품과 같은 자석 자석의 한자어 '磁石'은 철을 끌어당기는 모습이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끌어안는 인자(仁慈)함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생겨났다. 중국의 하북성 부근에 자현(磁懸)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과거에 양질의자석이 산출돼 자주(慈州)라고도 불렸다. 즉 자석이 많이 산출돼 이것이 나중에 지명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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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에 관하여'(1600)에 실린 길버트 | 자석에 관련된 가장 오래된 전설은 중국에서는 기원전 2600년 경 중국 오제(五帝)의 한 사람인 황제(黃帝)가 자석이 장착돼 차의 방향을 바꿔도 차 위에 있는 인형의 팔이 항상 남쪽을 가리킨 지남차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영어명 '마그네트(Magnet)'의 어원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마그네스란 양치기가 들고 다니던 쇠가 붙은 지팡이를 끌어당기는 이상한 돌을 발견한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명과 관련된 것이다. 옛날에 그리스인들은 소아시아의 마그네시아(Magnesia) 근방에서 발견된 어떤 암석이 쇠붙이를 끌어당겨 달라붙게 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이 발견한 암석은 마그네타이트(Magnetite)라 불리는 철광석의 한 종류이며, 마그네타이트가 끌어당기는 힘이 바로 자기(Magnetism)다. 그리고 이끌어 당기는 힘을 가진 광석이 포함된 암석을 천연자석(Natural Magnet)이라 한다.
천연자석, 인공자석 천연 자석이 실제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공중에 매달았더니 한쪽 끝이 항상 북쪽을 가리킨다는 사실이 발견되고 나서부터이다. 줄로 매달은 마그네타이트 조각은 안내하는 돌이란 뜻인 로데스톤(Loadstone)이라 불렸고, 약 2,000년 전 중국사람들이 사막을 여행하기 위한 천연 나침반으로 사용했다.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키는 것은 지구 자체가 하나의 큰 천연자석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천연자석과 부딪친 쇠붙이가 또 다른 자석이 되는 것을 발견하면서 인공자석이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더 강한 자석을 만들기 위하여 철 이외의 재료가 쓰여지는 수도 있다. 니켈(Nickel)과 코발트(Cobalt)를 포함한 강철합금 등이 바로 그것이다.
철은 다른 물질보다 쉽게 자화(磁化)되지만 또 쉽게 자석의 성질을 잃어, 다른 금속을 섞지 않은 연철 자석은 일시 자석이라 불린다. 반면 강철합금으로 된 자석은, 그 자성을 오랜 기간 보유하므로 영구자석이라 불려진다.
보이지 않는 힘 자석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자기(磁氣)는 눈으로 볼 수 없는 힘이며, 다만 그것이 일으키는 작용에 의해서 알 수 있다. 바람은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자석 주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력선이 존재한다. 이 자력선이 나오거나 들어가는 점이 자석의 두 극이다. 초등학교 때 쇳가루를 뿌려놓은 책받침 밑에 자석을 갖다대면 쇳가루가 자석의 양쪽 끝에서부터 원형으로 퍼져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력선이라 생각하면 된다.
만약 두 개의 자석을 같은 극끼리 두면 서로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 두면 끌어당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점에 있어서 자극은 정전기와 대단히 유사하다. 기원전 6백년 경 철학자인 탈레스는 당시 귀부인들이 장식용으로 달고 다녔던 호박에 먼지가 달라붙어 더러워지는 것을 이상히 여기고, 그것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원인은 바로 마찰로 인해 발생한 정전기 때문이다. 전기와 자기는 같은 전기나 자극은 서로 밀어내고 다른 전기나 자극은 끌어당긴다.
환상적 콤비 전기와 자기 그러나 전기와 자기 현상은 독립적으로 발견돼 각각 다른 학문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다가 전기를 담아둘 수 있는 축전기로 다양한 전기 실험이 시작되면서 전기와 자기는 연결되기 시작했다.
1820년경 덴마크의 물리학자 외르스테드는 볼타가 만든 축전지를 이용해 전류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침반 위에 놓여 있는 전선에 아무 생각 없이 전류를 흘렸다. 이때 나침반의 자침이 도선과 수직 방향으로 회전했다. 처음으로 전기가 자기를 발생시킨 것이다..
1831년에 영국의 페러데이는 자기장을 변화시키면 전류가 흐르게 된다고 하는 '전자기 유도' 현상을 발견해서 전기와 자기가 서로 연관돼 있음을 보여주었다. 유도 전류는 바로 발전의 원리다. 수력발전소에서는 낙차를 이용하고 화력발전소에서는 증기기관을 이용하지만 결국은 자석을 돌려서 자기장의 변화를 일으켜 전류를 흐르게 한다.
전기와 자기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이 두 가지는 인류 생활을 급격히 변화시켰다. 현재 우리 생활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전기전자제품에는 빠짐없이 전기와 자기가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전자기가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한 걱정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전기와 자기가 만든 문명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다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생활 주변의 자기제품에 대해서라도 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생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자기에 대해 살펴보자.
지갑 속의 자석 지갑을 한번 열어보자. 신용카드, 전화카드, 전철 승차권, 신분증 등이 빼곡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카드의 뒷면을 보면 검은 띠가 붙어 있을 것이다. 바로 자기테이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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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열어보면 자석단추에서 각종 카드의 자기테이프까지 자석이 잔뜩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 자기테이프에는 카드나 신분증 등 용도에 따른 정보가 저장돼 있다. 일종의 자기기록장치다. 자기테이프는 자석을 움직이면 전류가 흐르고, 반대로 전류의 방향을 바꿔주면 자기장의 변화가 생기는 전자기 유도를 이용한 것이다. 자기테이프의 재료는 자화되기 쉬운 산화철을 많이 사용하는데 여기에 전기적 신호를 주면 밴드 표면에 자취가 남는다. 전류에 의한 자기유도인 셈이다. 다시 이 자기테이프를 다시 현금입출력기나 전화기에 넣으면 이번에는 자기테이프에 의해 전류가 유도돼 기록된 정보가 입력되는 것이다.
카세트 테이프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도 같은 원리다. 노래를 녹음하거나 데이터를 저장할 때 탄소 막대에 감겨 있는 헤드라는 부분에서 전기가 흐르면 자력이 발생해 그 끝에 닫는 테이프나 디스크의 자성물질이 자화된다. 거꾸로 자화된 부분이 헤드부분을 지나면 코일에 전기가 유도된다. 이 원리는 이외에도 비디오테이프, 은행 통장의 기록면 등에 아주 널리 응용되고 있다.
자기테이프는 자화된 상태이므로 일상생활에서 강력한 자석에 노출되면 내용이 지워진다. 그래서 최근에는 자기테이프 속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카드를 보관하는 지갑에 외부의 자기장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한 제품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철판으로 만든 원통 외부의 자기력은 철판 자체에 집중하고, 원통의 내부공간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이러한 원리를 지갑에 이용해 자기테이프를 철망을 삽입한 지갑으로 보호한다.
숨어 있는 감시자 선물가게나 음반 판매점 등의 출입구에 장치되어 있는 도난 방지장치를 한 번쯤은 통과해 보았을 것이다. 양쪽으로 기둥모양으로 세워져 있어 계산을 하지 않고 물건을 가지고 나갈 때는 경고음이 나오도록 돼 있다.
음반판매점이나 선물가게에서는 계산을 함과 동시에 어떤 장치에 대본다던가 제품에 삽입되어 있는 작은 테이프를 제거해 도난 방지장치에 걸리지 않게 한다. 학교 도서관의 도서 도난방지장치도 같은 형태로 돼 있다. 하지만 도서는 상품과 같이 한번 팔고 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대출과 반납이 이루어지므로 다른 구조의 판별 장치를 사용한다.
그러면 이러한 도난 방지장치는 어떻게 작동될까. 도난 방지장치가 설치된 가게의 물건들엔 자기테이프가 부착돼 있다. 자기테이프가 도난 방지장치의 기둥을 통과하면 기둥에 유도전류가 흘러 경보음을 내게 한다.
도난 방지장치의 원리는 공항이나 주요부서 출입문에 설치된 무기 감지장치나 금속 탐지기, 군부대에서 사용하는 지뢰 탐지기 등과 거의 비슷하다. 다른 점은 이 경우에는 우선 기둥 양쪽으로 전류를 흘려주어 자기장을 유도한 다음, 금속이 통과하면 이 금속으로 인해 기둥의 자기장이 변하는 것을 감지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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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단추 | 그러면 어떻게 대출되는 책과 반납하는 책을 구분할 수 있을까. 대출할 시에는 책 속의 자기테이프에 자기장을 반대로 걸어서 자성을 잃게 하고 반납 시에는 일정한 자기장을 책에 걸어서 자성을 띠게 하면 된다. 이것은 쇠막대를 자석으로 문질러 주면 자성이 생겨 한쪽은 N극이 되며 다른 쪽은 S극이 되지만, 쇠막대의 자성의 세기와 같은 자석을 쇠막대의 N극에는 자석의 S극을 쇠막대의 S극에는 자석의 N극을 대면 쇠막대의 자성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일상생활에 자성을 띄는 물질은 상당히 많이 있다. 핸드백 단추, 지퍼 대신 쓰이는 자석이나 냉장고 등에 붙이는 병따개 등이다. 그러나 이것들을 지니고 도난 방지장치 기둥을 통과하더라도 경보음은 울리지 않는다. 이 경우에도 유도 전류가 흐르지만 정해진 범위의 자기장에 의한 유도전류만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핸드백 자석 단추 때문에 경보가 울렸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훔친 사실을 고백하는 꼴이 된다.
미래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 이렇듯 자기는 우리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다. 그런데 가까운 미래에는 아예 자석 위를 항상 다닐지도 모른다. 전기를 이용한 전철을 이어 이제 자기 열차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1993년 개최되었던 대전 엑스포(EXPO)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든 자기 부상 열차가 선보였다. 이 열차는 운행 거리가 600m로 제한돼 있어 빠른 속력은 아니었지만, 레일 위를 10-20mm 떠서 한 번에 40명의 승객을 실어 날랐다.
자기 부상 열차는 자석의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는 당기는 자석의 성질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즉 밀어내는 힘에 의하여 뜨고, 당기는 힘으로 추진하게 된다.
그러나 열차와 같이 무거운 물체를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 빨리 달리게 하려면 엄청나게 센 자석이 필요하다. 이런 자석은 영구 자석으로 만들기 어렵고 전자기유도를 이용한 전자석을 써야만 가능하다. 센 전자석을 만들려면 코일을 많이 감거나 센 전류를 흘려주면 된다. 그러나 코일을 많이 감으면 크기가 너무 커지고, 센 전류를 흘려주면 코일의 저항 때문에 열이 많이 발생하여 코일이 녹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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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온도에서 초전도 물질 위로 떠오른 영구자석의 모습 |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초전도 현상이다. 1911년 네덜란드의 오네스는 액체 헬륨을 이용해 수은을 냉각시키면 전기 저항이 점점 작아지다가 -269°C 부근에서 갑자기 저항이 0이 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을 초전도 상태라 불렀고, 이후 납, 주석도 초전도 물질이라는 것을 발견해 191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자기 부상 열차는 열차 내부에 초전도 자석이 실려 있고 지상의 레일에는 코일이 설치돼 있어 열차가 뜨게 된다. 또 속력을 증가시킬 때에는 차체의 앞쪽에는 끄는 힘이, 뒤쪽에는 미는 힘이 작용하도록 코일에 흐르는 전류의 방향을 열차의 초전도 자석의 이동에 맞춰 변화시킨다. 속력을 감소시킬 때에는 이와 반대 방향으로 전류를 흘려보낸다.
이러한 자기 부상 열차는 현재 독일, 일본 등에서 연구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열차가 실용화될 때 우리는 바퀴 없이 공중에 떠서 달리는 시속 500km의 자석 위에서 여행을 즐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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