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만권서(讀萬卷書)와 행만리로(行萬里路) 그리고 샬롬
도서관에 갔다가 흥미로운 책 한권을 새로 들어온 코너에서 발견했습니다.
“조용헌의 내공”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강호 동양학자이자 사주명리학 연구가로 알려진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의 칼럼집이라 하겠습니다.
내용 가운데 많은 부분들은 이 땅에서 올바른 인간의 길을 걸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을 다루는가 하면 흔히 말하는 기인(奇人)의 길을 걷고 있는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도서관 의자에 앉아서 읽다가 대여를 결정했던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그것은 저자가 서문에서 강조하는 독만권서와 행만리로 라는 두 사자성어를 보면서 동양사상이 말하는 올바른 인간의 길은 어떤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겠습니다.
“누구나 자기 인생의 고수가 되어야 한다.”는 제목으로 말 머리를 시작한 저자는 내공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습니다.
내공(內功),내(內)와 공(功)이 합쳐진 말로서 몸의 내부에서 쌓아 올리는 공부나 노력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이 말은 중국의 무협지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서, 호흡을 통해서 신체의 힘을 증대시키는 기술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내공과 더불어 사용되는 단어 가운데 고수라는 표현도 내공이 깊은 차원에 이른 사람을 지칭한다 하겠습니다.
동양고전학에서는 내공을 기르는 두가지 훈련법으로 바로 “독만권서”와 “행만리로”를 꼽는다 합니다.
즉 만권의 책을 읽으므로 과거의 현인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이 독서의 장점이라 말합니다.
독만권서와 함께 대구를 이루는 것이 행만리로입니다.
즉 만리를 여행해 보는 일입니다.
만권의 책읽기를 지향하는 사람은 여행을 통하여 시야를 넓힐 수 있고, 다른 세상구경을 통하여 시야를 넓힐 수 있다고 말합니다.
조용헌 교수께서는 이 책에서 흥미로운 주장을 하는데<내공이 축적된 최고의 경지는 샬롬이다>는 말을 합니다. 저자의 말을 인용해 봅니다.
< 나는 강호동양학 전문가이지만 이 샬롬이라는 단어를 아주 좋아한다. 내면의 평화를 지칭한다.
존재 자체로 내면세계가 평화로운 사람, 즉 샬롬의 상태에 있는 사람은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이란 말인가!
샬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신의 은총을 받아야 한다는 명제에 나는 동의한다. 그러나 신의 은총도 무조건 쉽게 받는 게 아니다.
시련을 겪어야 한다. 시련없이 어떻게 샬롬에 도달한단 말인가.> (조용헌의 내공, 생각정원 출판, 45,000원)
일면 일리있는 지적이다 싶지만 성경이 말하는 샬롬을 조용헌 교수께서는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신의 은총이 있어야 인간 내면에 온전한 샬롬이 임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샬롬(평화,평안)이 시련을 통해서 임한다는 말은 그럴수도 있지만 아닐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 성경속의 사례를 꼽으라면 스데반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일곱 집사 중의 한 사람이었던 스데반은 유대인들에게 예수를 그리스도라 증언했다는 죄목으로 돌에 맞아 죽으면서 보여 주는 모습은 진정한 샬롬이 어떠한가를 구현했다 하겠습니다.
59. 그들이 돌로 스데반을 치니 스데반이 부르짖어 이르되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하고 60. 무릎을 꿇고 크게 불러 이르되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이 말을 하고 자니라(사도행전 7:59-60)
스데반의 모습이나 성경속의 믿음의 영웅들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인생들에게 알려주시는 모습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하겠습니다.
그것은 기독교적 인간다움은 우리의 행위나 의지와 노력에 앞서 우리를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의 열심을 인정하고 순종하는데 있다 하겠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사명(달란트)를 깨닫고, 주신 달란트를 활용하여 그의 나라와 의를 위하여 달음질하다 보면 달려갈 길 마칠 즈음에는 후회없는 발걸음의 인생살이로 귀결된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삶을 사도 바울은 “달려갈 길을 마쳤다(”딤후4:7)고 고백합니다.
정리하자면 이땅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는 오십보백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적 가치와 원리의 삶은 어찌보면 바보처럼 살아가야 한다는데 있다 하겠습니다.
높아지려 하고, 더 많이 가지려는, 또한 더 유명해지려는 세상 가운데에서 섬김의 본을 보이셨던 우리 주님을 따르는 길은 자기를 내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Not Success, But Service), 성공이 아니라 섬김이다. 라는 명언을 남겼던 서서평 선교사님의 말은 기독 정신의 핵심 중 하나라 하겠습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