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은 약이다
강부연 기자
봄나물은 약이다
미각을 깨우는 봄철 영양제
우리나라 음식은 제철 식재료를 기반에 두고 있다. 제철 식재료에는 그 시기에 꼭 섭취해야 하는 영양분이 들어 있어 걸리기 쉬운 잔병을 예방해주기도 한다.
특히 봄에는 그런 음식들이 더욱 많다. 추운 겨울을 지나 고개를 내미는 봄나물들은 강한 에너지와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다.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던 시절 따스한 봄볕을 쐬고 자란 나물들은 겨우내 허기졌던 배를 채우고 건강을 지켜주는 식재료였다.
또 부족한 비타민과 섬유소를 보충해주는 봄 영양제이기도 했다. 봄이 되면 한국의 중장년층은 계절맞이 의식처럼 봄나물 채취에 나섰던 추억이 기억 한편에 자리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산과 들에서 나물을 캐는 것을 넘어 집마당 뜰에 취나물 씨를 뿌려 키우기도 했다. 그만큼 봄나물은 맛도 좋지만 약성 성분도 있어 겨우내 부족했던 영양소를 챙길 수 있게 도와주는 귀한 식재료다.
봄이 되면 몸이 나른하고 졸음이 쏟아지면서 입맛이 없는 경우가 많다. 동면기에서 활동기로 들어서는 신체는 다량의 비타민과 무기질이 필요한데 부족한 영양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른함, 춘곤증 등을 동반하게 된다.
봄나물은 생리적으로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또 봄나물과 봄 채소들은 쓴맛, 신맛 등으로 겨우내 무뎌진 미각을 자극해 입맛을 돋우는 봄의 보약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입춘오신반(立春五辛槃)이라 하여 봄에 움파, 산갓, 당귀 싹, 미나리 싹, 무 등의 매운맛 채소들을 새콤하게 무쳐 먹어 오장육부에 영양과 비타민, 무기질을 공급했다. 이처럼 봄에 돋아나는 나물들을 먹으며 건강을 챙긴 것이다.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산나물
산기운, 땅기운을 가득 머금은 산나물은 재배 나물과 달리 산채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훌륭한 에너지원이다. 산나물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자란 것으로 약성이 뛰어나고 본래의 영양 성분도 풍부할 뿐 아니라 생명력도 매우 강하다. 이러한 산나물들은 고혈압이나 당뇨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나물을 즐겨 먹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은 산에 가서 나물을 채취하기 어려운데 이럴 때는 나물이 특산품인 지역의 장을 이용해도 좋다. 수도권의 양평 5일장 그리고 영월과 같이 산채나물이 유명한 곳에서는 4월이면 홋잎나무와 참나물, 5월이면 두릅 등 산나물이 풍성해진다. 5일장에만 가도 할머니들이 직접 채취한 산나물들이 가득하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토양에서 자란 제철 산나물은 강인한 생명력과 뛰어난 약성을 지녀 엽록소가 풍부하고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을 다양하게 함유하고 있다. 다만 나물에는 영양 성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기도 하지만 독성도 조금씩 있어 데치거나 물에 담가놓는 등 각 나물의 특성에 맞게 손질해 조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봄나물과 찰떡궁합 해산물
수산물은 차가운 겨울에 더 맛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패류의 경우는 봄에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3월이면 먹이가 많아져 제철이 되는 주꾸미와 바지락, 소라, 관자 등이 그것이다. 요리연구가이자 식품영양학자인 김정은 선생은 춘곤증을 이기기 위해 해산물과 함께 봄나물을 섭취하면 좋다고 설명한다.
“3월이 되면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해요. 그런데 우리 몸은 이처럼 빠른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졸음이 쏟아지고 식욕이 없어지며 온몸이 나른해지기 쉽죠. 낮이 길어진 탓에 활동량이 늘어나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도 증가하는데, 특히 비타민 소모량은 겨울보다 3~10배 정도 증가합니다.
춘곤증은 계절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만, 영양분은 그때그때 제대로 섭취하지 않으면 크고 작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요. 가장 좋은 것은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된 제철 채소와 단백질, 미네랄이 풍부한 수산물을 두루 섭취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향기 있는 봄나물로 식욕을 깨우고 단백질이 풍부한 수산물을 함께 섭취해주면 좋답니다. 또한 해조류나 생선을 조리할 때 봄나물이나 봄 채소를 함께 넣으면 비린 맛을 잡아주고 향긋한 향이 더해져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어요.”
봄나물 제대로 즐기기
봄나물은 대부분 데쳐 나물로 무쳐 먹거나 새콤달콤하게 숙회로 많이 먹는다. 또 살짝 데쳐 밥 위에 올려 영양밥을 지어 먹거나 향이 좋은 것은 말려서 차로 끓여 먹어도 좋다. 두릅이나 취는 빵이나 소시지, 달걀 등과도 잘 어울려 샐러드로 만들거나 팬케이크처럼 구워내면 아이들도 좋아한다.
봄나물은 식감이 부드러워 샐러드로 만들어 먹으면 특히 좋다. 봄동이나 달래, 냉이, 부추, 참나물 등은 생채소의 아삭함을 살려서 샐러드로 만들고, 두릅이나 취나물, 씀바귀같이 쓴맛이나 특유의 향이 있는 채소들은 살짝 데쳐 샐러드로 만들면 된다.
생채용 나물을 무칠 때는 일반적인 샐러드드레싱도 좋지만 액젓이나 새우젓 등을 사용해 겉절이처럼 무쳐 먹어도 맛있다. 향이 강해 거부감이 강한 봄나물은 발사믹식초나 마요네즈, 요구르트, 과일즙 등으로 나물의 강한 향을 중화시킬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드레싱을 만들어보자. 봄나물의 향이나 쓴맛에 익숙하고 좋아한다면 올리브오일이나 약간의 소금, 식초만 뿌려서 먹어도 좋은 샐러드드레싱이 된다.
봄나물을 오래 먹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말려서 나물로 먹는 것이다. 또 향이 좋은 쑥이나 취, 참나물, 민들레 등은 차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설탕에 재워 만들기도 하지만 봄나물이 약간 억세어질 때 구입해 끓는 물에 데쳐 부드럽게 말려 냉동실에 넣어두면 언제든지 봄 향기가 가득한 건강 차를 마실 수가 있다. 대추나 잣, 과일 등을 곁들여 오랜 시간 우리면 은은한 단맛이 돌아 더욱 마시기가 좋다.
유튜브 약초할배
https://youtu.be/uZHw_NZBJtw?si=zW8pwA6bQMZk3xx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