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제가 진료실에서 직접 설명하는 내용들입니다.
1. 현재까지 소아확진환자들을 진료한 동료, 선후배 선생님들의 사례를 종합 해 볼 때, 신종 인플루엔자의 증상은 매년 찾아오는 계절 독감에 비해 증상이 가벼운 편입니다.
1-1. '감기' 증상과 '계절 독감'의 증상은 비교적 확연하게 구분됩니다. 심한 발열(해열제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 극심한 인후통과 전신 근육통 등, 척 보기에 아이들이 무척이나 많이 많이 많이 아파 보입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알려진 신종 인플루엔자의 증상은 이에 비해 보통 '감기' 증상에 더 가깝기 때문에 구분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1-2. 다르게 보자면, 그러니 요즘 사회의 분위기처럼 '인류가 멸망할 것 같은'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 하지만, 전염력은 매우 높아서 환자의 절대수는 더 많아질 것입니다. 이것은 추후 새로운 변종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게 만듭니다.
3.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는 증상 발현 후 48시간 이내에 사용할 경우 효과가 있습니다.
4. 중증 인플루엔자의 경우 증상 발현 2일 후 사용시의 효과는 자료가 없습니다.
5. 증상 발현 후 5일 뒤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6. 타미플루는 원래 1세 이전에는 금기약입니다.
7. 타미플루 복용의 효과는 증상기간의 감소(약 1.2~1.5일), 증상의 중증도 감소(70~80% 정도로)입니다. 기존의 항생제(항세균제)와는 효과의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7-1. 타미플루가 대세를 뒤엎을만큼 엄청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은 아닌 거지요.
(다음은 논란이 되고 있는 폐구균 백신 예방접종에 대한 부분입니다. 오해가 있을까봐 거듭 강조합니다.
폐구균 백신 예방접종이 신종 인플루엔자의 감염을 막지 못하고 증상을 줄이는 것과도 관계 없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폐구균 백신 자체의 효용이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오해'의 확산으로 인해 폐구균 백신 예방접종이 남용되고 있어서 정말 필요한 아이들(24개월 이전)이 맞아야 할 백신까지 소모되기에 정리한 것입니다.)
8. 폐구균 백신 예방접종이 신종 인플루엔자의 감염을 막지 못합니다.
8-1.폐구균 백신 예방접종은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 증상을 약화시키는 것과 관계없습니다.
8-2. 신종 인플루엔자에서의 폐렴은 상당수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에 의한 폐렴입니다.
8-3. 폐구균 백신 예방접종은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 후 2차로 생기는 폐구균 감염에 대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9. 7가 폐구균 백신 예방접종을 2세 이전의 아이들에게는 강력히 권장합니다.
9-1.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이 아니더라도 2세 이전의 아이들은 폐구균 감염의 고위험군이기 때문입니다.
10. 현재 상황에서, 2세에서 5세(24~59개월) 아이들에 대해서는 폐구균 예방접종을 권장합니다. 이 시기에는 7가와 23가 백신이 모두 가능합니다.
10-1. 이 연령대의 아이들(어린이집이나 보육시설에 다니는)은 폐구균 감염의 중등도 위험군에 속합니다.
10-2. 7가 백신은 7가지, 23가 백신은 23가지 폐구균에 대해 효과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폐구균은 모두 90여 가지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1. 5세 이후 9세 까지 아이들에 대해서는 폐구균 백신 예방접종이 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위험요인이 없다면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지요. 역시 7가와 23가 모두 가능하지만 저는 23가를 권장합니다.
12. 10세 이후의 아이들과 성인에 대해서 7가 백신은 효과와 안정성을 알 수 없습니다. (금기는 아닙니다.) 이 시기는 (신종 인플루엔자의 고위험군이 아닌)폐구균 감염의 고위험군에 대해서 23가 백신을 권장합니다.
12-1. 저는 10세 이후 아이들이나 성인에 대해서는 고위험군이 아닌 이상 폐구균 예방접종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굳이 예방접종을 원하신다면 23가를 권합니다.
12-2. 폐구균 백신은 접종 후 약 2-4주 후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3. 이론상으로는 매년 맞는 계절 독감 백신으로도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한 예방효과를 일부 기대할 수 있지만 확인된 바 없습니다.
14.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 효과와 무관하게 계절 독감 백신의 접종을 강력히 권장합니다.
14-1. 독감 백신은 접종 후 약 2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4-2. 9월1일 현재 한국에는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한 예방 백신이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9/1 22:50 에 추가)
15.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한 확진 검사는 real time RT-PCR, conventional RT-PCR, 바이러스 배양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6. 15분 혹은 30분 만에 검사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기존 계절독감에 대한 검사이며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한 검사로서는 가치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17. 여기서 잠깐,
타미플루 복용은 48시간이 지나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확진검사는 요즘 빨라도 3일 보통은 4~5일(하루만에 되는 곳도 전국에서 손에 꼽을만큼 있지만)걸린다. 이것을 종합해보면, 확진검사를 도대체 어떤 용도로 써 먹을 것인가 - 궁금해지지 않나요?
(9/2 11:05 에 추가)
17-1. 결국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한 치료는 증상의 중증도를 가지고 의사의 경험과 판단에 따르는 것이지, 검사 결과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확진검사에 너무 매달리지 마시라는 이야기.
18. 각 학교에서 "신종 플루가 아니거나 전염력이 없다"는 확인서를 의사에게 받아오라고 해서 난감합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18-1. 확진검사를 시행해서 결과를 가져다주면 되겠지만 10만원 넘는 비용을 내고 수 일을 기다려서 학교에 가느니, 어짜피 그 기간이 격리 권고 기간과 비슷한만큼 그냥 쉬고 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심되는 아이가 있으면 그냥 쉬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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