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中 고기 굽는 냄새
김영승
어머니의 火葬을 지켜본 나로서는
싫다
雨中에 野外에서 고기를 구워 먹어본 적도 있지만
싫다
어머니 火葬하는 날도
비 오는 날
고기를 구워 먹다니
싫다
고기는 살로 그 속이
드러나 보일 일 없는
영원한 겉
속을 함부로 내보이는 자들이여
싫다
이 장마도
이 늦은 밤
아름다운 가로등 불빛 아래서
더욱 아름답게 지나가는
여학생들도
다
겉이다
雨傘도 겉뿐이다
느티나무 옆
지붕이 있는
공원 벤치도
겉이며
고기다
나로서는
그 모든
벗겨진 것들이
싫다
비에 젖는,
나무를 베어 만든
이 통나무 의자도
싫다
속을 드러냄은
죽음이다
神도
흐린 날 미사일
나는 이제
느릿느릿 걷고 힘이 세다
비 온 뒤
부드러운 폐곡선 보도블럭에 떨어진 등꽃이
나를 올려다보게 한다 나는
등나무 페르골라 아래
벤치에 앉아 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등꽃이 상하로
발을 쳤고
그 휘장에 가리워
나는
비로소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미사일 날아갔던 봉재산엔
보리밭은 없어졌고
애기똥풀 군락지를 지나
롤로스케이트장 공원
계단 및 노인들 아지트는
멀리서 보면 경회루 같은데
내가 그 앞에 있다
명자꽃과 등꽃과
가로등 쌍 수은등은
그 향기를
바닥에 깐다
등꽃은
바닥에서부터 지붕까지
수직으로 이어져
꼿꼿한 것이다
허공의 등나무 덩굴이
반달을 휘감는다
급한 일?
그런 게 어딨냐
― 김영승 시집, 『흐린 날 미사일』 (나남 / 2013)
김영승
1958년 인천에서 태어나 제물포고등학교를 거쳐 성균관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계간〈세계의 문학〉가을호에〈반성·序〉외 3편의 詩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반성》,《車에 실려가는 車》,《취객의 꿈》,《아름다운 폐인》,《몸 하나의 사랑》,《권태》,《화창》,《흐린 날 미사일》이, 에세이집으로《오늘 하루의 죽음》,《젊은 산타클로스의 휘파람》(근간)이 있다. 현대시작품상, 불교문예작품상, 인천시문화상, 지훈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