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낚시 (외 2편)
—흐름에 대하여
전윤호
여울에 앉아
낚싯대를 잡고 있다
물살에 떠다닌 내 생애가
찌에 얹혀 있다
우수수 옥수수 머리를 밟으며
푸른 바람이 자꾸 지나간다
손으로 전해오는
나를 끌고 가는 시간의 묵직함
좀 더 기다려야 하리라
나는 이 밤을 바쳤지만
메기는 일생을 걸고 있다
하프타임
중환자실에서 수액 주사를 맞으며
혈압이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열이 높더니
축구장에 와 있다
갑자기 쓰러진
전반은 엉망이었다
공격은 패스가 안 되고
수비는 실수투성이
스트레스가 주원인입니다
이 정도만 해도 운이 좋은 겁니다
그나마 버티는 건
온몸으로 막아준 골키퍼 덕이다
의식을 잃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담배도 안 피우고요
사진기자들이 우리 골대 뒤에 줄 서 있는
적지에서 뛰는 경기
매출이 줄면서
거래처 전화를 못 받았어요 대금이 밀려서
절반이 끝났을 뿐이다
후반이 시작되면
공격을 늘릴 것이다
지친 성질 몇과
상태가 안 좋은 인내심은 바꿔야지
넌 지금 죽어야
사십이 넘어서
요절 시인도 안 돼
악착같이 일어나라고
물을 마시고
근육을 주무른다
몸이 가라앉을수록
선명해지는 조명
끝까지 진다는 생각은 안 들어
걱정하지 마
후유증도 없잖아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늦은 인사
그 바닷가에서 당신은
버스를 탔겠지
싸우다 지친 여름이 푸르스름한 새벽
내가 잠든 사이
분홍 가방 끌고
동해와 설악산 사이
외줄기 길은 길기도 해
다시는 만날 수 없었네
자고 나면 귀에서 모래가 나오고
버스만 타면 멀미를 했지
아무리 토해도 멈추지 않고
정신없이 끌려가던 날들
가는 사람은 가는 사정이 있고
남는 사람은 남는 형편이 있네
더 이상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는 나이
잘 가 엄마
아지랑이 하늘하늘 오르는 봄
이제야 미움 없이
인사를 보내
—시집『늦은 인사』(201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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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호 / 1964년 강원도 정선 출생. 1991년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아 등단. 시집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순수의 시대』『연애소설』『늦은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