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진짜 속내를 몰랐던 김은경 혁신위원장

[장자방]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출범하고 한 달이 지나도록 주목할만한 혁신안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해, 있으나 마나 한 무용지물 위원회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혁신위가 출범할 때부터 예고된 전조(前兆)이기도 했다. 하기야 당내에서조차 기대 반 우려 반 분위기가 팽배했으니 어쩌면 조만간 간판만 걸려 있는 유령 혁신위원회가 될지도 모른다. 민주당에 혁신위원회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매우 불순한 정치적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중에서는 민주당 혁신의 요체는 매우 단순 명료하다고 말한다. 분란과 화근의 원천이 이재명에게 있는 만큼 이재명만 물러나면 민주당 혁신은 절로 해결된다고 지적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재명의 고약한 성격상 절대 호락호락 물러갈 사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러니 민주당의 혁신위는 진정한 혁신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아니라 이재명을 구명(求命)하기 위한 들러리 위원회가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지닐 수밖에 없다.

혁신위가 만들어진 배경을 보면 그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혁신위원회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송영길 돈봉투 사건. 김남국  가상화폐 거래 의혹. 등  연속되는 악재에다  차기 공천에 불안감을 가진 당내 비명계의 계속되는 이재명 사퇴 압박과 사방에서 조여오는 이재명이 사법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선 혁신위라는 비상 탈출구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환경 때문이었다. 특히 친명계와 비명계가 벌이는 작용과 반작용은 물리학의 이론마저 부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민주당을 혁신한다는 것은 맨손으로 호랑이 잡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현실인데도 혁신위를 구성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은 이재명의 처지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었다.

민주당 혁신의 요체는 결국 공천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당권을 가진 친명계는 이재명이 당 대표로 있어야 공천을 통해 비명계를 말살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공천이 불확실한 비명계는 이재명 사퇴를 압박해야만 정치적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양쪽의 틈바구니에 낀 혁신위는 그야말로 안팎 곱사등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민주당의 현실이다. 만약 이재명에게 진정으로 당을 혁신할 생각이 있었다면 과거 이해찬의 공천을 날린 김종인처럼 김은경에게 전권을 주어 친명계 강경파들이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혁신하도록 환경을 제공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이 어떤 사람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자식도 남이라고 할 사람이 아니던가, 이러니 이재명이 특별한 경력도 없는 무명의 여성 교수 출신 김은경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수작을 부렸다. 김은경의 임명은 겉으로는 혁신하라고 해 놓고선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혁신안에 대해선 친명계와 개딸들로 하여금 김은경을 밀가루 반죽처럼 만들어 달라는 것을 암시한 간접 표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은경이 임명되자 정청래가 “대의원제 폐지, 권리당원 우대‘라는 말로 압박을 가한 것이 단적인 정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은경은 민주당 혁신의 목표를 윤리 정당, 미래 정책역량, 정당 조직 현대화, 이렇게 세 항목으로 설정했다. 그 목표의 일환으로 나온 방안이 불체포특권 포기와 비리를 저지른 꼼수 탈당 의원들에 대한 복당 불가였다. 김은경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1호 혁신안으로 내놓은 것은 지난 6월 19일, 이재명의 발언이 단초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날 이재명은 느닷없이 ”저를 향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이 나온 후, 김은경은 공식적으로 불체포특권 포기 안을 내놓았다. 아마도 이재명의 발언이 있었기 때문에 의총에 상정하면 충분히 추인될 것으로 전망했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김은경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당이 망한다는 말로 배수진을 쳤다. 비명계 원내대표 박광온까지 나서 김은경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막상 의원총회가 열리자 압도적 다수에 의해 낙동강 오리 알이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재명이 침묵한 것은 내심 불체포특권 포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약 김은경이” 내가 박근혜를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했던, 이재명의 이 발언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했더니 진짜 포기하는 줄로 알더라“고 해석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적어도 개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은경 혁신위는 불체포특권 포기 외에도 당의 징계를 피해 꼼수 탈당한 자에 대해선 향후 복당을 제한하는 2호 혁신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재산축소 신고 및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명된 무소속 김홍걸에게 복당을 승인하여 김은경의 혁신위를 두 번이나 바보로 만들었다. 이처럼 교수 출신은 사기술에 능한 정치인에게는 언제나 좋은 먹잇감이었다. 민주당 31명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이들이라 국민의힘과 합세하여 막상 본회의 무기명 표결에 들어가면 한순간에 변심(變心)할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과 환경에서 김은경은 과연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까. 교수 출신의 창피와  망신은 가난보다  더 오래가는 법이다. 이 말의 뜻은 돌을 던질 때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信望愛]

김은경이 정말로 이재명의 인간 됨됨이와 속내를 몰랐을까요? 알고도 모르는 체하며 김은경이 명색 대학교수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혁신위원장 임명을 수락한 것은 아닐까요?

[장자방]

사기와 거짓말에 있어 달인의 경지를 넘어선 이재명의 음흉한 속내를 알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요? 무명 교수에 불과한 김은경이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수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재명을 비롯하여 운동권에서 탄탄한 투쟁 경력을 쌓아온 이재명 호위무사들을 김은경이 제압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과부적으로 보입니다. 김은경이 별 영양가 없는 자잘한 혁신은 할지는 모르겠지만 공천 룰 같은 근본적 혁신같은 것을 과연 이루어낼지는 지켜 보면 알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