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여자들에게 무슨 음식을 좋아하냐 하면
생선회나,(대개 미인대회 나온 여자들의 대답이라
이쁜 여자들은 생선회를 좋아한다..라는 공식이 대입된다)
순박하게는 김치찌개를 말한다.
학교 다닐 때 동대문시장 좌판에서 멍게니, 해삼정도는 먹어봤고,
부산 친척집에서 아나고 회는 먹어봤지만
정식 회를 먹어본 건 결혼하고 나서이다.
육식 위주인 친정과는 달리
시댁은 생선 매운탕이 자주 상에 올라오고
외식은 무조건 횟집, 일식이다.
어릴 적 친정집 모습은
여름엔 개 한 마릴 통째로 큰 솥에 끓이고,
명절엔 갈비를 짝으로 아버지가 들고 오셨고
순대는 집에서 큰 대야에 피를 가득 담아놓고 만들었다.
닭은(집에서 키우는 토종닭은 무척 크다. )세마리 씩 잡아서
버터 발라서 후라이팬에 노릇하고 빠삭하게 구워
반 마리씩 먹게 했고,
바구니 하나 족발을 삶아서 들고 다니며 뜯어먹었다.
겨울엔 아버지가 눈밭에서 사냥해온
노루, 꿩, 참새를 먹은 적도 많았고
말고기를 먹은 기억도 있다.
그것도 부족해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파는 삶은 돼지고기를 사다가
도마에서 썰면서 집어먹은 정도였으니
육식 가족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결혼전 몇 번 만난 남자가
두번째 만난 자리에서 떡갈비를 뜯는걸 보고
아무거나 잘먹어서 좋다고 말한 것도 칭찬으로 알았고
남편과 첫 데이트때
롯데리아에서 치킨 시켜먹은 걸 두고두고 놀려도
그게 어때서.. 무감각했다.
음식은...익숙함이어서
결혼을 해서도 슈퍼에 가면
남들은 과일냄새에 침이 넘어간다는데
나는 정육점 앞에서 침을 삼켰다..
채식을 좋아하는 남편과 애들 건강을 위해
상에 생선과 야채를 놓긴 하지만
아무리 최고급 일식점에서 먹어도 갈비 먹은 것만 못하는
내 식성에 애들까지 비슷해졌다.
그래서 다른 여자들은 냄새도 못 맡는 음식을 나는 잘 먹는다.
곱창, 내장탕, 순대국, 선지국, 뼈 해장국....
일주일 내내 직장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나면
주말엔 고기가 고파져서 부득이한 일이 아니면
고깃집에 가는 게 주말 일상이 됐다.
삼주동안, 애가 시험이든지, 출장중이었던지...
주말마다 나 혼자 대충 저녁을 먹고 나니
심하게 허기가 지는 느낌이다.
먼저 정육 코너에 가서 고기를 종류별로 사고
계산하면서 옆에 있는 닭발을 집어 들었다.
어릴 적 먹었던 닭은 발, 간, 창자, 목,벼슬달린 머리까지 다 있지만
닭발을 따로 먹은 건 몇 년 전 매운 불닭 바람이 불면서이다.
비닐장갑을 끼고 간 닭발을 잡고 뜯어먹는 엽기적인 모습으로
처음엔 맛있게 먹었는데
두 번째는 너무 매워서
이게 도대체 인간이 먹으라고 한 음식이냐고..
화가 나서 그담엔 먹은 적이 없다.
집엔 아무도 없어, 혼자서 고기 구워 먹는 게 귀찮아서
맥주 한 병과 닭발을 데웠다.
사실 애들이나 남편 있을 땐 괴물로 볼까봐 못 먹는다.
한참 먹다가 입에 닭발이 아닌 다른 이물질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 꺼내보니
얼마 전 앞니에 붙인 라미네이트이다.
게 껍질이나 갈비 먹을 때 조심하라는 주의는 들었지만
닭발은 포함되지 않아 잠시 방심했다.
치과에 가서 다시 붙여야하는데
절대로 닭발 먹다가 떨어졌다는 말은 못한다.
이슬만 먹고 사는...은 아니더라도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고상하고, 교양 있고, 우아한 내 이미지'를
처참히 깨는 정직한 고백은 어리석은 짓이다.
(오늘 누가 나에게 어리석다 ..했다. )
생선회나 샐러드 먹다가 떨어질 일은 없고...
어떻게 말해야 내 이미지를 지킬 수 있을까...
사실.. 이 고백도 문우정에서만 하는 것이니
소문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래도
장어나 메기는 못먹는다고 하면 변명이 통할래나...
첫댓글 뭔 놈의 피자에 새우가 붙어 있는지... 감자탕에 소주 한 잔 걸치고 싶었는데 벌써 피자를 시켜놔서 할 수 없이 먹었습니다. 수능 끝나 녀석들은 신나겠네... 몇 년 전에 큰 놈 때문에 7층 아주머님 댁에 싹싹 빌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사죄의 뜻으로 대봉을 드렸는데 아직도 소반을 돌려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은 소식들 받으셨죠?
전,, 자라탕도 못 묵거등여.. ㅋㅋ ==333 (아.. 청진동 해장국 땡긴다.. 아직도 있을래나?)
육식가족(?)들은 체격적으로도 표시가 나던데...요즘은 고기중독인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저도 그렇지만 반찬 만들기 싫어니까 점점더 그렇게 되는듯합니다. 저도 못먹는거 없는데. 보신탕빼고..개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먹을것도 많은데 말많은 걸 굳이 먹을 일있나하는 생각때문에..
ㅋㅋ 너무 재밌는 글이네요,닭발...그거 경동시장엔가에서 왕창 사다가 푹푹 오래 끓여 국물내어 식히면 제리처럼 되는데 그게 콜라겐이 많다던가?? 뭐 보약처럼 먹는다는말 들은것 같아요,복이님도 ?발 덕분에 더 이뻐졌을겁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