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 배달 오토바이 20대중 18대 역주행… 인도 질주까지
본보 취재팀, 주말 한강공원 가보니
나들이객 늘며 음식 배달도 급증… 일부 오토바이 과속으로 안전 위협
시속 40km ‘자전거 폭주족’도 위험… 추월하려다 보행자와 충돌할 뻔
역주행하고, 자전거 보행자 도로 질주…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한 배달 오토바이가 반대편 차로에서 역주행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19일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에서 자전거와 보행자만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배달 오토바이가 달리는 모습이다. 신원건, ·소설희 기자
“아무리 배달이 급해도 그렇지 너무하네요!”
20일 오후 2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주말 나들이를 나온 시민 10여 명이 배달음식을 픽업하는 ‘배달존’에 모여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토바이 한 대가 시속 30km가량의 속도로 배달존 앞 도로를 달리다가 보행자와 부딪히기 직전 멈췄다. 간신히 사고를 피한 직장인 김모 씨는 “휴대전화로 친구 전화를 받으며 길을 건너다가 미처 오토바이를 보지 못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마무리되고 날이 풀리면서 최근 한강 나들이객과 함께 한강공원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도 덩달아 늘었다. 그런데 배달 오토바이들이 역주행과 과속을 일삼으며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 역주행에 인도 질주까지 무법천지
이날 오후 5시경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 배달존에도 시민 30여 명이 배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인파가 몰리면서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들로 긴 줄이 생겼고 배달존으로 진입하는 회전교차로 정체가 심해졌다. 그러자 배달 오토바이 대부분은 빠른 배달을 위해 반대편 차로로 역주행을 감행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0분가량 지켜본 결과 배달 오토바이 20대 중 18대가 역주행을 했고, 그중 3대는 막히는 차로를 피해 인도로 질주했다. 불법 유턴을 시도하던 택시와 역주행하던 오토바이 3대가 부딪힐 뻔한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역주행한 경우 범칙금 4만 원과 벌점 30점 처분 대상이지만 단속된 오토바이는 한 대도 없었다. 직장인 최모 씨(31)는 “한강공원에서 인도를 달리는 오토바이를 보게 될 줄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배달존이 붐비자 인근 자전거 도로를 질주하며 음식을 직접 손님들에게 배달하는 오토바이도 눈에 띄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 도로에서 오토바이 운행은 금지돼 있다. 자전거를 타고 있던 회사원 박현기 씨(43)는 “휴일이라 자전거를 타는 시민도 많은데 한강을 관리하는 측에서 오토바이가 진입하는 걸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가 자전거 도로에서 운행할 경우 범칙금 3만 원을 부과할 수 있지만 인원 부족 등의 문제로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까진 단속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 시속 40km ‘자전거 폭주족’도 행인 위협
배달 오토바이 외에 시속 4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 폭주족’도 행인들에게는 위협의 대상이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 내 자전거 주행 속도를 시속 20km 이하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취재팀이 19일 오후 7시경 서울 반포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의 속도를 측정한 결과 5분 동안 달린 20명 중 12명이 권고를 어기고 시속 20km 이상으로 달리고 있었다. 시속 30km 이상으로 달리는 자전거도 5대에 달했다. 한 자전거는 좁은 구간에서 시속 4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앞 자전거를 추월하려다가 보행자와 충돌할 뻔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자전거 속도 제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서울시가 사고 위험이 큰 지역에서 자전거 속도를 시속 20km 이내로 제한하고 어길 경우 처벌하는 방향으로 도로교통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아직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8세 딸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김아랑 씨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 때문에 가슴이 철렁했던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2024년까지 한강공원 내 저속 자전거 도로를 지정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욱 기자, 소설희 기자, 이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