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대체 : 2일 오후 5시50분]
단식 99일째, 지율 스님이 거처하고 있는 정토회관의 지도법사 법륜 스님은 지난 1일 노무현 대통령께 이메일 편지를 보냈습니다. 법륜 스님은 이 편지에서 "지율 스님이 살아난다면 그것은 기적입니다, 지금 기적을 만들 수 있는 분은 노무현 대통령님, 오직 당신 뿐입니다"라고 읍소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까지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단식 100일을 하루 앞두고 '대통령께 이메일 쪽지 날리기'를 기획했습니다. 이 글의 독자의견란에 글을 남겨주시면 기사에 반영하겠습니다. 또 네티즌들의 '쪽지'를 요약해 오프라인상으로 청와대에 전달하겠습니다. 네티즌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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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륜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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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김덕련 | "지금 한 수행자가 보살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착한 임금님이 되시어 지율 스님과 뭇 생명들을 살려주세요!
천성산은 활성단층지대라 터널을 뚫었을 때 붕괴 위험이 있다고 하는데, 지하수와 계곡수가 누출될 위험도 있다는데, 그래서 공사하기 전에 부족하지만 3개월만이라도 환경에 대한 전문가 공동조사를 한번 제대로 해달라는데, 공사 중 붕괴위험이 있다니까 조사기간만이라도 발파공사만 중지해 달라는데, 그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입니까?
지율 스님이 주장하지 않더라도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보는 것은 당연히 철도공단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아닌지요!"
지난 1일,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의 단식이 98일째 되던 날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이메일 호소문의 일부이다.
법륜 스님은 "지율 스님의 여윈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면, 느껴지지 않는 맥박을 잡고 있으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면서 "지율 스님이 살아난다면 그것은 기적입니다, 지금 기적을 만들 수 있는 분은 노무현 대통령님, 오직 당신 뿐입니다"라고 읍소했다.
한편 언론과 접촉을 끊은 지율 스님을 대신해 그 심경을 전하고 있는 법륜 스님은 지난 1일 "지율 스님이 최근 3~4일 사이에 눈에 띌 정도로 기력이 약해졌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 지율 스님과 천성산의 뭇 생명들을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1일 현재 지율 스님은 '천성산에 터널공사를 하기 전에 객관적인 환경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98일째 단식을 계속하고 있지만 정부는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법륜 스님은 1일 밤 10시경 서울 정토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는 지율 스님이 귀를 막은 채 불필요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정작 먹통인 것은 지율 스님이 아니라 세상"이라며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자는 지율 스님의 말에 이제라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륜 스님은 이 자리에서 "지난달 30일 지율 스님을 살펴본 한 한의사는 '급격한 혈압저하로 인해 쇼크사할 위험이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고 전한 뒤 "설득한다는 명분으로 지율 스님을 자극하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법륜스님은 "지율 스님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1일 청와대에 이메일로 전달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율 스님의 기력이 점점 소진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에 거주하는 정토회 신도들도 1일부터 서울의 정토회관으로 올라와 지율 스님을 위한 기도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정토회의 한 관계자는 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율 스님이 정토회관으로 옮겨온 지난 29일 저녁부터 신도들이 매일 24시간 동안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고 운을 뗀 뒤 "1일부터는 지방의 신도들도 상경해 이 기도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해찬 국무총리가 정토회관에 찾아와 지율 스님 면담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이날 오후 여러 언론에 보도됐으나 이 총리의 정토회관 방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법륜 스님은 "정토회관을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총리실쪽에서 받은 적이 없다"고 전제한 뒤 "지율 스님을 설득한다는 명분으로 자극하거나 한번 다녀갔다는 표시를 내기 위한 방문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천성산 터널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변경해 꺼져가는 지율 스님 생명의 촛불을 밝힐 방안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다음은 법륜스님이 1일 청와대에 이메일로 전달한 호소문이다.
"지율 스님을 살려주세요
노무현 대통령님! 지율 스님을 제발 살려주세요. 자신의 몸을 한알의 밀알로 심어, 보이고 보이지 않는 천성산의 뭇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지율 스님을 살려주세요.
지율 스님은 죽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지율 스님은 죽고 싶지 않아요. 살고 싶어요. 천성산의 뭇 생명들도 죽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천성산의 뭇 생명들도 죽고 싶지 않아요. 살고 싶어요.
보살이 지난 생에 사슴왕으로 있을 때 사슴고기를 좋아하는 임금님 때문에 새끼 밴 어미 사슴을 대신해 죽으러 갔습니다. 그 때 임금이 사슴왕을 어여삐 여겨 살려주었지만 사슴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오늘 살지만 내일 다른 사슴들은 어떻게 합니까? 사슴들은 살게 됐지만 다른 짐승들은 어떻게 합니까? 짐승들은 살게 됐지만 다른 새들은 어떻게 합니까? 새들은 살게 됐지만 다른 물고기들은 어떻게 됩니까?" 그러자 임금님은 불살생(不殺生)을 선언했습니다.
지금 한 수행자가 보살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착한 임금님이 되시어 지율 스님과 뭇 생명들을 살려주세요!
천성산은 활성단층지대라 터널을 뚫었을 때 붕괴 위험이 있다고 하는데, 지하수와 계곡수가 누출될 위험도 있다는데, 그래서 공사하기 전에 부족하지만 3개월만이라도 환경에 대한 전문가 공동조사를 한번 제대로 해달라는데, 공사 중 붕괴위험이 있다니까 조사기간만이라도 발파공사만 중지해 달라는데, 그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입니까?
지율 스님이 주장하지 않더라도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보는 것은 당연히 철도공단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아닌지요! 3개월 공사하면 200m 뚫는다는데 16,2km 터널공사에 200m가 그렇게 급한가요? 5년 공사기간에 3개월이 그렇게 불가능한가요?
눈물을 흘리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저곳에 빌고 다녔지만 모두들 "정말 안타깝네요. 그러나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입니다"라고 한결같은 대답 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아무도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지율 스님은 죽는 길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는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가? 이것이 이 시대의 한계인가요?
지율 스님의 여윈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면, 느껴지지 않는 맥박을 잡고 있으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 지율 스님이 살아난다면 그것은 기적입니다. 지금 기적을 만들 수 있는 분은 노무현 대통령님, 오직 당신 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이 간절한 기도에 응답해 주십시오. 기적이 일어나게 해 주십시오. 눈물로 호소드립니다.
2005년 2월 1일 수행공동체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