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시작부터…
오늘은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류시화 님의 신간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라는 책 이야기를 해줄게.
류시화 님은 시인이지만,
시만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수필도 많이 쓰신단다.
아빠도 류시화 님의 산문집을 여러 권 읽었는데,
새로 산문집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단다.
아빠가 책을 읽을 때 좋은 구절이 나오면 해당 페이지를
책 앞면지에 적어두고
그것을 타자기로 다시 한번 두들기면서 마음에 새기는 독서습관이 있어.
나중에 이 책을 다시 펼 때도 앞면지에 적혀 있는 페이지만 간단히 읽어볼 수도 있고…
그런데 지금껏 류시화 님의 책의 앞면지에는
늘 많은 페이지가 적혀 있었단다.
이번 책은 어땠냐고?
이번 책도 시작부터 계속 페이지 적느라고 앞면지와 읽고 있는 페이지를 오갔단다.
시작부터 마음에 새겨야 할 글을 던져주었는데,
공부하기 힘들어 하는 너희들도 읽어보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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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힘든 시기일수록
마음속에 아름다운 어떤 것을 품고 다녀야 한다.
그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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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책을 대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도 책 제목만 읽어도 힘을 얻게 되더구나.
책 제목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는
이 책에 실린 첫 번째 수필의 제목과 같은데,
실패하거나 불행한 일을 겪었을 때
지은이가 건네주고 싶은 말인듯했어.
우리 인생이라는 것이 원래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
아빠도 젊었을 때는 왜 인생이 이렇게 안 풀리나, 하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공자가 왜 불혹(不惑), 지천명(知天命)을 이야기했는지 조금씩 이해가 가더구나.
인생은 내가 생각한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는 진리.
문득 이 글을 읽다가 작년에 너희들과 많이 들었던
아이브의 <I AM>이라는 노래 가사도 생각나는구나.
어느 깊은 밤 길을 잃어도
차라리 날아올라 그럼 네가 지나가는 대로 길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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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삶에서 불행한 일을 겪은 후, 그 불행 감정을 오랫동안 껴안고 있는 사람들의 결론을 압축하면 ‘이번 생은 틀렸어.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라는 것이다. ‘행복해지려면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어.’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 감정은 확증 편향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한다. 또한 그 확증 편향이 진리인 양 마음을 닫아 건다. 왜 우리는 자신의 삶을 살면서도 자기 삶의 심리학자가 되지 못할까? 우리는 한때 얼마나 옳았는가? 또 나중에 돌아보면 얼마나 틀린가?
삶은 발견하는 것이다. 자신이 기대한 것이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인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다른 인생’이다. 그 다른 인생의 기쁨은 부스러기로 즐기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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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젊음
아빠도 그렇고 너희들도 그렇고 좀 예민한 사람들이잖니,
예전에 읽은 책 일레인 N. 아론의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이라는 책을 비롯하여
민감하고 예민한 성격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고,
그런 사람들로 인해 인류가 멸종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내용에
힘을 얻기도 했는데,
류시화 님의 글에서도 앙리 마티스의 말을 빌어
예민한 사람이 더 세상을 심층적으로 보고 감응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하는구나.
그러니 예민한 성격으로 인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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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예민한 영혼으로 태어난 것은 신의 실수가 아니라 축복이다. 관계 심리학자들이 말하듯이, 예민함은 바로잡아야 할 심리 상태가 아니라 특별한 재능이다. 섬세한 감각으로 다른 이들의 놓치는 현상의 이면을 보고, 울림 있는 내면세계를 가지며, 문학과 예술에 감동받는다. 그런 사람은 타인에 대해서도 뛰어난 감응력을 갖는다. 예민한 사람은 그 예민함으로 인해 고통받기도 하지만 그 예민함 덕분에 세상을 더 심층적으로 바라본다.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디에서 꽃이 보인다. 화가 앙리 마티스의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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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후회의 동물인 것 같구나.
결혼을 고민하는 이에게
결혼을 해도 후회이고 안 해도 후회이니 하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있단다.
이렇듯 어떤 것을 함에 있어
해도 후회할 것 같고, 안 해도 후회할 것 같은 경우가 있을 때
너희들은 어떻게 할 것 같니?
류시화 님께서는 해 버리라고 하는구나.
아빠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특히 너희들처럼 청소년들은 처음 해보는 것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구나.
류시화 님은 해 버린 후회는 날마다 작아지고,
하지 않은 일의 후회는 날마다 커진다고 말씀하시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빠 경험상 정말 그랬던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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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23)
해 버린 일에 대한 후회는 날마다 작아지지만, 하지 않은 일의 후회는 날마다 커진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생의 저녁까지 우리를 따라다니는 것은 하지 않은 일이다. 하찮은 일들과 소란한 만남들 때문에 언제까지나 뒤로 미룬 일, 주위의 만류와 일반화의 논리 때문에 포기한 일, 안전한 영역 밖으로 나가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진짜 감정과 진실을 감춘 일이 그것이다. 그렇게 해서 흥미진진하고 의미로 채워진 영화 같은 삶을 유예시키고 관객석에서만 살아간 것이다. 나의 삶은 내가 최초로 시도한 삶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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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자라면서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을 거야.
그 중에는 너희들의 직업과 관련 있는 일도 있겠지.
하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그것들을 모두 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란다.
평행우주가 있고, 그 우주에 있는 나와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다른 길을 간 나를 볼 수 있겠지만
우리 인생은 그렇지가 않네.
많은 길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가끔은 잘못된 길인가, 하면서 다른 길을 선택을 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고 그 잘못된 길에 나를 맞추면서 가는 경우가 있단다.
나에게 맞지 않는 상자에 나를 맞추고,
나에게 맞지 않는 길에 나를 맞추는 일…
이 책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단다.
상자 안이 맞지 않으면 상자 밖으로 나오라고, 죽지 않는다…
이 충고는 아빠가 생각하기에 이삼십 대 젊은이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빠의 경우 그 당시에 그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
지금 하는 일들이 맞지 않는 옷을 입을 기분이 많이 들었어.
결국 아빠는 그 옷들을 벗지 못했지만 말이야.
이제는 그 옷이 편안해지긴 했는데,
아무래도 그 옷에 아빠를 맞춘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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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87)
사람들은 상자 안에 살면서 그 상자에 맞추지 못하는 사람을 문제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감수성이 날카롭고 낯가림이 심해 사회 적응자처럼 살아갈 수 없을 때, 아무리 해도 세상에서 말하는 행복에 접근하기 어려울 때 우리는 터무니없이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여긴다. 상자 안에 맞지 않으면 상자 밖으로 나와야 한다. 나간다고 죽지 않는다. 강물은 강폭이 좁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그저 넘쳐 자신의 길을 만들 뿐이다.
세상의 기분이 자신의 갈망을 채워 주지 못한다면 그때가 바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자신과 맞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면 자신을 그 사람에게 맞출 것이 아니라 자신과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되어 미움받는 것이 덜 위험하다. 다른 사람들을 잃는 것보다 더 두려운 일은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현실 적응자가 되지 말고 마법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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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행
아빠는 계획하지 않고 무작정 떠난 여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예민한 성격이라서 그럴 수도 있을 거야.
그런데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은데,
그렇다 보면 실패를 맛보는 경우도 있단다.
하지만 그 여행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여행을 간 것을 잘했다고 생각할 거야.
실패를 통해서 얻은 값진 경험들이 있으니…
계획을 잘 짜고 그것에 맞춰 떠난 여행도 아빠는 참 좋더구나.
그런 여행도 계획과 틀어지면서 실패를 겪기도 하지만,
아빠의 계획 속에서도 그런 실패도 고려되어 있기 때문에
플랜 B를 향해 나아간단다.
여행은 무엇이든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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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나는 곳 그 도시를 떠났기 때문에 그 후 두 사람이 어떤 여행을 펼쳐 나갔는지 알지 못한다. 낯선 여행을 주저하던 여성도 ‘잘못된 여행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배낭끈을 단단히 여미고 떠났을 것이다. 훗날 자신의 여행을 뒤돌아 볼 때, 망설이며 시간을 보냈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여행이 불완전한 자유라 불리는 이유는 여행은 실패의 연속이지만 그 길들이 우리를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다. 실패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여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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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시화 님은 재미있는 우화도 많이 알고 계시는데,
이 책에서 소개해준 우화 중에 기억하는 우화가 하나 있어.
속 좁은 아빠가 귀담아 들으면 좋을 것 같았어.
어떤 힘든 일이나 불행한 일이 생겨도
그것을 담는 그릇이 크다면 불행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가르침.
아빠도 그릇을 키워야겠구나.
주식이 폭락해도 의연할 수 있는 큰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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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248)
어느 날 스승이 그를 불러 물 한 잔을 가져오게 시켰다. 그리고 그 물에 소금 한 줌을 타서 마시게 하고는 물었다.
“물 맛이 어떤가?”
제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무 짜서 마실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스승이 근처 호숫가로 그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맑은 호수에 똑 같은 소금 한 줌을 뿌리고는 호수의 물을 한 모금 맛보게 했다. 물맛이 어떠냐고 묻자, 제자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시원합니다.”
“짜지 않느냐?”라는 스승의 물음에 제자는 “전혀 짜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스승은 제자의 손을 잡고 말했다.
“이 차이를 알겠는가? 불행의 양은 누구에게나 비슷하다. 다만 그것을 어디에 담는가에 따라 불행의 크기가 달라진다. 유리잔이 되지 말고 호수라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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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으로 아빠가 발췌한 글들 중에서
특히 좋았던 글들을 소개해 주는 것으로 독서편지를 마쳐야겠구나.
이 책에는 아빠가 소개해준 글들 이외에
대부분의 글들이 너무 좋았단다.
아빠가 이 책을 이삼십 대 때 읽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너희들도 굳이 이 책을 읽을 거면,
좀더 기다렸다가 이십 대 되어서 읽어보면 좋겠구나.
그나저나 류시화 님은
어떻게 끊이지 않고 좋은 문구들을 생각해 내시는 걸까.
보물단지라도 갖고 계신가.
자, 오늘은 여가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J.D. 샐린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주인공 홀든 콜필드를 통해 이야기합니다.
책의 끝 문장: 저의 인생 영화에 독자로 등장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저 역시 한 번쯤은 당신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책제목 :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지은이 : 류시화
펴낸곳 : 수오서재
페이지 : 262 page
책무게 : 341 g
펴낸날 : 2023년 12월 21일
책정가 : 18,000원
읽은날 : 2024.02.27~2024.02.28
글쓴날 : 2024.03.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