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치 않으나 오래 전부터 고통을 해결하기 위하여 술을 마시게 하거나 코코아 나뭇잎의 추출물을 이용하고, 두통을 치료하기 위하여 양귀비를 사용하였다. 더욱 흥미있는 것은 지금의 맨드레이크(mandrake)로 잘 알려진 만드라고라(mandragora)라는 식물을 이용한 진통효과인데 이는 로마시대에 십자가에 못을 박을 때 아픔을 없애기 위하여 술에 타서 마시게 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인류역사상 최초의 마취전문의 화타
역사상 마취술을 사용했던 첫 번째 인물로는 기원전 200여 년 중국 삼국시대에 화타(華陀)가 있다. 화타는 당시 ‘마비산(麻沸散)’이란 마취약을 만들어 환자에게 복용케 하여 전신마취수술을 했는데, 외과수술, 특히 삭골(削骨)할 때에 썼다는 기록으로 유명하고 이것이 인류역사상 마취약의 효시가 된다. 또 지금의 국소마취와 유사한, 붙이는 국소마취약을 사용하여 수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한다.
화타는‘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의 팔을 수술한 일화로도 유명한 인물이며 조조에게 뇌수술을 제의하였다가 의심 많은 그에게 사형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허준과 동의보감 속의 마취
우리의 고유 의술에 의한 외과적 마취는, 체계적으로 기술된 바는 없으나 조선조 중엽 (1596년 선조 29년) 의성 허준의 저서인 동의보감에서 이와 비슷한 사실을 찾아볼 수는 있다. 이 문헌에서는 탈골 또는 골절을 교정할 때 나타나는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 여러 가지 약초를 섞어서 만든 초오산(마약의 일종)을 술에 타서 먹였으며 이렇게 하면 칼로 살을 째거나 탈골된 팔다리를 교정하여도 아프지 않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대 마취과학의 태동과 인물
서구에서는 마취제를 이용한 공개시술이 보스톤 마사추세스병원(MGH)에서 시행된 1846년을 근. 현대외과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적이다.
고통 없이 수술을 가능케 하는 마취제의 가능성은 이미 1798년 확인되었다. 영국의 험프리 데이비가, 아산화질소를 들이키면 맥박과 체온이 내려가면서 마약에 취한 듯한 기분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러나 곧바로 수술에 이용된 것은 아니고, 19세기초까지는 주로 예술가 등의 풍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기분을 선사하는 데 이용되었다고 한다.
‘호레스 웰즈’의 비극과 ‘윌리엄 모턴’ 성공
아산화질소의 사용은 미국 치과의사인 호레스 웰즈가 시초였다. 처음엔 그가 직접 아산화질소를 흡입한 뒤 동료에게 자신의 이를 하나 뽑도록 했는데,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힘을 얻은 웰즈는 1844년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공개 수술을 감행했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환자가 충분히 마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뽑다가 난리를 치르고 말았다. 충동적인 웰즈는 클로로포름을 마시고 자살해 버렸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846년 10월16일.
하버드 의과대학 부속병원인 MGH에서, 아산화질소 대신 에테르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마취 수술이 성공을 거두었다. 치과의사 윌리엄 모턴이 종양 환자에게 솜에 묻힌 마취제를 흡입시켰고, 외과의사 존 콜린스 와렌이 칼로 종양을 도려냈다. 잠들어 있던 환자는 얼마 후 깨어났고, MGH는 즉시 미국에서 가장 이름난 병원이 되었다. 그러나 에테르는 냄새가 너무 고약하고 더군다나 기관지에도 해롭다는 결점이 발견되었다. 곧이어 1847년 영국 에딘버러의 심슨이 빅토리아 여왕의 왕자 출산 때 클로로포름을 이용하여 무통분만에 성공함으로써 마취제의 새 시대를 열었다.
독일의 孝子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
본격적인 진통제가 등장한 것은 마취제의 성공 이후 50년이 흐른 뒤였다. 1897년에 독일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살리실산을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통증을 가라앉히는 아세틸살리실산 합성에 성공했다. 아버지의 관절통증을 고쳐드리기 위해 효자인 호프만이 발명한 이 아세틸살리실산이란 다름 아닌 지금의 아스피린을 일컫는 것이다.
마취제의 종류
마취제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많다. 물과 양쪽에서 서식하는 두꺼비는 수질 환경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지만 그 독성분은 강심제나 마취제로 쓰이는 귀한 약이다. 눈수술을 할 때나 치아를 뺄 때 코카나무에서 추출하는 코카인도 마취제로 사용한다. 또한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은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에는 단순히 자율 신경을 자극하지만 나중에는 마비시키기까지 한다.
화타카 기원전 200년 에 썼다는 마비산에는 양금화가 쓰여졌는데. 기타 5종의 생약이 배합되어 있기는 하나 마취효과의 주약은 역시 양금화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민독말풀을 포함한 Datura(흰독말풀:독초의 일종)류에서 얻어지는 알칼로이드는 역사상 마취제로 이용되어 왔다. 또한 동의보감에 의하면 창상에 갈근(칡 뿌리)을 갈아서 붙이고, 다려서 마시면 상처를 낫게 하고 아픔을 그치게 한다고 하였다. 곤장을 맞은 뒤에 아픔과 곤장독을 빼기 위해서 오황산, 오용해독산 등 여러 약초를 혼합한 사약을 쓰기도 하였고 곤장을 맞기 전에 먼저 꿀을 빼낸 벌집에서 얻어진 백랍 한량을 가늘게 썰어 술과 끓여 먹이면 비록 곤장을 맞아도 아프지 않다고 하면서 그 약의 이름을 기장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 시기는 잘 알 수 없으나 오래 전부터 양귀비를 달여서 마시면 두통, 복통 등 여러 가지 통증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