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점에서도 이런 영화가 나오고 또 먹힌다는 게 놀랍긴 하네요. (중략) 동시대에 나온 미국 고질라와는 방향이 완전 다르긴 하네요. 결론은 담부턴 일본 고질라는 패스하자 입니다. 이게 진짜 미국에서 인기가 많았다니 신기하네요." (빈둥이 ^^v 님)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따져보면 카미카제 미화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1945년 전후 폐허가 된 마을을 잘 묘사했지만, 그 자체가 피해자 코스프레로 보여서 불편하더군요. 왜 그렇게 됐는지는 전혀 설명이 없으니까요. 전쟁으로 제로가 됐는데 고질라까지 등장해서 제목이 마이너스 원이라고 하죠. 배경 설정부터 태생이 거부감이 들수 밖에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별점은 ★ * 한줄요약 : 국내 극장 개봉을 못한 이유." (너는나의 님)
지난해 12월 1일 일본에서, 다음달 미국 등에서 개봉해 뜻밖에도 미국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끈 것으로 알려진 일본 괴수물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지난 1일 넷플릭스에 올라오자마자 홍콩, 태국, 대만 등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튼 토마토는 신선도를 98%로 매기는 등 괴수물치곤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줬다.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30번째 고질라 물의 특수효과에 높은 점수를 매기는 미국 언론도 많았다.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는 할리우드와 달리 빠듯한 예산으로 실감나는 괴수의 모습을 살려낸 일본 영화의 기술적인 진전을 높게 치는 기사도 적지 않다. '도라에몽'과 '기생수' 시리즈로 낯익은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은 고질라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는 이 작품의 각본도 썼고 이 영화에 컴퓨터 그래픽을 납품하는 회사 책임자를 맡았고, 손수 수시로 CG 제작진을 찾아가 문제점을 찾아내 속도와 협업의 정밀도를 높였다는 후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인들은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착한 사람들이다.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전쟁이란 참화에 내몰린 피해자로만 그려진다.
시키시마 소위(카미키 류노스케)는 패전의 먹구름이 드리운 남태평양 오도섬에 불시착한 전투기 조종사다. 심해 괴수 고질라가 습격했을 때 대공포를 쏘지 않아 동료 일본군들이 몰살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전후 도쿄에 돌아와 고아 소녀 아키코를 돌보는 노리코(하마베 미나미)와 함께 생활하며 전쟁 중 일본해에 남겨진 기뢰를 제거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패전 일년 뒤 미군의 핵폭탄 실험이 있었고, 그 방사능을 피폭한 고질라는 덩치도 훨씬 커지고 심지어 방사능 열발사를 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는다. 고질라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쿄를 찾아와 불쌍한 일본인들을 무차별 살상한다. (미국 관객들이 전후 폐허가 된 도쿄를 정교하게 재현했다고 칭찬했는데 도쿄에 6층 건물이 즐비해 어이가 없었다. 다른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당시 미군 지휘부에는 커티스 르메이란 전쟁광 장군이 있어 1945년 3월부터 종전 직전까지 일본의 67개 도시에 소이탄 등을 마구 퍼부어 이들 도시는 거의 제로 상태가 됐다. 패전 후 도쿄 사진을 보면 3층 이상 건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시키시마는 사실 카미카제 임무를 띠고 출격했다가 겁이 나 오도 섬에 불시착한 것이라고 고백한다. 고백을 들은 노리코는 고질라의 핵 열발사에 날아가 생사를 모르게 된다. 시키시마와 동료들이 내놓은 고질라 퇴치법은 카미카제 식이었다.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한 시키시마의 눈앞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노리코가 나타났는데 그녀 목에 문신 같은 것이 아른거린다.
괴수 고질라가 등장하는 장면은 채 30분이 되지 않는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할리우드 CG보다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충분히 무섭고 공포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앤트맨과 WASP, 퀀텀매니아'는 특수효과에만 2억 달러를 지출한 반면, 이 영화는 1500만 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넷플릭스를 통해 뒤늦게 이 작품을 접한 국내 관객들은 '참내, 우리 기술도 그 정도는 해'라고 반응할 것 같다.
그런데 가장 핵심적이고 위험한 문제는 일본인을 전쟁 피해자로만 묘사하는 것이며 고질라 퇴치 방법이 결국은 카미카제 미화란 것이다. 핵 열발사는 마치 원자폭탄 공격처럼 그려진다. 일본이 대동아전쟁을 일으켜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민중에게 엄청난 피해를 남발했는데 그런 것은 아예 언급도 없고, 느닷없이 나타난 심해 괴수를 미국의 원자폭탄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어이없기도 하고 황당했다.
세계사에 무지한 미국인들, 특히 전후사에 아예 대놓고 눈 감고 싶어하는, '왜 우리가 그런 것에 발목잡혀 있어야 해요?'라고 되묻고 싶어하는 일본과 미국의 젊은 세대에게 이 영화는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로 먹힐 수 있겠는데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핵 열발사에 날아가 생사를 몰랐던 노리코가 고질라의 G세포 덕에 멀쩡히 살아 돌아온 것처럼 일본 민중도 놀라운 복원력을 통해 죽은 세포를 치유하고 회생한 것처럼 그려지고, 아울러 노리코를 다른 카이주(Kaiju, monstrous beast)로 속편도 만들고 싶다는 속내를 비친 것으로도 보여 씁쓸했다.